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누룩
두 가지 누룩
  • 문우일 교수
  • 승인 2018.04.10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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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마 13:33). “삼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주의하라”(마 16:6, 11). “삼가 바리새인들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을 주의하라”(막 8:15).

천연 누룩을 배양해 보면 누룩 비유가 피부에 와 닿는다. 건포도 60g과 물 150g을 유리병에 넣고 3일 정도 두면 천연발효종이 배양된다. 발효종과 강력분을 1:1로 섞어 두면 원종이 되고, 원종과 강력분과 물을 일정 비율로 거듭 배양하면 원종이 한없이 자란다. 한 주먹도 되지 않는 소량의 건포도에서 배양된 누룩은 며칠 만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냉장고를 가득 채울 만큼의 반죽을 부풀린다. 원종은 끈끈하여 칼이나 가위로 자르기 전에는 잘 떨어지지 않고, 물로도 잘 씻기지 않아 그릇에 묻으면 좀처럼 닦이지 않는다. 씻어내도 어딘가에 붙어 있곤 하여 누룩 제거에 며칠이 걸릴 수 있다.

누룩은 발효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발효되면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출애굽 할 때는 무교병에 만족해야 한다. 유교병은 식감이 부드럽고 맛있으나, 급히 달아날 때 해먹을 떡은 아니다. 누룩 발효에 며칠이 걸리므로 지체할 수 있고, 반죽이 여기 저기 들러붙어 적에게 흔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두 가지 누룩을 말씀하셨다. 나쁜 누룩과 좋은 누룩이다.

나쁜 누룩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과 헤롯의 누룩이다.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은 옳은 말을 하지만 그른 행동을 하는 외식하는 자들이다(마 23:3; 23:13). 그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있고(마 23:2) 천국 근처에 있으므로 마치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해 줄 것 같지만, 그들의 정체는 천국 문을 닫아걸고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으며 들어가려는 사람들도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천국 훼방꾼이다(마 23:13 참조. 눅 11:52). 그들은 “회칠한 무덤”처럼 겉은 고상하고 성공한 것 같으나, 그 속에 죽은 사람들의 뼈가 가득한 소망 없는 자들이다(마 23:15, 23, 27). 이들과 헤롯당이 예수를 죽게 하였으나, 예수께서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

이들과 달리 좋은 누룩은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이다.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가 그와 같다고 하시며, 당시 사회적 약자였던 여자를 주인공 삼아 말씀하셨다. 가루 서 말은 오늘날로 치면 13.5리터 정도인데, 이 정도의 가루를 누룩으로 부풀리면 큰 냉장고에 가득 찰 만큼의 반죽이 된다. 누룩을 배양할 때는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배양하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자라고 자라 어마어마한 양의 반죽을 부풀린다.

반 주먹 정도의 건포도를 보면 그 속에 무슨 생명이 있을까 싶지만, 그것을 물 2.5배와 섞어 놓으면 불활성 상태에 있던 누룩이 살아나 움직이며 생명이 솟구친다. 적은 누룩을 가루 서 말에 넣어 부풀리면 대가족이 일주일 먹고도 남을 양의 떡을 만들 수 있고, 누룩을 계속 키우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먹고도 남는 양의 반죽을 계속 공급할 수 있다. 그러려면 여자가 누룩의 쓰임새를 알아보고 그것을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버무려주어야 한다. 누룩을 넣으면 가루가 부푼다는 사실을 그 여자는 알고 있다. 어느 정도의 누룩을 넣어야 적당한 반죽이 되는지 그 여자는 습관적으로 알고 있다. 그 여자의 일상 속에 하나님 나라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 여자 없이 하나님 나라는 드러나지 않는다. 성공하고 군림하는 바리새인, 사두개인, 헤롯이 천국에 가까울 것 같으나, 그들은 절대로 천국에 들어가지 않고 우리가 천국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처럼 하나님 나라는 너무 겸손하여 잘 보이지 않고, 평범하지만 요긴하며, 없는 것 같으나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온다. 그렇게 천국을 부풀리는 여자가 우리 교회에 있는지 유심히 살필 일이다.

문우일 교수 

현, 성서학회(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국제모임 분과의장(chair)
현, 아현성결교회 협동목사
전, 한국신약학회 총무
고려대학교 화학과(B.S.)/ 서울신학대학교 석사(M.Div.)/ 시카고대학교 석사(M.A.)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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