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치원 목사(현 책읽는교회 협동, 전 모새골교회 담임) “그리스도인-교” 떠나 “그리스도-교”로 귀향해야!
[인터뷰] 강치원 목사(현 책읽는교회 협동, 전 모새골교회 담임) “그리스도인-교” 떠나 “그리스도-교”로 귀향해야!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1.08.13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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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로 초대하는 소리 시리즈 출간
성서적, 신학적으로 사고 훈련해야
교회 내 신앙과 이성 분리 극복해야
자연, 성경, 양심이라는 책읽기 운동
교회 너머의 교회를 바라봐야 한다

책읽기 운동을 하면서 세 권의 책을 출간한 강치원 목사에게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대안을 들어봤다. 대담자 이신성 기자

인터뷰하는 강치원 목사. 이신성 기자
강치원 목사. 이신성 기자

1. 신학박사로서 신학교에서 강의와 목회자로서 교회를 섬길 때 신학과 목회를 어떻게 연결시켜 사역하는지?

외부 목사의 신학교 채플 설교에서 신학교에서 배운 것은 목회현장에서 도움이 안 되기에 졸업할 때 신학교 문 앞에 내려놓고 나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럴 때 아멘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저 분이 신학교 다닐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리고 공부한다는 것을 저 분들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학교에서의 배움은 신학적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 없음은 목회의 자리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긴다. 교인들에게 신앙적으로 건강하게 생각하는 법을 전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믿음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다 신앙적인 질문조차 던지지 못하게 하는 일도 일어나고 아예 사고금지가 좋은 믿음인양 부추기기도 한다. 이런 감옥에서 목사의 말이 곧 하나님의 말이 되고, 목사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되는 기형적인 ‘그리스도인-교’ 문화가 교회를 지배하게 된다. 신학과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런 신앙과 이성의 분리를 극복하는 길을 걸으려 애쓰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신학적인 사고를 함양하게 하고, 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신앙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문을 두드리는 것을 돕는 목회를 하고자 한다. 그래서 다음 책으로 ‘신앙의 마당에서 이성을 뛰어놀게 하라’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2. 책읽는교회가 기존의 교회들과 차별화된 점은?

책읽는교회는 ‘한 책’ 속에 갇힌 ‘그리스도인-교’의 전통을 벗어나 ‘자연이라는 책’과 ‘성경이라는 책’과 ‘양심이라는 책’을 조화롭게 읽는 운동을 표방했다. 성경만 읽는 교회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도 읽고 인간의 내면도 읽으며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이루는 신앙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목사의 말도 여러 해석 중의 하나이며, 심지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했다. 그러다보니 참석자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지평이 점점 더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의 지평도 그만큼 확장됐다. 이런 지평 확장은 우리 모두에게 ‘교회 너머의 교회’를 바라보게 해주었다. ‘기독교 이후 시대’에 교회란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아니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고민하며 성경을 치열하게 읽었다. 이와 함께 양심 읽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연을 읽는 것은 좀 부족했다. 자연으로 포괄되는 우주와 역사와 사회 전반에 좀 더 관심을 가지기 위해 교회라는 공동체를 새롭게 조명해야겠다는 필요성이 생겼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실패했다. 모든 참여자들과 함께 깊은 논의를 하며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했는데, 그냥 내 생각을 던진 것이다. 교회를 떠나 교회로 귀향한다는 생각은 함께 하였지만 이 귀향을 언제 시작하고, 어떻게 하느냐와 관련하여 공동체적인 함의를 도출하기보다는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표명하는 실수를 한 것이다. 그렇게 책읽는교회는 ‘교회 너머의 교회’로 가는 첫 번째 징검다리를 건강하게 내딛지 못했고, 그 결과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

3. 이번에 출간된 책들을 ‘강치원의 광야소리’라고 명명한 이유는?

‘강치원의 광야 소리’는 한 출판사 사장이 시리즈로 내면 좋겠다고 제안하여 차용한 것이다. 이 시리즈로 ‘담대하게 죄를 지어라’, ‘저항과 복종’, ‘교회 세습 법정에 서다’, ‘신앙의 마당에서 이성을 뛰어놀게 하라’ 외에 ‘성직매매, 법정에 서다’와 ‘동성애와 기독교 – 소돔과 고모라 사건에 대한 해석의 역사’ 등 두 권이 더 첨가될 예정이다. 이 시리즈를 광야 소리로 표현한 것은, 여기에 담긴 이야기들이 ‘그리스도인-교’가 교회에서 늘 말하고 듣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낼뿐만 아니라, 그 소리가 예언자 시대와 예수님의 시대와 종교개혁 시기처럼 광야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나는 본회퍼와 루터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교회의 자리를 안전한 방주가 아니라 죄악이 들끓는 세상 한복판이요, 죽음의 위협이 끊이지 않는 광야로 보고 있다. 예수님이 여전히 시험을 받고 있는 광야 말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그리스도인-교’의 조직 논리로 변질되지 않고 여전히 시원의 소리로 울려 퍼지는 광야 말이다. 하나님의 소리가 자연과 우주의 소리로 인간의 양심을 뒤흔드는 투박한 광야 말이다. 강치원의 광야 소리는 세상을 읽어 가는데 영향을 준 윤동주, 본회퍼, 루터의 눈으로 읽고 세상에 내놓는 소리로서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을 광야로 초대하는 소리다.

4. <담대하게 죄를 지어라>는 어떤 내용인가?

루터 이후 개신교의 핵심적인 교리 중의 하나로 칭의론이 거론된다. 이 칭의론을 어떻게 쉬운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담대하게 죄를 지어라’는 말을 택했다. 이 책은 중세의 ‘교황교회’를 감옥 교회로 간주하던 루터가 그 감옥을 탈출하게 된 여정과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자기 성찰과 성경과의 씨름, 그리고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말이 가지고 있는 지평을 이야기 식으로 풀어쓴 것이다.

5. <저항과 복종>의 내용은?

루터가 세상에 던진 면죄부 비판의 핵심은 저항해야 하는 것에는 저항하고, 복종해야 하는 것에는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루터의 종교 개혁적 여정을 ‘저항과 복종’의 틀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서와 건강한 이성에 복종하지만 교회가 만들어낸 관행에는 저항하는 루터를 발견했다. 이 책은 그 궤적을 설득력 있고 일목요연하게 풀어낸 것이다.

6. <교회세습 법정에 서다>는 부제가 ‘초대교회부터 13세기까지 교회법 판례 분석’이다. 세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책의 내용은?

교회 세습은 어느 한 시대나 특정한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초대교회부터 중세까지 끊임없이 교회를 괴롭혔고, 교회가 끈질기게 싸웠던 적폐다. 1,500년 동안이나 교회 세습은 성직매매와 함께 교회 타락의 원흉으로 간주되었고, 교회의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걸림돌이었다. 교회 법전들을 라틴어 원문으로 꼼꼼히 읽으며 교회 세습이 교회를 세운 사람들의 ‘내 교회’, ‘자기 교회’라는 의식 속에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음을 발견했다. 나아가 교회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공교회가 각종 지역종교회의와 공의회를 통해 얼마나 치열하게 논의하고 법적인 결정을 내렸는지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교회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아들의 존재를 차단하기 위해 사제의 독신제가 강화되며, 세습의 법적 권한을 아예 제거하기 위해 사제의 아들들을 ‘교회의 종’으로 선포하는 극단적인 처방까지 내렸다. 이런 점에서 교회 세습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작금의 한국 교회에 나름 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신학자가 먼저 되고 나중에 목사가 되었다. 신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했고, 목회도 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내 속에 숙성된 것들이 많이 있다. 이제 이것들을 끄집어내어 활자로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일들에 집중하려 한다. 앞으로 강치원의 광야 소리 외에도 강치원의 영성이야기, 성경이야기, 자연이야기 등의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목회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 일도 계속 할 것이다.

8. 실제 현장에서 느낀 한국교회의 문제는?

목회 현장에서 여리고 성처럼 느껴진 것은 ‘교회를 위한다’는 관행이 너무 높게 쌓였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교회를 ‘그리스도인-교’가 만들어낸 종교 조직으로 본다. 조직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한 관행이 하나님의 뜻이니, 하나님의 축복이니 하는 말로 세례를 받으며 교회의 주춧돌을 제거한 ‘그리스도인-교’ 문화를 만들어냈다. 예수님의 정신을 따르는 ‘그리스도-교’는 영문 밖으로 추방되고, 예수님을 끌어내리고 나귀를 탄 목사가 성 안으로 들어가 상석을 차지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믿기지 않는 일은, 신자들이 이런 목사를 위해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깔며 환호한다는 것이다. 정말 한국교회에는 광신도라 할 수 있는 목사바라기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것을 은근히 부추기는 목사들의 수사적인 기술이 너무 기승을 부린다. 또 한 가지는,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믿는 신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회 밖에서는 지동설적 사고를 하면서도, 교회 안에만 들어오면 너무도 자동적으로 천동설적 사고를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런 현상이 사회적인 지위와 상관없이 많은 신자들에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전히 갈릴레이를 정죄하는 맹신도들이 많다는 것이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9. 지면을 통해서 전할 말씀은?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어쩌면 목사와 교회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교 조직으로서의 교회가 필요 없는 시대에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구현하는 예수따르미가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교회를 견고하게 견인해주던 교리와 신학을 버려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떤 것일까? 아니면 어느 정도 수정을 통해 여전히 의미 있는 토대와 기둥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 교회를 버리고 교회로 귀향해야 하는 과제를 우리는 안고 있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교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강치원 목사. 이신성 기자
강치원 목사. 이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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