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우리 교회의 상징목은?
[예술과 목회] 우리 교회의 상징목은?
  • 손원영 교수
  • 승인 2021.05.2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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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 교회는 어떤 인재상을 추구하고 있으며,
또 그런 인재양성을 위해 어떤 상징목을 활용하고 있는가"

경상북도 안동에 가면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있다. 천 원짜리 지폐에도 나와 있듯이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1501-1570)이 세운 서원이다. 그 서원은 처음에 도산서당이라는 이름으로 퇴계가 몸소 거처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쳤고, 퇴계 사후에는 그의 위폐를 모시고, 서당의 수준을 넘어서 서원으로 그 규모가 확대되었다. ‘도산서원’(陶山書院)이라는 현판은 선조의 명에 의해 한석봉이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병산서원은 그 유명한 하회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서원이다.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1542-1607)과 그의 셋째 아들 류진의 위패를 모셔놓고 있고, 대원군의 사원철폐령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로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교 건축물로 꼽힌다. 서원 앞쪽의 산이 마치 병풍을 두른 듯 멋지게 펼쳐졌다 해서 병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을 얼마 전 둘러보면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두 서원 모두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 모두 유교의 걸출한 학자들을 길러낸 서원이었지만,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그것은 서원에 심겨진 나무의 종류에서 잘 드러났다. 사실 유교에서는 종종 ‘매란국죽’(梅蘭菊竹)을 비롯하여, 군자의 나무라고 일컫는 상징목들이 여럿 있다. 예컨대, 백일홍나무나 은행나무, 소나무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두 서원에 심겨진 나무의 주종이 서로 다른 것이다. 우선 병산서원에는 온통 백일홍나무로 둘러 쌓여있다. 주지하듯이, 유가에서는 백일홍의 줄기가 마치 옷을 벗고 있듯이 매끈하게 되어 있다 하여 군자의 나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군자는 사람의 안과 밖이 같아야 하고 또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 나무가 그런 군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병산서원은 언행일치의 선비상을 추구한 것이다.

한편, 도산서원은 병산서원과 달리 온통 매화나무로 가득하다. 매화는 추운 한 겨울에 시작하여 이른 봄 엄동설한에서도 꽃을 피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매화는 선비의 꽃으로서,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매화가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며 꽃을 피우듯이 그렇게 의연하게 자신의 존재의 꽃을 피우는 것을 상징한다. 아마도 퇴계는 그런 매화형 선비를 이상적 군자상으로 여겼던 것 같다. 실제로 퇴계는 매화를 매우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는 매화나무를 일컬어 그냥 매화라 부르지 않고, 인격적으로 높여서 꽃 ‘화’(花)자 대신 형님 ‘형’(兄)자를 붙여서 ‘매형’이라 부르거나 신선 ‘선’(仙)자를 붙여서 ‘매선’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마지막 유언으로 “저 매형에게 물을 주어라.”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가 얼마나 인생의 최후까지 매화와 같은 존재됨을 추구했는지 잘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과연 우리 교회는 어떤 인재상을 추구하고 있으며, 또 그런 인재양성을 위해 어떤 상징목을 활용하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기독교는 오랫동안 복음을 상징하는 꽃으로서 ‘샤론의 꽃’으로 불리는 ‘장미’나 ‘백합’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 꽃(나무)들이 여전히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복음의 정수인 하나님의 나라를 표상한 상징목으로 이해되고 있는지 지문하게 된다. 더욱이 한국교회가 각 지역이나 교단마다 심지어 개 교회마다 개성이 넘치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각 교회가 자신의 신앙을 표현할 적당한 상징목은 무엇인지 묻게 된다. 우리는 예술목회적 관점에서 이 점을 곰곰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듯이 예술목회란 기독교 신앙의 미적 이념을 성도들이 오감으로 체험하도록 구체화하는 목회활동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교회는 우리의 신앙을 어떤 상징목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말씀과 삶의 일치를 강조하는 교회는 앞서 설명한 병산서원이 강조한 백일홍에 세례를 줘서 그것들을 우리의 교회목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혹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이번 주 당장 예배 후 교우들이 사랑방에 둘러앉아 우리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목을 정하면 어떨까? 그리고 교회창립기념일에 교회 마당 이곳저곳에 그 나무로 기념식수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손원영 교수

(서울기독대학교 교수, (사)한국영성예술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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