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시행 그 이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그 이후
  • 김승호 교수
  • 승인 2018.08.2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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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올 2월 4일부터 8월 3일까지 실제 연명의료결정 건수는 1만4,787건이었다. 이 중에 환자의 의사가 반영된 연명의료결정은 전체건수의 34.7%(5129건), 가족의 의사로 인한 결정은 65.3%(9,658건)였다. 연명의료결정이 가능한 윤리위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159개로 병원급 이상 대상의료기관(3,337개)의 4.7%(157개)에 불과하다. 윤리위가 없는 의료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공용윤리위(전국 8개 의료기관)도 지역별로 지정되어 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의료계는 환자 본인이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경우에 연명의료결정 과정이 너무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해서 이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원래 취지는 환자 자신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자는 것인데 실제로는 공용윤리위가 의사결정을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환자를 직접 치료하지 않은 다른 병원의 윤리위가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게다가 윤리위가 없는 의료기관이 공용윤리위로 지정받은 의료기관에 연명의료결정 위탁을 할 경우에 보증금과 심사 건당 비용 지불이라는 부담도 져야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까지 공용윤리위를 활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복지부와 국회는 연명의료결정에서 가족의 추정이나 가족의 전원합의가 필요한 경우 가족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연명의료결정을 위해 공융윤리위에 위탁할 경우에 보증금과 심사 건당 비용도 하향조정한 상태이다. 일각에서는 법 제도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미 전체적인 방향은 연명의료결정 과정을 간소화 내지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하여 이러한 정부와 국회의 발 빠른 대처와는 달리 한국교회는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에 나타난 문제점들에 대해 개신교 각 교단이나 개신교를 대표하는 기관들에서 이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명의료와 관련하여 모호하고 혼란한 가운데서 목자 없는 양 같이 유리방황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한국교회 교우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죽음의 과정에 들어선 환자에 대한 의료적 조치는 ‘치료’가 아닌 ‘돌봄’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아직도 의료현장에서는 말기환자에게 진단결과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상당수의 말기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스스로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할 기회 뿐 아니라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기회마저 놓쳐버린 채 죽음의 과정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말기환자에게 정확한 상태를 고지하는 문화 또한 교회가 앞장서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생명의 종결과 관련된 이슈는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있는 개인과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실존적 문제이다. 한국교회는 연명의료결정 과정이 점점 더 간소화되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떤 응답을 해야 할지,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이 정한 연명의료의 종류가 4 가지(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투여)로 제한되어 있지만 향후 이 종류가 더 늘어날 경우에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그리고 스스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에는 어떤 방법으로 연명의료를 결정해야 할지 등의 문제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교우들이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개신교 각 교단과 개신교 대표기관들은 산하에 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연명의료결정과 관련된 이슈를 포함하여 생명윤리 이슈 전반에 관한 연구를 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역교회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등에 관한 교육 시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말만 무성한 교회가 아니라 생명윤리 이슈와 관련하여 딜레마에 빠져 있는 교우들에게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사실을 교회가 실천하고 있음을 이런 행동과 조치를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김승호 교수영남대, 장신대신대원영국 버밍엄대, 켄트대(Ph.D)현재 영남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목회윤리연구소장
김승호 교수영남대, 장신대신대원영국 버밍엄대, 켄트대(Ph.D)현재 영남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목회윤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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