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맡은 관원, 소믈리에'
'술 맡은 관원, 소믈리에'
  • 최정욱 소장
  • 승인 2018.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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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고 추천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소믈리에(sommelier)라고 합니다. 좁은 의미에서는 레스토랑 등에서 주로 포도주(와인)만을 다루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각종 주류에 관한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위키 백과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화려하게 비쳐진 경우가 많아 외식업 종사자인 셰프(chef)나 소믈리에에 대해 멋진 환상들을 가진 분들도 종종 있는 듯 합니다. 소믈리에가 출연한 예능 프로에서, 화려하고 멋진 표현을 써서 와인을 표현하거나,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g tasting)을 통해 와인의 이름이나 만든 지역을 알아맞히는 묘기가 방송에서 부각되어 보여져서일 듯 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얘기해, 셰프와 마찬가지로 소믈리에도 현대산업에 종사하는 직업의 하나로, 기업에서 필요에 의해 고용한 직원입니다. 멋지고 화려하게 보이는 이면에 하루 종일 서서 손님들의 이러저러한 복잡한 요청을 수행하고 만족시켜야하는 고달픈 생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지고 있나요’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민간단체에서 소믈리에의 전문적 직무를 위해 교육하고, 일정한 검정을 거쳐 자격증을 발행하기도 합니다만, 원래는 그 직종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노력하면 가지게 되는 직무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더 전문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격증이 없다고 그들이 전문가가 아니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소믈리에는 와인을 추천하고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지식이 뛰어나고 화려한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손님들에게 적절한 와인을 추천하여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좋은 소믈리에가 될 수 없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능한 소믈리에란 고객만족을 통해 결국 와인을 많이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술맡은 관원 '느헤미야' (출처 : www.tenthillbaptist.com)
술맡은 관원 '느헤미야' (출처 : www.tenthillbaptist.com)

성서에서 이 소믈리에 직종에 종사했던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는 창세기 요셉이야기에 나오는 ‘술 맡은 관원’(창 40:2)과 느헤미야서에 나오는 느헤미야 본인입니다. 요셉이 옥에 갇혔을 때 술맡은 관원과 빵굽는 관원의 꿈을 해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 나오는 술 맡은 관원이 현재의 소믈리에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인입니다.

고대 중동은 물이 귀해 식수의 안정적인 공급이 생존의 필수적인 요소였고, 부족한 물 대신 황무지에서 자란 포도 과즙을 통해 발효된 와인이 수분공급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과즙이 발효된 와인은 알콜성분으로 인해 오염된 식수를 살균하기도 하는 해독제역할도 병행하고 있어 종종 혼탁한 물과 섞어 마시기도 했습니다.

술 맡은 관원은 단순히 술잔에 술을 따르는 직업이 아니라, 끊임없이 암살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던 그 당시 군주들의 안정적인 식수 및 음료를 담당하는, 최측근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빵 굽는 관원’은 음식을, ‘술 맡은 관원’은 음료를 담당하며 왕의 식탁에 오르는 모든 음식을 점검하고 책임지는 최종적인 역할을 담당한 관리였습니다. 이 빵 굽는 관원과 술 맡은 관원이 정적들과 내통하게 되면 왕을 쉽게 암살하게 되기 때문에, 왕은 이 두 직종을 가장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부하를 시켜 담당하게 했다고 합니다.

느헤미야가 아닥사스다왕에게 술을 따르다 안색이 좋지 않아 지적을 받은 이야기가 나옵니다.(느2:2) 우리말로는 왕이 느헤미야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걱정하는 어투로 물어 느헤미야가 황공하여 대답한다고 나와 있으나, 영어로는 왕이 묻자 느헤미야가 매우 두려워하였다(very much afraid)라고 나와 있습니다. 평소와 같지 않아 낯빛이 좋지 못한 소믈리에, 술 맡은 관원인 느헤미야를 추궁하는 왕의 살기어린 지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전에는 궁에서 왕이나 군주만이 누릴 수 있었던 술 맡은 관원을, 현재는 동네의 작은 레스토랑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소믈리에는 현재 자신이 서비스를 맡은 손님을 예전 궁에서 자신이 모시던 왕처럼 대접합니다. 지금 그 손님이 이 사회의 왕이든, 고귀한 사람이든, 삶에 고단에 지쳐 식사를 하러 찾아온 피곤한 가장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그 식당을 찾은 손님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식사하도록 돕는 직업인입니다.

가족, 친구들과 행복한 식사를 위해 식당에서 소믈리에를 만나게 된다면 요셉이 만났던 술 맡은 관원, 왕 앞에 서서 차분히 낯빛을 유지하려고 했던 느헤미야를 한 번씩 떠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술 맡은 관원은 여러분을 그 옛날 느헤미야때의 왕처럼 대접해 줄 것입니다.

 

최정욱 소장광명시청 주무관,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 전공
최정욱 소장광명시청 주무관,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 전공,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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