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교회의 문화적 대응
[사설] 한국교회의 문화적 대응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9.04.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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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문화 선도적 역할을 제대로 감당했다. 영화, 연극, 콘서트, 스포츠 등 사회에서는 소수만이 접근가능한 문화적 혜택을 교회에만 오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문화생산 및 확산의 주체로서의 이러한 교회의 역할은 점점 더 약화되기 시작했다. 80년대 이후로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생산되고 확산된 세상문화의 거센 돌풍은 교회에서 생산된 문화 콘텐츠를 단지 소박한 구시대의 유산으로 여기기에 충분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제 교회에서 생산된 문화는 단지 교회 안에서만 맴돌 뿐 사회변혁을 위한 추동력을 거의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 내 젊은이들마저도 소위 교회문화 혹은 기독교문화를 외면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성속 이원론적 사고에 근거하여 세상문화와 교회문화로 구분하고 전자를 배척하고 후자를 생산 확산하는데 전념해 왔다. 이런 식의 문화적 대응은 곧 리차드 니버가 언급한 <그리스도와 문화 다섯 가지 유형론> 가운데 대립형에 속한다. 그러다가 8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급변하는 문화변동 상황을 맞이하면서 교회의 문화변혁 책무성에 대한 인식이 보다 진지하게 요청되었다. 더 이상 교회가 세상문화를 외면하고 멀리할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죄로 오염되고 왜곡되어 있는 세상문화를 변혁해야 할 과제가 교회에 있다는 사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문화변혁 과제는 교회로 하여금 그동안 죄에 물들어 있다고 외면했던 세상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세상문화를 복음으로 변혁해야 한다는 선교적 사명 또한 불러일으켰다. 복음송과 CCM으로 대표되는 80년대의 교회문화의 생산과 확산은 교회의 문화변혁 과제 및 복음전파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한편, 문화에 대한 이런 인식 전환이 문화 속에 내재한 하나님의 일반은총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교회와 문화를 주객도식으로 배치함으로 교회가 승리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새천년에 접어든 이후로 탈근대문화 및 한류의 세계화 현상은 교회의 문화 이해를 재고하게 했다. 그동안 교회가 ‘서구 기독교 문화’를 ‘복음의 본질’과 동일시하여 이의 수용과 확산을 복음전파와 동일시해 온 사실에 대한 반성이 요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기독교 입장에서는 니버의 변혁형이 당연히 수용될 수 있지만, 교회 혹은 교회문화 역시도 변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폴 틸리히가 제안하는 교회(문화)와 세상문화 사이의 상호변혁이 보다 진지하게 요청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교회의 세상문화 변혁이란 단순히 세상문화를 교회문화로 대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문화에 대한 표피적 차원의 판단에서 벗어나 세상문화의 표현 이면에 숨겨져 있는 근본적인 의도와 동기를 면밀히 분석하여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신학적 작업을 의미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문화명령(창1:28)과 관련하여 새로운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그것은 복음을 담는 그릇인 교회문화를 어떻게 생산/확산할 것인가, 세상문화에 대한 교회의 문화변혁적 사명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세상문화에 내재한 영적 본질을 어떻게 탐구하고 분별할 것인가, 그리고 교회와 문화의 상호변혁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등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교회의 응답은 그 자체로 문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음세대가 교회로 회귀할 것인지의 여부가 달려있는 한국교회의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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