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의 무게
왕관의 무게
  • 김윤태 목사
  • 승인 2018.08.02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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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1위 독일 축구 국가 대표팀이 1938년 이후 80년 만에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그것도 선수 전체 몸값이 독일 축구 선수 한 명의 몸값보다 못한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2:0으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있는데, 그 중에 밝혀진 어처구니없는 사실 하나는 독일축구팀이 밤새도록 온라인 피파 축구 게임을 하느라 막상 경기 때는 체력 부족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는 것이다. 밤새도록 인터넷 축구 게임을 하느라 정작 진짜 축구는 제대로 뛰지 못했다는 이 상황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2013년에 SBS에서 방영했던 수목 드라마 “상속자들”의 부제목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One who wants to wear the crown, bear the crown)”이다. 원래 이 말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 4세’를 꼬집고자 그가 희곡에서 한 말이었다. 어쩌면 이 말은 독일 축구 국가 대표팀들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게를 견뎌낼 자격이 없는 자는 왕관을 쓸 자격도,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말을 들을 자격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 말은 우리 한국 사회 전체가 귀담아들어야 할 말 같기도 하다. 대한항공 갑질에 이어 아시아나 항공의 갑질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우리 사회도 존경할만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례들을 들어볼 수 있을까? 러시아 사상가 라브로프는 모든 지식인들은 민중의 희생 속에서 교육의 기회를 얻었으므로 마땅히 부채상환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독립운동이나 농촌 계몽운동을 벌였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부채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나서지 못한 사람들도 최소한 채무 불이행의 부끄러운 마음 정도는 가지고 살았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식이 바로 이런 부채의식은 아닐까? 고위 지도층에 있는 자들일수록 더더욱 이런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아니면 부모덕이든, 그들이 잘나서 그 자리에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희생과 기회 박탈을 통해서 그 자리에 이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채상환의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다면 그 자리에 있어선 안 된다. 독일 축구 협회는 자기 관리를 못 하고 밤새도록 게임을 하는 독일축구팀을 위해 아예 인터넷까지 끊었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사회도 왕관의 무게를 견딜 의지가 없는 자들로부터 왕관을 수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셰익스피어 말로 돌아가 보자.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많은 사람이 이 말을 동기부여를 위한 말로 쓴다. 가령 “좋은 대학을 가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승진하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런 의미로 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좋은 대학을 가고 나면, 승진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기 멋대로 살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 나오는 다음의 문장 “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 왕관을 쓴 머리는 편안히 쉴 수 없다”를 의역한 말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 열심히 수고하고 애쓰라는 뜻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더더욱 쉴 수가 없다는 뜻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가 아니다. 이미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이 쓰고 있는 왕관의 무게는 얼마인가? 당신은 지금 그 무게를 견뎌내며 살고 있는가?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다면 이제 그만 그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좋겠다. 왜냐하면 왕관을 쓴 머리는 편안히 쉴 수 없기 때문이다.

 

 

김윤태 목사 (신성교회 담임 / 대전신대 선교학)
김윤태 목사 (신성교회 담임 / 대전신대 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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