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예수의 몸
인공지능 시대에 예수의 몸
  • 문우일 교수
  • 승인 2019.10.15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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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극복하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열망은 지구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인간세”(The Anthropocene epoch or Human Epoch)의 도래를 초래했다. 생명공학과 컴퓨터공학, 사물인터넷 기술 등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려 인간은 전례 없이 다양한 방식들로 살게 되었고, 인간 스스로 신체와 정신과 수명과 환경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한다.

이에 비판적인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과 동물, 인간과 기계, 인간과 환경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면서 인간은 거대한 “전능 알고리즘”(all-powerful algorithms)에 종속하는 데이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Harari, Homo Deus, 376). 그렇게 되면, 인간의 마음과 감정과 자유의지까지도 조작이 가능해지므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간은 멸종 위기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휴머니즘”(techno-humanism)은 호모 사피엔스가 신체와 정신의 한계를 과학 기술로 개선하고 “호모 데우스”라 불리는 신과 같은 종족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낙관한다. 호모 데우스는 무기 알고리즘의 자동 흐름을 제어하고 인간 진화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Homo Deus, 411). 요컨대, 인간이 거대 알고리즘에 정복당하여 멸종할지, 아니면 ‘호모 데우스’로 재탄생할지는 인간 정신의 인지능력을 전능 알고리즘의 인지능력보다 지속적으로 우월하게 향상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 정신은 인간을 대표할 만한 인간의 본질이 맞는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인간이기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정신의 인지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밖에는 없는가? 인간과 인간 본질에 관한 견해들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요한복음은 순수 정신이나 인지능력을 인간의 본질로 여기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요한복음에서 말씀(로고스)은 하나님의 말씀임과 동시에 초월적이고 선재적인 인격으로서 하나님과 인간을 동시에 대변한다. 그런데 그 안에 생명이 있었고,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며,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므로, 요한복음에서는 말씀(로고스)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요 1:4, 9).

그런데 그 말씀은 요한복음에서 단순한 정신이 아니다. 왜냐하면 요한복음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임하셨다!” 하고 선언하기 때문이다(1:14). 요한복음은 우리가 하나님을 직접 보거나 그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없으며, 오로지 우리 가운데 몸으로 오셔서 하나님을 몸으로 해석하신 예수를 통하여서만 하나님 아버지를 알고, 사랑하고, 그분과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한다(1:18; 5:37; 14:21; 17:21).

즉, 요한복음의 예수는 인지능력의 극대화가 인간의 본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말씀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예수는 “말씀을 몸으로 실천하는 인간”이 무엇인지를 이론으로만 가르치지 않고 몸소 시범을 보이셨다. 그것은 자신의 손으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 역시 몸으로 임하여 제자들과 대화하고 함께 잡수셨고, 제자들은 예수의 몸을 육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었다.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 할지라도 “말씀을 몸으로 실천하는 인간”이야말로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 살아내야 할 인간의 본질인 것이다.

문우일 (서울신학대학교 조교수)
문우일 (서울신학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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