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디지털 리터러시
유튜브와 디지털 리터러시
  • 문상현 교수
  • 승인 2018.09.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맹위를 떨치던 폭염을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테이블이 다섯 개도 안 되는 작은 카페라 의도치 않게 구석 자리 노인 세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북한의 배가 32차례 내려와 군량미를 실어 갔고 그 결과 남한의 쌀값이 폭등했다는 이야기, 종전선언을 하면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없으니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 등 언론매체 어디서도 들을 수 없고 사실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소위 ‘가짜뉴스’들이었다. 최근 들어 지난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 메신저를 통해 유포되던 가짜뉴스의 주 진원지가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다. 먹방, 게임, 뷰티 방송 등 10대들의 놀이터로만 생각되던 유튜브에 50대 이상의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수 성향의 시사방송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방송은 자극적 욕설이나 선정적 장면, 소수자에 대한 혐오, 노골적인 상업성 등으로 인해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던 중 정권교체로 인해 기존 언론매체에서 밀려난 극우보수 인사들이 유튜브에 둥지를 틀었고 1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방송도 여럿 생겨나게 되었다.

진영의 관점에서 정치시사를 다루는 1인 방송은 유튜브 이전에도 많았다. 정치 관련 팟캐스팅으로 스타덤에 오른 진보인사 김어준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보수 성향의 1인 방송은 이념지향성을 넘어 걸러지지 않은 왜곡과 거짓 뉴스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하다. 제도화된 뉴스 생산 시스템을 체화하고 실천해 온 주류 언론매체와 달리 1인 방송은 뉴스 가치 선정에서 과도하게 편파적일 뿐 아니라 팩트 체크나 불편 부당성 같은 언론의 기본적 규범수행을 외면하고 있다. 언론에게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웨스터슈탈(Westerstahl)에 따르면 객관보도는 사실성과 불편부당성을 핵심으로 한다. 뉴스는 진실하고 사건의 핵심을 다루어야 할 뿐 아니라 보도의 양과 질에서 치우침이 없으며 사건과 이해당사자로부터 중립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취재의 윤리성과 공명정대함이 빠져서는 안 된다. 기존 언론보도 역시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많은 한계와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러한 규범을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으며 심의나 언론중재 등 이를 감시,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있다. 하지만 유튜브 1인 방송은 이러한 제도적 교정 장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유튜브가 국내 규제로부터 벗어나 있는 글로벌미디어라는 점도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유튜브 1인 방송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사회이슈에 대해 균형 있고 객관적인 의견을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의 맞춤형 정보제공 방식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특정 성향의 콘텐츠를 시청할 경우 유튜브는 유사한 내용과 형식의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추천해 준다. 내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전통적 매체의 콘텐츠 제공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자신의 의견과 가치에 맞는 정보에만 노출하고 소비할 때 발생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유튜브 같은 1인 방송에서는 훨씬 강력하게 나타나게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뉴미디어의 등장은 비할 수 없는 편리함과 민주적 의사소통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동시에 많은 것을 우리로부터 앗아가기도 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과 더 이상 대화하지 않으려 하며 익명성에 숨어 타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게 되었다. 유튜브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한 가짜 뉴스의 범람과 집단 극화는 위험 수준에 이르렀고 이로 인한 시민성과 사회적 신뢰 하락은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다.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 사용량과 영향력이 네이버나 페이스북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특히 10대에겐 ‘갓튜브’라 불리며 미디어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 세대는 모든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얻고 있다. 장년층 역시 다른 이유지만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유튜브(로 대표되는 글로벌 미디어)에 대한 제도적 개입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매체 특성상 쉽지는 않겠지만 방송통신심의 같은 규제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율적 자정을 강제할 방법도 연구해 봐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제고할 수 있도록 사용자 교육에 힘쓰는 것이다. 노인의 7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적 활용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 보다는 정보나 콘텐츠를 다양하게 접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독교와 일부 보수적 교인들이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의 핵심 시청 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다수 교인들은 억울하겠지만 일부 교회가 지난 시기 보인 정치적 편향에 기인한 오해라 생각한다. 교인이자 언론학자로서 한국교회가 교인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학교를 통한 교육은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수나 파급력에서 많은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장년층이 가장 많이 모이고 양육 프로그램이 보편화된 교회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행해진다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기독교와 한국 교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명 역시 줄일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나서 볼만 하지 않을까?

 

 

문상현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문상현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