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숭실대 김회권 교수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내다보는 2020년과 2021년"
[인터뷰] 숭실대 김회권 교수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내다보는 2020년과 2021년"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1.01.08 0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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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그리스도인이 주목할 사건
2021년 포스트코로나 전망
화해 통합은 정의 평화와 연동

숭실대 김회권 교수를 만나 우리 사회의 문제와 비전을 이야기했다. 신학자가 되돌아본 2020년과 2021년 전망이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 대담자 이신성 기자.

숭실대 김회권 교수 연구실에서. 이신성 기자
숭실대 김회권 교수 연구실에서. 이신성 기자

Q. 2020년 한해를 되돌아볼 때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목하여야 할 사건이 있다면?

A.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2020년 2월 23일을 기점으로 교회예배가 비대면 예배로 전환된 사건이다. 둘째, 이것과 관련해서 지난 8월 15일, 전광훈 일당이 방역 당국과 대치하면서 감염을 전국적으로 전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건이다. 이 전광훈 사건은 한국교회의 공신력을 공식적으로 저하시킨 사건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없는 불건전한 집단이 한국교회 이름으로 8-15 기도회를 하면서 극우 정치적 담론 혹은 주장과 구호를 외쳤다. 아직도 전국적으로 군소 교회들이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드렸다가 집단 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는 형편은 전광훈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부정적 의미의 자기성찰을 강요받은 사건이라고 본다.

Q. 갈등과 분열 상황 극복을 위해 화해와 통합을 강조하는데 전제 조건이나 필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한국교회가 통합과 화해를 외쳐야 하지만, 정의와 평화가 항상 같이 연동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평화와 통합을 외치는 사람은 가해자 편에 서면 안된다. 통합, 화해, 평화는 피해자만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담론이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드디어 “그만 평화!”라고 외쳐야 화해가 시작되지, 가해자가 “평화! 통합!”이렇게 강요하는 것은 2차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 평화, 화해, 통합을 외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사회의 불의한 사회구조 때문에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그들을 괴롭힌 가해자를 용서할 때 평화의 가능성이 열린다. 이들이 가해자를 용서하려면 그 피해자들이 먼저 하나님께 위로를 받아야 한다. 한국교회가 바로 이런 피해자들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선순환이 없이 권력 집단들이 평화, 화해, 통합을 외칠 때는 폭력적인 위력과시로 볼 수 있다. 가해자인 일제의 대표자인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을 합병하고 아시아 평화를 외쳤다. 피해자 국가를 대표하는 안중근이 외치는 평화가 참 평화이다.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화해하고 통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회개해야 한다. 가해자가 물질적, 재산상 손실을 경험하면서 회개해야 한다. 불의한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으로 벌어들인 불의한 이익을 전부 토해내야 한다. 그럴 때 피해자, 연약한 자의 입에서 화해를 말할 가능성이 있다.

Q. 코로나19로 시작된 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필요한 성경적 메시지는 무엇일까?

A. 창세기 1장 26-28절이 중요하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이 동물을 하나님처럼 다스리라는 말씀이다. 시편 104편 10-28절에는 하나님이 동물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시는 모습이 나온다. 하나님은 야생동물들까지 아주 세심하게 돌보신다. 따라서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하나님의 부왕인 인간이 동물을 학대하고 도륙하면 안된다. 동물을 다스리라는 말씀은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이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돌보는 왕적 제사장적 책임을 다하라는 말씀이다. 요즘 창세기 1장 26-28절의 논지가 “동물의 생태권을 교란하지 말아라. 동물의 생존권을 침탈하지 말아라. 동물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임을 절감하고 있다. 지구는 인간의 독무대가 아니라 모든 다른 피조물과 공존하는 공통적으로 향유할 자원이다. 동물의 생존경계를 무너뜨리고 동물의 생태권을 파괴하고 자업자득으로 얻은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다. 기후 변화, 이산화탄소의 과도한 방출로 동물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 바이러스로 바뀐 것이다. 이화여대 장윤재의 ‘동물신학’, ‘기후 변화’에 관한 글 그리고 강성열 외 여러 교수들이 공저한 ‘코로나 19와 한국교회의 회심’(2020, 동연)을 추천한다.

연구실 책상 앞에서. 이신성 기자
연구실 책상 앞에서. 이신성 기자

Q. 포스트코로나시대라고 부르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2021년을 어떻게 전망하나?

A.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언제든지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치명성 높은 바이러스는 창궐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 코로나 19팬데믹이 지난 이후에는 불안한 휴지기, 불안한 서스펜스 가득한 평화를 누릴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잘되었다고 본다. 이런 코로나가 주기적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불규칙적으로 창궐하여 우리를 비대면 사회로 몰아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할 때 이것이 기후변화를 급격하게 초래하는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본다. 지구의 건강을 위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선을 행한다고 본다. 설령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끝나서 정상화가 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이 태평스럽게 지구 자원을 남용하는 그런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생태계 보존과 자연환경 보존에 훨씬 더 큰 감수성을 가진 사회로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창조신학을 가르치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주를 예배하는 지구 공동체 제사장 신학, 피조물 돌봄 신학, 피조물과 공존하는 미물 존중 영성을 가르치고 체득하는 것이다.

Q. 온라인 비대면에 익숙해진 세대와 오프라인 대면예배에 익숙한 세대의 소통을 위하여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A. 정상적으로는 대면예배가 육체를 가진 인간에게는 훨씬 풍요롭고 자연스럽다고 본다. 그렇지만 우리가 하나님을 얼굴로 대면하지 않듯이 하나님과의 만남은 어차피 비대면 만남이다. 예배는 본질적으로 영이신 하나님 앞에서 보는 행위로 축소되지 않는, 즉 인간 눈에 뵈지 않으시는 신비로우신 하나님에게 보여지는 수동적인 행위이다. 하나님을 보는 행위보다는 하나님에 의해서 보여지는, 하나님에 의해서 포획되고 감찰되는 예배, 즉 하나님 앞에서 인간적 능동을 다 내려놓고 그저 수동적으로 하나님에게 보여지는 예배가 이상적인 예배이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눈초리 앞에 두려워하며 나타남이 예배의 본질이다. 이런 예배가 우리에게 두려움과 전율을 일으키는 예배,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예배이다. 하나님 눈 앞에 우리의 존재가 에누리없이 나타나는 예배, 이런 예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예배건 대면 예배건 차이가 없다. 대면예배는 인간적 교제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만, 오히려 대면예배의 약점은 하나님이 빠지고, 인간끼리 군거적인, 집단적인 활기를 하나님이 주는 영적인 생명력으로 대체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거대한 교회의 오케스트라 찬양대의 찬양, 군중적인 율동을 보면 심리적으로 흥분될 수 있으나 그런 곳에 거룩하신 하나님이 임재하시지 않을 수도 있다. 군중적으로 사람들이 뿜어내는 활기가 하나님의 빛이 주는 생기와 다르다. 히브리서 4장 12-14절이 말하듯이,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모든 존재가 벌거벗게 드러남, 이것이 예배의 본질이다. 이런 예배를 드리고 나면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오는 환희를 맛보고 죄를 이기고 정욕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예배경험은 비대면 예배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대면예배가 하나님과의 영적인 소통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Q.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 한국교회나 그리스도인이 제일 먼저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A. 먼저 지구와 땅, 자연환경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가르치는 창조신앙을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 지구에 사는 모든 다른 피조물들과의 평화가 바로 하나님과의 평화임을 깨우쳐야 한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서 삶의 터전이 무너진 교회 내외 이웃을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무조건 도와야 한다. 사랑이 먼저다. 생명과 생존이 우선이다.

Q. 지금까지 모세오경, 사무엘서, 다니엘서, 사사기-룻기, 사도행전 등 하나님나라 신학으로 읽는 성경책 시리즈를 계속 저술하고 있다. 오늘 한국의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나라는 어떠한 의미인가? 지난 3월에 ‘하나님나라의 신학으로 읽는 요한복음’을 출간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A. 한국 사람들에게 알려진 하나님 나라는 천국, 천당이다. 죽어서 최후 심판대를 통과한 사람이 가는 곳이다. 한국교인들은 목사님 말씀 잘 듣고 교회 잘 다니면 죽어서 천당에서 해쳐모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직장에서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는지를 하나님나라와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나님 나라 신학은 1일부터 6일까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 신학은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돈을 벌고 쓰고 시간과 재능을 소비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데 쓰임받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요한복음은 한국교인들이 가장 오해한 책이다. 요한복음의 영생을 죽어서 맛보는 극락왕생으로 생각했다. 예수님은 영생은 지금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에게 이미 임했고, 실현되고 있고 경험된다고 말씀하셨다. 요한복음은 구약성경의 영생, 시편 133편과 신명기 30장의 그 영생을 가르친다. 하나님과의 언약적 결속 상태로 살아가는 삶, 하나님과의 언약을 신실하게 유지하면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지고지순하게 실천하는 삶이 영생이라는 것이다. 나의 <요한복음> 주석은 시편 133편 1절, “형제자매가 연합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이 구절이 말하는 영생이 요한복음의 영생임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언약 율법을 지키면서 하나님 앞에서 생명을 누리고 사는 그 지상에서 누리는 풍성한 삶을 영생이라고 예수님이 보셨다. 이 영생을 예수님과 제자들이 이미 누리고 있었다. 이미 누리고 있는 영생의 관점에서 요한복음을 해석하면 구약의 모세와 예언자의 가르침과 예수님의 가르침이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번에 저술한 요한복음 주석은 현저하게 구약성경의 빛 아래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하나하나 해석한다. 보통의 요한복음 주석과는 많이 다르다.

Q. 청년설교 책들로도 유명한데, 코로나19로 위축되고 우울해하는 청년들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A. 청년들이 지금 극심하게 우울할 수 있는 때다. 청년들은 이 땅에 지분이 하나도 없다. 고정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직장에 진입을 못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천문학적 자산을 상속해주지 않은 청년은 자기 스스로 생존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거의 없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얻는 상속 재산 외에 자기 공로, 재능, 실력으로 확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것은 정치의 문제다. 불의한 사회, 불의한 자원 분배, 불의한 권력 분배 문제다. 모든 특권적인 직장은 그 일을 많은 사람이 나눠서 하는 것을 싫어한다.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등은 일정한 수의 사람만을 진입시킨다. 자신들은 일이 많아 죽겠다고 불평하지만 그런 일을 여러 사람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부의 독점과 불균형적인 소유를 정당화하는 자들이 나누는 것을 싫어한다. 독점과 배타적 기득권을 혁파하는 공정한 법이 나와야 한다. 법을 바꾸는 것은 정치 외에 다른 길이 없다. 청년들은 기도할 뿐만 아니라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정의를 외칠 뿐만 아니라 공의로운 정치를 위해서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 청년들은 재산이 없는 반면에 현실 세계를 바꿀 의지로 가득차야 한다. 청년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일, 즉 법을 바꾸는 일, 관습과 제도를 바꾸는 일에 투신해야 한다.

숭실대 조만식 기념관 앞에서. 이신성 기자
숭실대 조만식 기념관 앞에서. 이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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