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신비로 인도하는 깨어남의 영성
일상을 신비로 인도하는 깨어남의 영성
  • 양성진 교수
  • 승인 2019.01.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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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수도사인 안토니 드 멜로(Anthony de Mello)는 영성(spirituality)을 깨우는 것(waking up)으로 정의한다. 영어 단어 ‘wake’ 는 잠으로부터 깨는 것, 휴면 상태에서 깨어난 것,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것, 인식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등의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의 영이 잠과 같은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깨어나는 것, 신의 현존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 인식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영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필자는 미국 서부에 있는 킹스캐년(Kings Canyon) 국립공원을 방문했었다. 그곳은 화강암으로 이뤄진 깊은 협곡이다. 킹스캐년 안에 줌발트 메도우(Zumwalt Meadow)가 있는데, 이곳은 마치 초원과도 같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과 주변은 평평하면서도 숲이 우거졌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주변의 산들이 초원을 안고 있는 듯 했다. 차에서 내려 줌발트 메도우로 들어가는 순간, 하나님께서 초원을 그의 팔로 꽉 안은 것처럼 느껴졌다. 걸어가는 동안 마치 하나님의 품 안을 걷는 것과 같았으며, 그 분의 호흡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하나님의 심장 박동에 맞춰 나의 심장도 뛰는 것 같았다. 지저귀는 새들과 바람들이 하나님의 웅장하심을 찬양하는 영적 경험이었다. 신비로운 감흥과 감동은 머무는 동안 지속되었고, 입술에서는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이 찬양을 계속 읊조렸다.

그 곳에 들어가는 순간 나의 영이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깨어나는 경험이었다. 깨어나는 순간 하나님의 광대하심과 웅장하심을 인식했다. 또한 인식을 넘어서 영과 혼, 육이 하나님의 현존을 깊이 체험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깨어남의 순간이요, 영적인 신비이다. 우리는 이러한 영적인 깨어남의 순간, 즉 영적인 신비를 우리의 삶에서 경험했고, 경험할 것이다. 분주한 삶 가운데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에 예배, 말씀, 또는 대화와 같은 삶의 환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현존하심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가 바로 영적으로 깨어남의 순간이요, 영적인 신비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무엇이 우리의 영을 깨우는가? 무엇이 신성한 것을 인식하게 하며, 그 인식을 유지하게 하는가? 그것이 바로 기도이다. 인간의 삶의 모든 형태를 영성이라 보았을 때, 기도 또한 영성의 한 형태가 된다. 또한 기독교 전통에 있어서 기도는 영적인 훈련의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기도 또한 ‘깨우는 것’으로 정의하며, 깨움의 영성을 위하여 은총의 수단이다. 예수회 설립자 로욜라 이그나티우스는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는 일상 안에서의 깨움의 영성을 강조한다. 세상의 모든 것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며,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에서 영적으로 깨어 있을 때, 우리는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의 경관, 인간의 만남, 교회를 포함하여, 우리가 거주하는 곳마다, 머무는 곳마다, 하나님의 현존하심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삶의 경험과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그나티우스는 일상에서 깨어있는 영성훈련으로 성찰기도(Examen Prayer)를 제안한다. 성찰기도는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기도이다. 일상에서의 특별한 시간, 사건, 경험을 성찰하면서, 하나님의 함께하심과 현존을 인식하는 것이다. 단순히 우리가 경험한 사건과 시간을 떠올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과 경험에서의 하나님의 활동을 인식하는 것이 성찰기도이다. 따라서 성찰기도는 일상의 삶에서 현재의 순간에도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도록 인도한다. 성찰기도는 우리가 깨어 있도록 하는 영성훈련이다. 아래는 우리의 삶 속에서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성찰하는 성찰기도에 대한 실제이다. 이 기도를 통하여 우리의 일상에서 현존하는 하나님을 경험해보자.

1) 긴장을 풀고,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편안하여 잠들지 않게 한다.

2) 이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쉰다. 모든 감각과 의식을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한다.

3) 깊게 호흡을 유지하며, 숨을 들이 마실 때 마다 우리의 호흡보다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을 마음속으로 초대한다.

4) 침묵 가운데 찾아오는 고요함 속에 감사한 마음을 느껴본다. 그리고 이 시간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해달라고 기도한다.

5) 이제 지난 24 시간의 삶을 되돌아본다.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서 어제 이 시간 까지 천천히 우리의 의식을 되짚어본다. 하나님의 눈으로 지난 하루를 가까운 시간에서 먼 시간으로 순서대로 돌아본다.

- 이 자리에 나오긴 전에 무엇을 했는가?

- 어디에 있었는가?

- 누구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가?

- 점심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했는가?

- 점심 식사시간 전에는 무엇을 했는가?

- 오늘 오전시간은 어떻게 보냈는가?

- 아침 식사를 할 여유는 있었는가? 아침식사는 어디에서 누구와 했는가?

- 아침식사 전에는 무었을 했는가?

- 지난밤 편안히 잤는가? 아니면 여러 가지 이유로 숙면하지 못한 밤이었는가?

- 혹시 꿈을 꾸었는가?

- 어젯밤 언제 잠자리에 들었는가?

- 어제 저녁시간은 어떻게 보냈는가?

6) 우리는 지난 24시간을 돌아보았다. 지난 24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함께 하셨는가를 되새겨본다. 지난 24시간 동안 우리의 삶, 어디에서 하나님이 활동하고 계셨는가?

7) 하나님께서 함께 계셨을 때 어떠한 느낌이었는가? 기쁨, 평안, 사랑, 소망의 마음이었는가? 그 감정을 느껴보기 바란다.

8) 또한 지난 24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나와 멀리 계시다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는가? 우리가 분노할 때, 걱정, 긴장, 불안, 초조, 유혹, 두려움 등에 사로잡히는 순간들이었는가?

9)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다면 하나님께 이 시간 기도한다. 하나님이 우리의 생각과 마음, 행동을 바꾸기를 원한다면 회개함으로 순종한다.

11) 지난 24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서 함께하신 것에 대해 감사함으로 기도하며 기도를 마무리한다.

 

 

 

양성진 박사교수학습센터/산학협력단 연구원신학과 세계 편집담당자기독교교육 시간강사
양성진 박사
교수학습센터/산학협력단 연구원
신학과 세계 편집담당자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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