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 오동섭 목사
  • 승인 2019.01.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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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암스트롱. 출처 : 위키피디아
루이 암스트롱. 출처 : 위키피디아

재즈 역사에서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위대한 재즈 연주자이며 가수였던 그의 곡 중에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곡이 있다면 분명히 'What a wonderful world!'(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것이다. 그런데 이 곡의 노랫말을 잘 살펴보면 그가 그리는 세계는 대단한 세계가 아닌 우리가 늘 접하는 매우 일상적인 소박한 세계이다. 그는 소소한 일상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러면 난 스스로 생각을 하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의 어린 시절은 그리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었다. 날마다 눈을 뜨면 엄마의 푸념과 원망 섞인 말에서 그에게 아름다운 세상은 너무나 멀리 있는 듯했다. 그렇게 피하고만 싶었던 세상 속에서 그에게 음악은 보이는 현실을 넘어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주었다. 과연 우리의 일상은 어떠한가? 과연 아름다운 세상인가? 우리에게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민경숙의 사과. 출처 : www.pictame.com
민경숙의 사과. 출처 : www.pictame.com

흔히 인류 역사에 세 가지 중요한 사과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사과는 아담과 하와의 사과이며(물론 선악과가 사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두 번째 사과는 만유인력, 즉 중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다. 그리고 세 번째 사과는 폴 세잔(Paul Cézanne)의 사과라고 한다. 세잔에게 사과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오브제였다. 세잔은 사과에 집착하여 진짜 사과를 그리고 싶어 사과를 보고 또 보고, 수십 번, 수백 번 고쳐 그렸다. 그런데 정작 세잔이 그린 사과 작품을 보면 매우 실망스러워 보인다. 색깔도, 모양도 진짜 사과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허접해 보이고 구도도 맞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진짜 사과라고 하면 17세기 자연주의 작가 지오바니 스탄치(Giovanni Stanchi)의 사과나 현대 극사실주의 민경숙 작가의 사과 정도는 되어야 진짜 사과를 그렸다고 하지 않을까? 당시 세잔의 작품을 보고 많은 비평가는 “병 걸린 눈을 가진 작가”, “통탄할 실패”라고 독설을 퍼부었고 정부 관계자는 세잔의 작품을 보고는 “프랑스 미술을 모욕하는 쓰레기”라고 혹평했다. 심지어 친구 에밀 졸라는 그의 작품을 보고는 “불안정, 나약함, 그리고 우유부단”이라는 평가를 했다.

세잔의 사과. 출처 : 위키피디아
세잔의 사과. 출처 :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세잔이 본 진짜 사과는 과연 무엇인가? 세잔에게 ‘본다는 것은’ 이전에 화가들이 사물을 보고 화폭에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옮겨 놓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세잔에게 본다는 것은 그 사물 너머 본질을 보고 싶어 했다. 그에게 본다는 것은 예술의 경지를 넘어서 종교적인 지평으로 나아가는 작업이었다.

세잔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저기서 빛살들이 어둠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네 선들은 여기저기 죄수들처럼 색조들을 가두고 있지. 나는 이들을 해방 시키고 싶어” 세잔은 그의 화폭 안에 정지된 정물들이 서로 격렬하게 운동하며 서로의 색이 섞여 새로운 사물들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사물들이 단순히 정지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어 서로 소통하고 변화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공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한 마디로 세잔은 이러한 정물들을 단순히 시각이 아닌 온몸으로 느끼고 보고 또 보며 진정으로 보이는 진정한 사과를 그리고 싶었다. 마치 사도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후 그의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고 이전에 알지 못했던 믿음의 세상을 본 것처럼 그는 사과를 보고 다시 또 보며 그리고 또 그렸다.

지오바니 스탄치 'Autumn' 출처 : fineartamerica.com
지오바니 스탄치 'Autumn' 출처 : fineartamerica.com

루이 암스트롱은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음악’을 통해 눈에 보이는 현재를 넘어 진정한 현재를 보았다. 그 속에서 그가 피하고 싶고 만나고 싶지 않은 현실 속에 있는 내가 아닌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었다. 과거와 미래가 만든 허상 속에서 늘 못난 나, 가능성이 없는 나, 이 세상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였지만 진정한 현재 속에 있는 ‘사랑받는 나’, ‘가능성이 있는 나’, 정말 이 세상에서 태어난 ‘소중한 나’였다. 그는 음악을 통한 진정한 현재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갔다. 그는 재즈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요한일서 1장 1절에서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는 말씀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오감으로 하나님을 새롭게 체험하며 그런 믿음의 눈으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보는 것이다. 단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삶이 아닌 그 일상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것, 새로운 나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 꽃’ 이란 시에 보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나도, 우리도) 그렇다’라고 세상을 새롭게 보고 있다. 풀꽃은 스쳐 지나가면 알 수 없는 아주 보잘것없는 꽃이다. 정말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작은 꽃,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자신도,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거대한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을 보면 풀꽃처럼 보잘것없는 존재로 살아간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정말 괜찮은 사람이 아닌가? 폴 세잔이 보고자 했던 진실한 사과, 루이 암스트롱이 보았던 아름다운 일상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에서 하나님의 숨겨진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우리는 분주한 일상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1분이라도 물끄러미 우리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응시하거나 바쁘게 걸어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열 걸음이라도 아주 천천히 걸어보자. 지하철을 기다리며 동동거리다가 도착한 지하철을 띄워 보내는 소박한 여유를 부려보자. 우리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천천히 걸으며 지하철을 띄워 보낼 때 우리 안에 새로운 현재, 영원한 현재가 불쑥 들어와 새로운 기쁨과 자유와 아름다움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새해에는 현재가 또 다른 현재라는 미래를 만들어 내듯이 하나님이 일상 속에 숨겨진 선물(present)을 발견하며 새로운 나, 새로운 세상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며 살아가길 소망해 본다.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스페이스 아이 대표극단 미목 공동대표
오동섭 목사
미와십자가교회 위임목사
스페이스 아이 대표
극단 미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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