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가 필요한 사회
마녀가 필요한 사회
  • 김윤태 목사
  • 승인 2019.09.26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8:11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라

조국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명 후 한 달 동안 조국 후보자 관련 기사가 118만 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장관 후보자가 아닌 장관 후보자 딸 문제로 온 언론과 정치권, 검찰이 이토록 떠들썩했던 적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범죄 사실의 유무를 떠나, 중세시대 마녀사냥이 떠오르는 것은 필자만의 착각일까?

중세시대 유럽인들은 악마와 계약을 맺은 인간, 즉 마녀가 있다고 믿었다. 물론 과학적으로 마녀의 존재가 입증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시대에 마녀로 정죄되어 처형된 희생자 수는 최대 10만 명에 달했다. 다수가 근거 없이 한 개인이나 집단을 공격하는 비이성적 폭력, 마녀사냥은 도대체 왜 생겼던 걸까? “비이성의 세계사”를 썼던 정찬일은 중세시대뿐 아니라 사회가 위태로울 때면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마녀사냥은 항상 있어왔다고 주장하면서 로마 대화재의 주범으로 몰렸던 기독교인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미국의 매카시즘, 중국의 홍위병 등을 그 예로 든바 있다. 쉽게 말해, 마녀사냥은 위태로운 사회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일종의 정서적인 하수처리장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주경철은 “마녀”라는 책에서 마녀사냥은 유럽 문명 발전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근대성에 이르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서구 근대성은 진리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어기는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그리고 최고의 선을 확립하기 위해 최악의 존재가 필요했는데, 이 과정에서 집단적 비이성의 합리화, 마녀사냥이 고안되었다. 결국 내가 선이 되기 위해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위험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눈에 드러난 악의 실체가 필요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중세시대엔 마녀였고, 일본에서는 이지매, 한국에서는 왕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녀는 오늘날 경상도 출신, 전라도 출신, 종북좌파, 친일파, 동성애자, 이민자, 등의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 가운데 존재하고 있다.

이런 인간의 실존을 잘 드러내주는 영화중 하나가 나홍진 감독의 “곡성(哭聲)”이다. 영화 줄거리는 어느 시골의 작은 마을에 의문의 연쇄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그 사건의 원인이 일본에서 온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퍼져 나가면서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가톨릭 부사제와 악마로 의심받는 일본 외지인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마지막 장면이다. 가톨릭 부사제가 일본 외지인에게 당신이 악마냐고 묻는다. 그러자 일본 외지인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누군지 내 입으로 아무리 말해봤자 네 생각은 바뀌지 않을 거야. 넌 내가 악마라는 의심을 확인하러 온 거야.”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곡성의 부제는 “절대 현혹되지 마라”였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우리는 이미 현혹되어서 처음부터 일본 외지인을 악마로 단정 지어 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그 의심을 확인하려고 했고, 외지인은 우리가 보고자 했던 대로 점점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런데 뜻밖에도 악마의 모습을 한 외지인이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말하게 된다. 심지어 손의 성흔까지 보여준다. 이 모습을 보고 부사제는 “주여”라고 외치게 된다. 진짜 그가 악마였을까? 영화 전반에 걸쳐 일본 외지인이 겪는 일들은 예수님의 일대기와 매우 흡사하다. 외지인은 예수님처럼 의심받고, 핍박받고, 결국 죽임을 당한다. 2천 년 전 예수는 어쩌면 예루살렘 사람들에게 외지인이었고 악마였을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이 예루살렘이고 예수님이 이런 존재였을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결국 십자가 죽음은 2천 년 전 예루살렘판 마녀사냥이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악마의 두 축은 언제나 북한과 일본이었다. 남한이 선이 되려면 일본과 북한은 악마여야 했다. 우리 사회 내에서 누군가 선이 되려면 그 악마와 손을 잡은 마녀가 있어야 했다. 보수정권은 진보정권이 절대 악인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 마녀이기를 원했다. 진보 정권은 보수 정권이 또 다른 절대 악인 일본을 추종하는 친일 마녀이기를 원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은 보수정권을 마녀사냥하기 더없는 호재였다. 보수정치인들의 친일 발언들이 대서특필되었고 보수정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보수 정권과 보수 언론들에게도 반격하기 위해 또 다른 마녀가 필요했는데, 그때 마침 조국의 딸이 등장한 것이다. 정말 표창장이 위조되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살기 위해 조국의 딸은 마녀가 되어야만 했다. 그러자 이제는 진보정권에게 또 다른 마녀가 발견되었는데, 장제원 의원의 아들과 나경원 의원의 아들이었다. 이렇게 서로 서로 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건국 이래 최대의 미제 사건 중 하나였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 용의자가 밝혀졌다. 이 얼마나 엄청난 사건인가? 진짜 마녀가 잡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여전히 조국 장관과 나경원 의원의 기사로 도배되어 있다. 도대체 진짜 마녀는 누구였을까? 화성연쇄살인범일까, 아니면 조국 장관의 딸, 혹은 나경원 의원의 아들일까? 정말 마녀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혹시 마녀가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그것이 참 궁금하다. 혹시 그동안 우리는 이렇게 말해 온 것은 아닐까? “진짜 마녀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아. 나를 위해 너는 마녀가 되어줘.”

김윤태 목사<br>​​​​​​​ (대전신대 선교학/신성교회 담임)
김윤태 목사
(대전신대 선교학/신성교회 담임)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