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원하는 건 정확한 통계다
국민이 원하는 건 정확한 통계다
  • 이창연 장로
  • 승인 2018.09.12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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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겔(TEKEL)칼럼이 무슨 뜻이냐 묻는 독자가 있다. 데겔은 ‘저울질되다‘는 뜻. 바벨론의 마지막 왕인 벨사살의 대연회장 벽에 불현듯 나타난 손가락이 쓴 글씨 중 일부다. ’저울에 달아보니 무게가 모자란다,‘ 즉 ’여러 가지로 결함이 나타났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벨사살과 바벨론의 멸망을 경고하는 말이다. 한편, 데겔은 아람어로 무게의 단위인 ‘세겔’을 가리키기도 한다(단.: 5:25~28), 대충 이 정도면 독자들은 충분히 무슨 뜻인지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꼴통보수’의 딴지 걸기라고 무시할일이 아니다. 현 정부와 가까운 분들도 현 경제상황을  심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다산연구소 칼럼에서 “세계경제는 작년 3.7%에서  올해도 같은 고 성장이 이루어 질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만 거꾸로 침체의 길로 가고 있다”고 충고했다. 좌파의 대부라는 故 리영희 교수는 세상 떠나기 전 진보진영 후배들에게 유연한 사고를 주문했다. 리 교수는 2005년 자서전 ‘대화’ 출간 간담회에서 “세상일에는 절대선도 절대 악도 없다. 단시일에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 타협을 배격하고 독선적인 것 같은 지난날 운동방식에서 탈피해 너그럽고 지혜로워 져야한다”고 했다. 부디 귀담아듣고 바로보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귀 밝은걸 총(聰)이라하고 눈 밝은걸 명(明)이라한다. 귀 닫고 눈 감고서 총명한 정책이 나올 리 없다. 나라는 이념 실험하는 연구실이 아니다. 숱한 목숨이 정책하나에 울고 웃는다. 신념 지키는 사람노릇하려면 원래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자리에 맞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서 여러 일들이 시끄럽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가 “비정규직 통계를 개선하기로 노사정이 합의 했다”고 발표했다. 지금 통계는 원래 정규직이지만 임신, 질병 등으로 일시적으로 시간제 근무를 하는 경우 등도 비정규직의 하나인 ’시간제 근로자‘로 집계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비정규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근로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시간제 근로자는 지난해 266만 명으로 9년 새 2배로 늘어났다. 이중 12.6%가 정규직 성격을 띠고 있다. 일자리위원회 결정대로 이들을 제외할 경우 비정규직(654만 명) 숫자가 33만 명 줄고 그만큼 정규직이 늘어나게 된다. 실상은 그대로인데 통계상으로만 고용사정이 개선되는 듯 만드는 것이다. “비정규직 정책수립의 기초가 되는 통계를 제대로 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자리위의 설명이 일리는 없지 않다. 하지만 16년 만에 손대겠다는 집계방식이 하필이면 비정규직 수치를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라면 오해를 살수도 있다. 그러지 않아도 경제정책이 실패했는데 엉뚱하게 통계청장을 경질한 뒤다. 청와대 입맛에 맞는 통계를 만들겠다는 의심이 커지는데 이런 일까지 벌인다면 통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장 전격교체로 문재인 정부가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신임 통계청장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방식대로 하면 하위 20%의 가처분소득 감소폭이 기존 통계청방식(12.8%)보다 크게 줄어든 2.3%로 바뀐다고 한다. 통계 왜곡이다. 앞으로 이런 수치가 줄줄이 나올 모양이다. 통계청노조공무원은 통계청장 경질에 대해 “통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조치”라는 성명을 냈다. 통계왜곡으로 잠시 국민의 눈을 가리고 경제현실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갑작스레 교체됐다. 본인은 잘린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고용, 소득. 분배가 나빠진 통계가 나오면 이런저런 해석으로 청와대를 적극방어 해야 했는데 반쯤 손을 놓아서 눈 밖에 났다는 말도 있었다. 어쨌든 대한민국정부역사에 경제가 나빠졌는데 그 책임을 통계청장이 지는 희한사례가 기록되게 되었다. 전무후무 할 것 같다. 이제 다음통계청장이 어떤 통계를 내놓아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한국통계를 아무도 믿지 않는 수 십 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창연 장로(소망교회, NCCK감사)
이창연 장로(소망교회,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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