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빚 탕감 운동하는 김철호 목사(희년재단 이사, 마당교회), “희년신앙은 실천행동을 요청한다”
[인터뷰] 빚 탕감 운동하는 김철호 목사(희년재단 이사, 마당교회), “희년신앙은 실천행동을 요청한다”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1.05.28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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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경제체제, 빚꾸러기 양산
감당 못하는 빚, 청산 후 새출발
저소득층, 생활경제 지속력 제로
교회헌금 절반 사회봉사헌금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가운데 빚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희년 신앙을 근거로 빚 탕감 운동을 하고 있는 김철호 목사에게 빚 탕감 운동에 대해서 들어봤다. 대담자 이신성 기자

인터뷰하는 김철호 목사. 최상현 기자
인터뷰하는 김철호 목사. 최상현 기자

Q. 21세기 희년신앙 실천 운동이란?

개인적인 판단으로 우리나라는 21세기를 IMF 외환위기, 구조조정으로 시작했다고 본다. IMF 사태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완전히 달라지고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자본경제체제가 됐기에 빚 세상 될 수 밖에 없다. 그 바람에 수많은 빚꾸러기들이 양산됐다. 빚이 계속 늘어나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빚 문제를 해결할 방법 찾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우리 법제도 안에서 숨겨져 있던 개인파산 제도였다. 그러한 제도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사회적협동조합민생네트워크 ‘새벽’ 활동이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시민단체 진영과 함께 해서, 사회적 경제 및 협동조합 운동으로 자리잡게 됐다. 빚의 문제는 청년들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러면서 빚 탕감 무료상담 활동이야말로 기독교의 희년 운동 안에서 풀어낼 수 있는 신앙행동이라고 판단했다.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이 해체되고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져 자살 대열로 내몰리는 사람을 우리 시대 강도만난 사람이라고 본다면, 빚 탕감 무료상담 활동은 ‘21세기 희년신앙 실천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1세기 희년신앙행동으로써 빚탕감 무료상담센터 설립을 제안하게 됐다.

Q. ‘우리 시대의 강도만난 사람’이라는 책도 출간했는데?

법원에 신청하는 개인 파산 면책은 소송 절차이기는 하나 일반재판 형태는 아니다. 일종의 청원 형태다. 이 법원청원 서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채무자 진술서다. 채무자 인생의 여정이 어떻고 빚을 어떻게 지게 됐고, 어디에 사용하고, 왜 못갚게 됐는지에 대한 진술서가 파산면책을 결정하는 판사와의 소통의 창구다. 채무자를 도와서 진술서의 내용을 자세히 앞뒤가 맞게 작성하다보니, 자료로 남고, 그걸 사례집으로 엮은 것이 바로 ‘10등급 국민’(우리 시대의 강도만난 사람)이란 책이다.

빚탕감 운동을 설명하는 김철호 목사. 최상현 기자
빚탕감 운동을 설명하는 김철호 목사. 최상현 기자

Q. 최근 신용불량자와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 신청자 숫자와 관련해서 교회와 목회자가 주목할 점은?

정부는 2005년에 통합도산법을 정비하기 전 2004년에 개인회생제도를 새로 만들었는데 이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2007년까지는 개인파산면책 신청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후 2012년부터 개인파산면책 신청이 6만1천건, 개인회생신청이 9만건으로 숫자가 역전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통계를 보면 개인파산면책신청은 5만건이고, 개인회생신청이 8만 6천건이다. 이렇게 숫자가 역전되는 것은 채무자들의 생활경제 상황이 크게 변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산 숫자 보다 회생 숫자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동안 한계상황에서 최저임금으로 노동하고 가계 빚을 갚아나갔던 저소득층의 생활경제 지속성이 0에 가깝다는 증거이다. 노동을 하고, 빚을 갚고 근근이 버텨가던 저소득층의 생활경제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생활경제 지속성 가능이 무너진 것은 우리사회 공동체의 큰 위기다.

Q. 청년들의 빚 탕감이나 일자리 문제와 주거 문제에 대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청년들의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비정규직, 시간제 알바를 전전하는 가운데 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 주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청년들의 생활경제문제는 기본적으로 일자리인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다 보니 거기에 주거문제까지 겹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으로 올리면, 지금까지 나쁜 일자리로 여겨지던 일자리에서 일하며 지금의 고통스러운 삶을 버티기가 조금 쉬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일자리라는 것은 최저임금을 생활임금으로 올리는 것이 먼저다. 지금 일자리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임금 구조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하나는 지금 우리사회의 저임금 일자리로 치부되는 장애인. 노인. 장기질환자들에 대한 국가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 사업을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국가 사회복지재정이 민간사업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내고 사회적 돌봄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사회적 돌봄 혜택이 골고루 분배되는 사회적 경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회가 앞서 나서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헌금이 하나님께 바치는 제물이라는 생각을 넘어 이웃사랑의 표현으로, 기존헌금 가운데 일부를 사회봉사헌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도 바울도 연보(捐補)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교회의 헌금 가운데 절반을 사회봉사헌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상으로 나누어 주자는 것이 아니라, 빚 탕감 받은 사람들이 협동조합 운동을 할 때 교회가 기부, 출연해서 기초 자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나님 나라 대안경제 활동의 모델을 하나하나 찾아 나가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회적 기업 자산 갖기를 지원하는 저리의 융자를 이용할 수 있다.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건축계획을 내면 2% 저리로 도시재생기금에서 건축비의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교회가 협동조합 운동을 하고,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 대안경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Q. 빚 탕감 무료상담센터 설립 사업 계획이란?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회가 맞은 위기 때문에 빚 탕감 무료상담 센터 설립에 대한 신앙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회가 예배 모임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핑계로 교회 대면 예배에 빠지고 헌금을 덜 내게 되는 것이 익숙해졌다. 코로나19 이후 교회 예배, 설교에 대한 교우들의 종교적 감수성과 신앙열정을 옛날처럼 회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교회 안에서의 예배와 설교를 넘어서 밖에서의 신앙실천행동을 통해서 교우들의 종교적 감수성을 확대하고 생활신앙을 활성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희년신앙은 쉽고 간단하며 또렷하다. 왜냐하면 희년신앙은 실천행동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채권자로서 빚을 탕감하라고 하고 빚을 핑계로 빼앗아 온 토지를 돌려주라고 명령한다.

Q. 빚 탕감 운동을 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손해 볼 수 있다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나?

은행은 전혀 손해 보지 않는다. 이 주장의 근거는 이자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은행 21년 3월 예금 은행의 평균 연체율이 0.28%에 불과하다. 기업 연체율은 0.38%다. 이에 반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5%이고 예금은행의 예금금리는 0.85%인데 예금은행 평균대출금리는 2.74%에 이른다. 여기서 예대마진이 생기는데 올해 2월 예금은행 평균 예대마진은 1.89%이다. 실제로 모든 금융회사들의 대출금리 구조는 ‘기준금리(조달금리+업무원가+정책마진) + 가산금리(신용위험+기간위험+변동성할증+예상마진)’이다. 그러니 은행은 ‘갚을 길이 없는 개인채무자들을 채무노예로부터 해방하는 빚 탕감 운동’으로 절대 안 망한다.

김철호 목사. 최상현 기자
김철호 목사. 최상현 기자

Q. 빚 탕감 운동을 하면 빚 없이 산 사람만 손해고, 일반 시민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걱정하는데?

금융자본경제 체제에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서 일반 은행에 공급하면 여기서 일부 시재금을 남기고 대출한다. 채무자는 자기 경제활동 속에서 대출금을 사용하고 이 돈들의 대부분은 다시 은행으로 돌아온다. 시중 은행은 맡은 돈의 1~2% 정도를 남기고 다시 민간에 돈을 흘려보내고, 민간은 거의 대부분의 돈을 또 다시 은행으로 돌려보낸다. 개인 호주머니에 남긴 돈은 2~3%밖에 안 된다. 이렇게 ‘돈’이 돌고 돌면서 ‘빚’이 되고 빚의 이자와 이윤이 쌓여서 ‘자본, 자산’이 된다. 실제로 21년 2월 본원통화(실제 ‘돈’) 231.3조원이 14.22배라는 통화승수를 따라 돌고 돌아서 신용통화 3289.2조원을 만들어 냈다. 자본주의 화폐경제 체제에서는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을 때마다 은행에서 3300조원 빚을 만들어 내는데 막대한 이자와 이윤을 얻는다. 결국은 채무자 가운데 누군가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 개인파산면책을 통해서 갚을 길이 없는 채무를 탕감하고 다시 금융자본경제 체제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하는 것을 도덕적 해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인류문명사 속에서 개인의 빚을 탕감해주고 나라와 사회가 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IMF 때도 국가는 구제금융을 만들어서 대우그룹의 빚 18조원을 갚아줬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2008년부터 3-4년 동안 4조 달러가 넘는 돈을 찍어서 월가 금융회사들을 살리는 일에 모두 사용했다. 개인 채무자에게 돈을 썼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빚 탕감 운동을 하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Q. 마지막으로 지면을 통해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교회의 예배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으로써 교회 안에서의 예배와 설교를 넘어서서 교회 밖에서 사회선교의 새로운 도구로써 희년신앙실천운동, 빚 탕감 상담센터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회의 사회봉사헌금을 제도화하는 것이 좋겠다. 하나님의 선교, 사회선교라는 개념에서 교회가 사회선교사를 파송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전문사역자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의 사회경제 문제, 빚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 사역자를 양성하고 그를 선교사로 파송하고 선교비를 지급하는 새로운 사회선교개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독교 신앙인들의 유산 기부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유니세프, 월드비전 같은 기관들의 홍보홈페이지에 유산기부 항목이 있다. 교우들의 유산 기부 신앙행동이야말로 후손들에게 신앙의 성실, 겸손,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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