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실천신대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 “정책, 성경적 가치 따져 보아야 한다”
[인터뷰] 실천신대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 “정책, 성경적 가치 따져 보아야 한다”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1.04.30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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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입장, 노선, 후보들의 입장
공정, 공평, 평등한 가치를 살펴야
사회보다 윤리적인 면을 보여줘야
이념론·진영론에 빠지면 큰 걸림돌
건전한 토론 가능한 풍토 마련돼야

지난 4월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 결과를 한국 개신교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첨예한 정치적 문제에 한국 개신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에게 들어봤다. 대담자 이신성 기자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 이신성 기자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 이신성 기자

Q. 야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보궐 선거 결과의 원인은?

정치적인 전문가는 아니라서 적절하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성추문과 관련된 문제로 보궐이 된 것이고, 민주당 자체 당규로 출마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출발부터 국민이 볼 때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처음에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나쁘지 않았는데, LH 관련 보도들이 나오면서 민주당 책임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현 정부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서 그게 큰 작용을 했다고 본다. 오세훈 후보의 의혹 등이 이슈되었을 법도 한데, 그런 이슈보다 부동산 투기와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이 강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이번 보궐 선거 결과에 대해서 한국 개신교가 주목할 점이 있다면?

종교적인 이슈와 관련된 것은 아니라서 특별히 주목될 사항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좀더 보수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진보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독교 신앙이나 가치가 어떤 정당이나 노선이나 정책과 연결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은 공평과 정의를 관심이 많은데, 정당의 입장, 노선, 후보들의 입장을 보았을 때 어떤 후보가 공정, 공평, 평등한 가치를 내세우는 데 부합되는지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하는 정재영 교수. 이신성 기자
인터뷰하는 정재영 교수. 이신성 기자

Q. 일부에서는 성추행 때문에 치룬 보궐선거였는데 여당이 젠더 문제에 민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페미니즘 친화적 정책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20대 남성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개신교가 젠더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까?

일단 두 가지를 분리해야 할 것 같다. 전에 ‘시사인’에서 20대 남성들은 독특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인데, 오히려 20대 남성이 특별히 보수적으로 나왔다. 양성문제에서 역차별 당한다고 보고 피해의식이 있다고 본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군대 문제가 지금 이슈되는 것도 한 면이다. 기존 20대 남성이 사회에서 부당하게 느끼는 공정에 대한 개념이 있다. 여성들에게 역차별 당한다고 느끼는 20대 남성의 독특한 피해의식이 있어서 그것은 그것대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젠더 문제로 보면, 개신교 역시 대부분의 종교처럼 성과 관련해서는 보수적이다. 물론 대부분의 교단이 여성 목사 안수를 인정하고 실행하며, 형식적으로는 성평등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교회는 굉장히 보수적인 성관념을 가지고 있다. 3-4년 전 성의식관련 조사를 했다. 신앙 생활을 오래 한 여성도들은 더 보수적인 성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교회에 성차별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설교에서 여성 차별적인 내용 잘 들었다고 설문에 응답했다. 교회에서의 성관념은 사회 통념하고 동떨어져 있다. 교회가 사회보다 뒤쳐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젊은 사람들은 더 개방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성차별적인 면을 가지는 것이 타당한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교회 활동에서 남성 성도들의 주도적인 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Q. 여당이 당헌과 당규를 개정하고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낸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아무리 합법적으로 법을 개정했다 해도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개신교가 나름대로 법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데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법에는 법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교회법이라고 하면 교회 성도들의 이해, 의견이 중요하다. 항존직 70세 은퇴 같은 경우에도 과거에 한국교회가 성장하던 시기, 교회가 재정적으로 안정될 때에는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성도들이 자기들의 직장생활이 불안하고 훨씬 일찍 퇴직하는데 목사 은퇴 나이는 70세로 정한 것에 대해 무리하다고 보곤 한다. 고령화되면서 너무 연세있으신 분들이 교회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원로목사 전별금도 마찬가지다. 보통사람들은 회사에서 퇴직금이라고 하면 그것으로 끝난다. 물론 목사님은 영적인 일을 위해서 수고했다고 하지만, 원로목사로서의 대우, 은퇴 전별금이 사회에 비하면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교회가 성장을 구가하고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던 시기에는 호의적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지나친 부분이 있다. 외부에서 볼 때 교회가 특별한 집단처럼 보일 수 있다. 사회수준에 맞지 않는 자기들의 기준, 법을 마련하고 진행하는 것을 이상하게 볼 수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 규모가 큰 경우 전별금의 액수 차이도 크고, 특히 개척하고 부흥시킨 목사에 대한 업적에 대한 인정으로 일반적인 금액보다 너무 많이 지출하고 있다. 교회 밖 비그리스도인이 볼 때 오해할 수 있다. 사회보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면을 보여줘야 하는 교회가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Q.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말이 감동을 주었다. 교회 역시 평등, 공정, 정의를 늘상 외치고 강조하는데, 외부에서 비난이 심각하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구조를 갖추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지도 중요할 것 같다. 추진할 수 있는 의지와 여건, 그리고 시스템이 필요하다. 실제로 교회 안에서 그런 일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세상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불평등의 문제들이 있다. 한 교회 안에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대우와 사례의 차이,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사역자 처우의 차이가 있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깊은 인식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교단장이 교단을 대표하지만, 실제 권한 가진 사람들이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그들에게서는 실제적으로 이야기가 잘 안된다.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바꿀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한국교회가 공감하고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가 생각해보면 요원하다. 한 순간에 해결되리라 기대하기 어려우니, 새로운 모범들, 사례들이 나와서 흔히 말하는 자본주의 방식,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이 아니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모습 보여주면 저런 목사, 교회, 성도가 있다고 알려지고 조금식 바꿔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정재영 교수. 이신성 기자
정재영 교수. 이신성 기자

Q. 일선 목회자들의 편향된 정치 성향으로 인하여 야기될 한국 개신교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예상하나?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해서 건전한 토의나 비판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념논쟁, 색깔 논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이전 세대는 한국전쟁의 경험이 있어서 공산주의 사상은 절대로 동의할 수 없고 무조건 반대한다. 그걸 무기 삼아서 조금이라도 문제있다고 생각하면 빨갱이라고 하고, 사회주의라고 비난한다.

개인적으로 기독교는 자본주의와 그리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성경 말씀을 곱씹어 보면 자본주의를 지지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일반적으로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와 자본주의를 연결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열심히 일하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자본주의의 발전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막스 베버를 오해하는 면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성경적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가 이념론이나 진영론에 빠져 있으면 나와 다른 것에 대해서 재고의 가치가 없다고 매도하고 호도할 수 있다. 목회자들 일부가 매도하고 매도당하는 현실이 있다.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보수적 가치를 따르는 것과 진보적 가치를 따르는 것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 성경적인가 따져보아야 한다. 고아, 과부, 나그네를 잘 대우하는 정책을 실행할 정당이 어딘지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이념적으로 먼저 판단하는 것은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가 극복이 안되면 교회나 사회의 발전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Q. 사회의 현상질서를 유지하는 종교의 보수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입장도 있고, 기득권에 저항하고 발전을 이루는 종교의 진보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입장도 있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점점 보수화되고 우익화되는 분위기다. 앞으로 한국 개신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보수적이고 진보적인 진영 문제로 보는 게 문제될 수 있다. 보수적이라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한국 개신교 역시 한국 전쟁의 여파 때문에 보수적이다. 보수적이라는 말 자체는 현상태 유지다. 현상태 유지는 어찌보면 기득권 유지이고,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들을 보전한다는 의미이다. 그게 성경적 가치에 부합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진보가 다 옳다는 말은 아니다. 진보적인 사람들이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그들의 실제적인 삶을 보고 실망하는 면이 있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으면 실망하게 된다. 진보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할 때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입장은 건전한 비판마저도 하지 않게 된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입장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든지 교회에서도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개신교 선교 초기에는 다양한 의사표현이 있었다. 교회가 수평적인 의사소통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운동의 자원으로 사용되었었다. 지금 한국교회는 너무나 보수화되어서 의사소통이 어렵다. 문제 제기가 쉽지 않다. 은혜로, 덕으로만 강조하다 보면 건전한 비판과 사고가 어렵다. 진보와 보수를 너무 나누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친 모습, 즉 극우나 극좌는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대화가 가능하지 않고 합리적 사고가 안되기 때문에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회 안에서, 교회 안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이 그런 모습에 실망할 수 있다. 이미 로버트 퍼트넘이라는 미국 정치학자는 ‘아메리칸 그레이스’를 통해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일을 진단했다. 한국교회에서 젊은이들이 떠나는 요인들 중에 건전한 문제제기도 안되고 대화, 토론이 불가능한 것에 불만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교회가 너무 보수화되었을 경우 사회와 소통이 안되는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Q. 한국교회에 하고자 하는 말씀은?

기본적으로 언론이 하는 역할이, 현실에 대해서 보여주고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중요해도 언론이 다루지 않으면 모르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언론이 언급하면 엄청난 사건으로 인식된다. 교회 교인들도 비판적 사고도 하고 토론하는 것이 필요한데, 교회가 신앙, 믿음만을 강조하며 판단하지 않고 덮어놓고 믿는 경우가 많다. 일반 언론, 특히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을 다양하게 섭렵하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보통의 경우 기독교인들이 무비판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다. 정치 토론의 어려움은 정치 얘기가 싸움이 되는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극복해야 한다. 밖에서는 선거철에 정치 얘기하는데 교회 안에서는 정치 얘기를 안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된다. 우리 교회 안의 형제들과 자매들이 어떤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는 지 물어보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모순이다.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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