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시스와 오감 목회
테오시스와 오감 목회
  • 손원영 교수
  • 승인 2018.12.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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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감각(感覺)의 시대’라고 말한다. 감각이란 인간이 자신의 몸으로 직접 체험하여 깨달아 아는 것을 뜻한다. 특히 대중문화가 과거와 달리 사회적으로 높은 대접을 받으면서 감각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기만 하다. 그렇다면 인간의 오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주지하듯이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으로 불리는 다섯 가지 인간의 감각기관에 의해 다섯 가지의 독특한 형태(색성향미촉, 色聲香味觸)로 획득되는 느낌으로써 ‘색감’(色感), ‘성감’(聲感), ‘향감’(香感), ‘미감’(味感), 그리고 ‘촉감’(觸感)을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들어온 감각정보의 느낌들이 삶에 의미를 주는 구체적인 지식으로 변환되었을 때, 그 각각의 지식을 일컬어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기독교가 발전하면서 교회의 전통에 따라 안이비설신의 감각정보에 대한 중요성이 각각 다르게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대교의 전통을 강조한 교회에서는 “이스라엘아 들으라”(신6;4)로 시작되는 ‘쉐마 이스라엘’(שמע ישראל, Sh'ma Yisroel)의 측면 곧 하나님의 말씀은 ‘듣는 것’(聲感)으로 이해하여 ‘이식’(耳識)을 최고의 감각 지식으로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식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교회에서 점차 다른 네 가지 감각에 대한 차별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성감 이외의 감각적 지식에 대해서는 터부시 여기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특히 초기 기독교의 이단으로 정죄된 ‘영지주의’(Gnosticism)에서는 이식을 포함한 일체의 모든 오감 전체를 악하고 열등한 것으로 보아 경계하였던 것이다.

한편, 교회는 중세 시대 ‘이콘’(icon)에 대한 성상논쟁을 통해 ‘안이비설신’에 대한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성상 논쟁의 과정을 거치면서 교회는 이식 이외의 감각지식에 대하여 신앙교육 상 절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분열되고(1054) 또 서방교회가 다시 종교개혁의 이름으로 분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1517) 오감에 대한 교회의 태도는 극단적으로 갈리게 되었다. 특히 개신교는 ‘이식’만을 강조했던 유대교 전통으로 다시 회귀하려는 경향을 크게 띠게 되었다. 그래서 개신교의 예배에서는 하나님을 인식하고 찬양하기 위해 오직 ‘이식’ 중심의 설교와 성가대를 강조했던 것이다.

그림1. 그리스도의 변모(이콘, 14세기 말) 출처 : 위키피디아
그림1. 그리스도의 변모(이콘, 14세기 말) 출처 : 위키피디아

반면에 동방교회는 중세의 성상 논쟁 이후 이식만 아니라 ‘안식’(眼識)으로 대표되는 오감에 대해서 더욱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면서, 소위 ‘봄의 교회’(church of seeing)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것은 동방정교회에서 ‘테오시스’(theosis)로 불리는 인간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여기서 테오시스란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사람'(벧후1:4)을 뜻하는 것으로 ‘신처럼 되는 것’ 곧 ‘신화’(神化)을 의미한다. <그림1>의 변모산에서 변형된 그리스도(마17:1-8) 이콘이 보여주듯이,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영광된 내적 생명 안으로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초대함으로써 인간도 그리스도처럼 거룩하게 신화(혹은 변형) 시킨다. 그렇게 참여한 인간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자신의 ‘몸 전체’가 하나님의 거룩한 빛에 동참하게 된다. 여기서 몸 전체가 중요하다. 즉 거룩한 하나님의 빛에 동참하는 것은 귀만이 아니라 인간 몸 전체이다. 따라서 정교회는 감각의 위계성이 아니라 감각의 평등성이란 맥락에서 ‘영적 감각론’을 발전시켰다. 가장 대표적인 분은 헤시카즘(hesychasm)의 완성자로 불리는 그레고리오스 빨라마스(1296-1359)이다. 헤시카즘은 이콘에 대한 깊은 관상(觀想)을 통해 하나님과의 신비한 일치 안에서 인간의 완성(theosis)을 추구하는 것이다.

개신교회는 이제 교회일치의 차원에서 정교회의 이콘과 신화사상에 좀 더 주목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이식 중심의 예배와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안식(眼識)을 비롯한 오감 전체를 폭넓게 존중하며 오감의 깊이를 통해 하나님과 일치를 이루는 오감 목회이다. 이렇게 목회를 한다면, 예배의 모양도 많이 바뀔 것이다. 그것은 설교와 성가대의 찬양만이 아니라 오감이 모두 강조되는 예배로써, 매주 설교와 성찬이 바르게 집례 되고 또 어쩌면 성가대 옆에 춤추는 무희들의 성무대(聖舞隊)와 화가의 이젤이 함께 놓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손원영 교수
손원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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