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면역사회와 ‘나아세 브니쉬마’
[데겔칼럼] 면역사회와 ‘나아세 브니쉬마’
  • 옥성삼 박사
  • 승인 2021.09.18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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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전통’, ‘계급’, ‘경험지식’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역량보다는 주어진 공동체 규율이 우선적 가치였다. ‘옳고 그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이 분명하게 규정되는 부정성 문화에서 삶은 통제되고 사회는 예측가능한 안정성을 영위 할 수 있었다. 근대사회가 되자 선험적 규율은 합의된 법률로 대체되고, 법적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바탕으로 개인이 삶의 주체가 되는 긍정의 사회가 되었다. 근대성을 바탕으로 다양성과 가능성의 문이 넓게 열리자 성과의 주체가 된 개인은 저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을 지속적으로 충전했다. 한병철 교수는 <피로사회>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강요되는 규율사회가 부정성의 면역사회라면,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할 수 있어”라는 긍정과잉의 성과사회는 자발적 자기착취로 인한 소진과 우울증을 가져오는 비면역 사회라고 했다. 개인이 성과의 주체가 되어 긍정 과잉의 경쟁과 일중독을 가져오는 성과사회는 안정된 삶과 행복이 아닌 소진과 우울증을 가져오는 ‘피로사회’라고 진단했다.

유대교 신앙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말하는 ‘나아세 브니쉬마’는 출애굽기 24장에 나오는 ‘우리가 행하고 우리가 듣겠습니다(이해하겠습니다)’를 뜻한다. 말씀을 듣고 성령의 역사로 믿음이 생기고 그 결과로 행함이 따라오는 기독교 신앙과는 선후의 순서가 반대이다. 유대교는 개인의 주체적 신앙보다는 공동체에 선험적으로 주어진 하나님의 명령(성경)을 실천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즉 모세 오경의 율법을 실천하는 것이 기독교의 믿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회심한 미국의 작가 로렌 위너는 유대교 신앙의 핵심인 영적실천을 “신성한 것을 일상으로 끌어 내리는 리듬과 반복적인 틀”이라고 했다. 그는 영적 실천이 구원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신앙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더 깊이 내면화시킨다고 한다. 수천년 디아스포라 기간에도 이스라엘이 공동체로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민으로서 메시야를 가다리는 것 이상으로 ‘율법과 안식일’ 준수, 즉 하나님의 명령을 지켜 행하는 규율과 삶의 수동성이 주요했다.

“뭐든 할 수 있다”, “나만 옳다”는 착각 그리고 이런 확증편향간의 충돌이 소진과 불안을 증폭시키는 오늘, 성경은 우리의 삶에 신적 주권을 인정하는 자기부정의 영성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성 대신 절제를 그리고 합리적 이해에 앞서 말씀의 실천을 요청한다. 창조세계의 원형인 에덴동산은 중앙에 ‘생명나무’를 두어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구분되는 공간이었다. 창조세계의 일곱째 날은 하나님의 안식일로 하나님이 창조물과 더불어 쉬고 안식함으로 시간 역시 구분되었다. 안식일에 처음 등장하는 ‘거룩’이라는 단어도 ‘구분됨’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부정성의 규정을 담고 있다. 메시아로서 예수님의 삶은 ‘자기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구하고 실천하는 것이었다.(마 26:36, 요 5:30) 바울은 사도로서 사역이 자기가 주체가 되기보다는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빌 3:12) 매진했고, 모든 것이 가하나 절제했으며(고전 10:22~23), ‘성령의 열매’ 중 마지막 열매가 ‘절제’(temperance)라고 했다(갈 5:22~23). 길어지는 코로나 환경에서 한국교회가 번영의 신학 이 가져다주는 탈진과 허무에서 벗어나 고통 가난 자기부정 비움 공동체성 등에 깃든 신앙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공유하기를 소망한다.

 

옥성삼 박사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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