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총균쇠, 그리고 바이러스
[데겔칼럼]총균쇠, 그리고 바이러스
  • 김윤태 목사
  • 승인 2020.06.09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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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처음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책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가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왜 구대륙에서 문명이 먼저 발달하고 신대륙을 비롯한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일정 이상으로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다이아몬드는 인간 사회의 불평등한 문명의 발전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럽의 아메리카 정복을 그 예로 들고 있는데, 그는 주장하기를 유라시아의 지리와 환경 때문에 농업이 발전하여 총기와 철제무기가 개발되었고, 가축을 기르다 보니 다양한 전염병 균이 발생하여 이에 대한 내성이 없는 신대륙을 손쉽게 정복했다는 것이다. 물론 19세기 진화론이 비판받았던 것처럼 진화생물학자인 다이아몬드의 환경결정론은 문화적 발전의 단선적인 도식의 오류나 인류 문명에 대한 환원주의적 접근, 혹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학, 인류학, 역사학, 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학제간 연구를 통해 문명의 기원과 발전, 불평등에 대해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분석을 시도했다는데 큰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인류문명에 대한 그의 환경결정론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새로운 생태학적 변화로 인해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사회는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예배와 같은 비접촉, 비대면 방식의 언택트(untact) 시대로 갑자기 접어들었다. 이런 변화는 필연적으로 21세기 정보통신 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겼는데,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반강제로 몰고 온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과연 무엇이 인류 문명 발전에 독립변수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국제미래학회가 2015년 발간한 “대한민국 미래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창의와 인성을 중시하는 휴머니즘의 부각을 예측한 바 있다. 가상의 세계에서는 지리적 환경이나 생태적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남극이나 북극, 혹은 아프리카라 할지라도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다면 동일한 환경에 속해 있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19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서 인류 문명은 지리적 환경보다 인간 개개인의 창의력이나 지도력, 시민의 연대가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인간이다. 인간 개인이 문명을 결정한다. 이것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나라별 대응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한 나라는 서구라파 선진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정부 지도자들의 발 빠른 대처, 모바일 앱을 통한 확진자들의 동선파악이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와 같은 창의적인 휴먼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문명질서 출현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총균쇠, 그리고 이제는 바이러스다. 총균쇠로 대표되는 시대는 지리적, 혹은 생태적 환경이 문명에 영향을 끼쳤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대표되는 21세기는 결국 인간이 답이다. 시민의 힘이 유능한 정부를 만들고, 유능한 정부가 민족의 운명을 결정한다. 지도자의 리더십, 개인의 창의성, 사회구성원의 도덕성과 민족적 연대 등이 지리적 환경을 뛰어넘는 문명의 도약을 가져올 수 있다. 균은 하나의 독립된 세포로 구성된 미생물이다. 균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상태가 되면 스스로 살아가며 번식까지 이뤄낸다. 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할 수 없으며 반드시 숙주가 존재해야만 한다. 균의 시대는 환경이 결정했다면 바이러스의 시대는 결국 인간이 결정한다. 아무리 깨끗한 환경, 혹은 우월한 지리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일본, 이탈리아의 경우처럼 리더십의 부재나 잘못된 방역 정책, 혹은 한 사람의 슈퍼 전파자로 얼마든지 문명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반대로 BTS나 영화 기생충의 경우처럼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창의력만으로도 얼마든지 세계 문화를 주도할 수 있다. 총균쇠의 시대엔 지리적 환경이 관건이었다면 바이러스의 시대엔 결국 인간이 답이다.

김윤태 목사<br>​​​​​​​ (대전신대 선교학/신성교회 담임)
김윤태 목사
(대전신대 선교학/신성교회 담임)

김윤태 목사

신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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