[데겔칼럼] 사회적 교회(Social Church)
[데겔칼럼] 사회적 교회(Social Church)
  • 옥성삼 박사
  • 승인 2020.04.14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요일 오후 해질녘이면 미리 준비된 식탁에서 두 개의 촛불을 밝히면서 유대인의 안식일이 시작된다. 분주한 일상을 멈추고 온전히 하루를 쉬면서 제4계명인 안식일을 체험한다.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해방 사건인 출애굽 여정 속에서 구체화된 안식일은 창조의 정점에서 하나님의 기쁨에 찬 선언으로 주어졌기에 신앙 의례(ritual)보다 앞선 본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안식일은 전례에 참여하는 의무의 날 이전에 하나님의 현존과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매주 반복적으로 체험하는 샬롬의 시간이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사람을 위한 안식일’은 율법과 의무가 아닌 영원과 잇대어 있는 평안의 날로서 안식일을 회복시켰다. 초대교회의 주일(Lord's Day)은 안식 후 첫날 부활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이다(행 20:7). 교회가 주일을 성일(聖日)로 지키는 것은 신자의 의무를 행함으로 규범화된 신앙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 이상이다. 에클레시아로서 신앙공동체를 경험하는 것도 넘어선다.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요,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기념하고 대망하는 것이며, 나와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서 하나님의 현존과 영원을 어렴풋이 맛보는 시간이다. 따라서 교회의 존재양식인 주일과 예배는 율법과 의례를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근래 교회와 주일(안식일)에 대한 이해 그리고 주일예배에 대한 논의는 본질에 대한 관심이나 성육신적 정체성에 대한 성찰과 거리가 있다.

최근 ‘COVID-19’로 주일예배가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은 한국교회와 사회가 갈등적으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과 교회의 본질적 갈등이 아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정책과 공공신학이 약화된 한국교회의 왜곡된 현실이 충돌하는 모양새이다. 대형교회의 세습과 목회자 성폭력 등의 이슈가 신천지의 집단감염과 교회의 주일예배 형태(현장예배 vs 온라인예배) 이슈로 전환되었다. 신천지가 던진 집단감염 쇼크는 정부와 지자체의 교회 알레르기를 불러왔다. 교리의 정통성 문제보다는 교회활동의 비합리성이 교회를 보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많은 교회가 정부대책과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고 있지만, 지역교회별 각자도생 문화가 우선시된 한국교회는 천주교회나 불교와 달리 팬데믹의 유력하고 잠재적인 위험요소 중 하나로 각인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교회를 음해하려는 사회의 공작이나 시선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존재방식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인 교회가 시대와 문화의 옷을 성육신적으로 갈아입었는가의 문제이다. 역으로 말하면 변화가 일상화된 21세기에 교회가 어떤 체제와 문화를 가지고 세상의 빛으로 존재하는가의 질문이다. 오늘날 교회의 현장은 ‘고도근대사회’, ‘신자유자본주의’, ‘고도정보통신사회’, ‘세계화’, ‘4차산업혁명’ 등이라 부르는 21세기 현실이 존재한다. 21세기의 문화 혹은 생활양식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참여, 개방, 공유’라는 ‘사회적((社會的, Social)' 키워드이다. ‘사회적(social)' 키워드의 특성에는 ‘공동체성, 관계성, 수평적 네트워킹, 상호작용성, 역동성’ 등의 의미가 담겨있다. 일례로 스마트폰 기반의 ‘사회적 미디어(social media)’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이어주는 생활 플랫폼(life platform)이 되었다. 넓혀보면 지구촌의 생존을 위한 사회적 성찰(social reflexivity)로써 ‘지속가능한 환경과 개발’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고, 팬데믹(pandemic)에서 열외인 나라가 없다. 포스트 신자유자본주의의 어쩔 수 없는 대안적 논의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등장했다. 소셜(social)은 21세기를 상징하는 핵심요소이고 문화이기도 하다.

100년 만에 전 세계가 경험하는 팬데믹은 한국교회의 어정쩡한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논의를 ‘사회적 교회(social church)’로의 성찰을 요청하고 있다. ‘사회적 교회’는 교회론을 위한 신학적 논의라기보다는 성육신적 교회의 시대성을 담은 표현이다. 교회의 양극화(대형화와 부실화), 배금주의와 성장우선주의, 공공신학의 약화와 사회와의 불통, 이단의 발흥과 가나안성도 현상, 목회자의 일탈과 교회 세습 등 한국교회의 고조된 정체성 위기 환경에서 ‘사회적 교회’ 논의는 위험한 현실에 대한 ‘탈(脫)’ 알람이고, 변화된 환경을 가로지르는 실천적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교회는 지금 한국교회가 경험하는 5가지 우상 - 이데올로기, 반이성적 세계관, 중세적 교권주의, 도피적 신비주의, 맘몬이즘 -의 도전을 극복하는 교회이다. 사회적 교회는 21세기적 환경을 능동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교회이다. 복음의 시대적 재해석, 변화가 일상화된 사회와의 상호작용적 소통, 사회를 끌어당기는 교회체제의 재구조화, ‘사회적 삼위일체(social trinity)’가 신앙공동체에 역사하는 교회라 할 수 있다. 곳곳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에 대한 걱정과 전망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교회의 현실적인

신학적 연구 그리고 문명사적 변화를 품은 한국교회의 폭넓은 논의 가운데 ‘사회적 교회(social church)’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기를 소망한다.

옥성삼 교수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옥성삼 박사

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