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변화와 성찰하는 목회
지식의 변화와 성찰하는 목회
  • 옥성삼 박사
  • 승인 2019.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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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무엇에 대한 경험과 이해, 논리 체계, 과학적 정보 등으로 문화를 이루는 시대적 얼개라 할 수 있다. 특정 사회와 시대의 표준으로서 지식은 불변의 진리와 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쌓이고 확장되며 새로워지기 마련이다. 지식의 변화는 경험의 축적, 문명 교류를 통한 이식 그리고 학문적 성과를 통해 이뤄진다. 지식의 변화는 보통 수년에서 수백 년 기간으로 완급과 리듬을 갖고서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지식의 축적과 확장이 기존의 문명 속에 갇혀있을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면 지식의 변화는 세계관의 전환과 함께 거시사회 구조적인 변동을 일으킨다.

농경 생활과 신분제를 근간으로 하는 전통사회에서는 경험(經驗)이 핵심적인 지식이었다. 농사는 논리나 과학보다는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이 축적된 ‘경험적 지식(empirical knowledge)’이 최상의 경쟁력을 가진다. 자연스레 연장자의 축적된 경험적 지식은 실용적이고 사회적 권위를 인정받는다. 생활 현장에든 학문과 기술 지식이든 경험의 양이 지식의 양과 비례한다. 18세기 전후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으로 시작된 근대사회는 자본주의 체제의 발달과 중앙집권적 근대국가로의 전환 등과 더불어 과학적 세계관이 문명사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생산방식과 교통수단의 변화로 시작된 기술문명은 더이상 전통사회의 경험적 지식으로는 작동할 수 없었다. 사회 각 분야별 변화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전문가 집단(Expert group)’이 필요하게 되었다. 과학의 눈부신 발달과 함께 지식의 축적과 확장 그리고 변화의 폭이 급증했다. 지식은 세분화되고 각 영역별 전문가의 등장과 함께 전문가 양성제도 및 자격증(라이센스)도 다양화되고 다층화된다. 근대 산업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경험적 지식’에서 과학이라는 ‘전문가 지식(professional knowledge)’으로 전환된다.

과학적 지식과 합리성에 근거한 근대사회는 과학기술문명의 고도화와 세계화(globalization)로 인한 문명 변화의 가속화가 이전과 다른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달리 표현하면 변화가 늘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변화가 일상화됨으로 사회전반에 불확실성이 급증한다. 더불어 근대사회를 이끌어가던 전문 지식체계의 축적 확장 변화가 예측 및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다. 이러한 고도근대사회를 이끌어가는 힘은 ‘전문가 지식’에서 창의성(creativity)과 통찰력(insight)을 동반한 ‘성찰적 지식(Reflective knowledge)’이다. 물론 ‘경험적 지식’과 ‘전문가 지식’이 일상적 생활에 상당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불안정성이 일상화된 시대를 가로지르는 힘은 ‘성찰적 지식’이다.

종교개혁은 르네상스, 인문주의, 지동설과 신대륙의 발견 그리고 인쇄술이라는 지식체계의 변화 위에서 터져 나왔다. 사회적 변동을 저변으로 한 신학적 대전환으로써 종교개혁은 프로테스탄트라는 새로운 교회와 목회 양식 그리고 목회자의 위상과 역할에 일대 개혁을 유발했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는 점차 전문가 지식체계를 새롭게 재구성할 것이고, 개인과 단체 및 기업의 지식체계 역시 구조적인 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거시사회구조적인 변동 속에서 교회의 정치체제와 목회 양식의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 목회 현장의 변화는 현재의 신학교와 목회자의 지적 영적 변화를 요청하게 된다. 교회가 갈아입을 문화의 옷이 어떤 형태일지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현재와 같은 교파중심의 교회, 관료화된 교단 구조, 문화지체를 보이는 신학교와 지역교회 목회 등의 변화는 자명하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사회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성찰한다. 한국교회가 낡은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부조리한 현재와 싸우는 동안 사회와의 간극은 점차 멀어지기 마련이다. 지구촌의 문명사적 변화가 개인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시대, 문명전환기의 도전이라는 교회의 거시담론은 더이상 나와 무관할 수 없다. 지역교회 목회의 현실이고 목회자 개인의 지성과 영성 그리고 삶의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교회와 크리스천이 하루속히 전근대적인 체제와 부조리한 현실을 벗어나 시대변화를 깊이 성찰하고 힘써 하나님의 음성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옥성삼 교수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옥성삼 박사
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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