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화양연화(花樣年華)
[데겔칼럼] 화양연화(花樣年華)
  • 옥성삼 박사
  • 승인 2020.07.06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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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가을에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는 1960년 초 홍콩을 배경으로 중년 남녀의 삶과 사랑을 미끄러짐과 충돌 혹은 절제와 거리두기로 연출했다.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는 뛰어난 영상미와 넷 킹 콜의 재즈곡 ‘Quizas Quizas Quizas’ 같은 절묘한 선율의 조화 등으로 BBC 선정 21세기 영화 100선 중 2위에 오른다.

한류의 대명사 방탄소년단(BTS)이 2015년과 2016년에 발매한 음반이자 콘서트 투어의 주제 역시 ‘화양연화’이다. 방탄소년단은 'I NEED YOU', 'RUN', '불타오르네' 등의 노래를 통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靑春)을 ‘불안하고 방황하는 청춘’으로 바라보고 이를 화양연화라 재해석한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뜨거운 관심은 불안한 삶에서 자기다움을 성찰하려는 방탄소년단의 진정성에서 비롯되었다. ‘화양연화’는 BTS가 노래하고 춤추는 세계관의 주제어라 할 수 있다.

근래 방영된 TV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은 1990년대 캠퍼스에서 만난 청춘남녀가 삶의 풍파를 견뎌내고 중년에 다시 만나 사랑을 약속하면서 마무리된다. 신파성 시대멜로 혹은 불륜드라마로 볼 수도 있지만, 민주화와 신자유자본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겪은 시대적 상처를 가로지르는 두 남녀의 분투기를 담았다. 일간지 문화부 기자는 ‘사랑과 올바름을 함께 생각하게 한 드라마’로 평가했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절’을 뜻한다. 1930~1940년대 중국 상하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가수 주선(周璇)의 노래 ‘화양적연화(花樣的年華)'를 왕가위 감독이 영화 제목에 차용한 후 널리 회자된 말이다. 각기 다른 영화, 노래, 드라마를 관통하는 ‘화양연화’가 제시하는 공통된 메시지라면 인생의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은 청춘이나 고난을 극복한 성공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 평안 속의 불안, 열정 뒤의 고독 등 양면적이면서 역동적인 삶의 모든 과정 즉 우리의 일상이라 말한다.

성경은 우리가 처한 고락(苦樂)에 대해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마 6:34),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눅 12:20) 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는 우리에게 죽음과 부활 이후로 유보된 영원한 천국을 대망하는 것으로 이 땅의 삶을 평가절하 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기쁨과 아름다움으로 창조된 세상은 선악과로 인해 왜곡되었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하신 ‘이미와 아직’의 하나님 나라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었다. 믿는 자의 화양연화란 재림과 종말 이후의 영원한 천국에서가 아니라 내 인생의 희노애락과 생로병사의 전 과정에 ‘이미와 아직’으로 주어져 있다. 어거스틴은 지나간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오늘이 중요하다고 성찰했다. 선물(present)로 주어진 인생의 모든 오늘(today) 하루를 직시하고 충실할 때, 막연한 기대로 유보된 화양연화가 아니라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는’ ‘이미’의 화양연화를 누릴 것이라 한다. 팬데믹으로 사회와 교회가 ‘포스트 코로나’ 논의에 분주하다. 하지만 언제나 내일에 대한 논의는 오늘에 대한 진정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옥성삼 교수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옥성삼 박사

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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