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용서
죄 용서
  • 임희국 교수
  • 승인 2018.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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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을 한국 교회의 역사에서 조명해 보고자 한다.

1907년 1월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일어났던 신앙각성운동(일명 대부흥운동)의 한 장면을 소개하면. 예배당에 모인 사람들 각자가 소리 내어 울며, 마룻바닥을 탕탕 치고, 가슴팍을 쥐어뜯으며 고백한 죄의 종류는 미움, 질투, 증오심, 앙심, 교만, 거짓말, 사기행각, 도박, 마약, 절도, 강도, 방화, 살인 등등이었다. 마치 사람이 뱃속에 있는 음식물을 입으로 토해 내듯이, 지은 죄를 토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극단적인 범죄 행위도 고백되었다. 예배당 공간은 “마치 지옥이 제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활활 뜨거웠다고 한다.

지은 죄의 고백은 성령의 역사 속에서 일어났다. 성령의 역사로, 아득한 지난날의 행위인지라 까맣게 잊고 있던 죄과가 마치 영화장면처럼 생생하게 기억 속으로 재생되었다. 죄의 고백과 죄 용서는 역동적인 신앙체험이었다. 이제까지 한국의 교인들은 죄에 관하여 배우기는 했으나 자신의 죄를 깊이 깨닫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울면서 회개해 본 적이 없었는데, 1907년 죄의 고백과 죄 용서는 교인들에게 비로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자각을 일깨웠다. 이에, 당시의 외국 선교사들은 1907년의 신앙각성운동이 “한국 교회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선교사 크램(W. G. Cram)도 이 신앙각성운동은 “하나님의 성령이 한국 교회의 성격(Character)을 갖추게 한” 사건이라고 보았다.

1907년 평양의 신앙각성운동은 1903년 원산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된 신앙운동이었다. 이 신앙운동은 교인 수 증가(교인배가운동)를 위함이 아니었기에 교세 확장과 연동되지 않았다. 이 운동은 한국 교회로 하여금 성령의 능력 안에서 죄 용서를 통해 삶이 변화되는 윤리적 자각이 일어나게 했다. 이 신앙운동은 ‘신앙의 잠에서 깨어나는 각성과 삶의 갱신 및 변화’를 일으켰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1907년 평양의 신앙각성에서 일어난 죄의 고백과 죄 용서는 ‘공개적’으로 진행되었다. 지은 죄가 하나님 앞에서 실존적으로 고백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예배당의 공중(公衆) 앞에서도 공개적으로 자복(自服)되었다. 즉 죄지은 사람이 자신의 범죄행위로 말미암아 피해 입은 사람을 찾아가 용서를 빌었던 것이다. 이 점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미투”운동을 비추어보게 된다. 영화 <밀양>의 한 장면에서 보듯이, 피해자는 아직도 피해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가해자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받았다고 떠벌이는 영화의 장면은 오늘의 교회와 사회 현실을 성찰하게 한다. 1907년 신앙각성운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점은, 죄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야 비로소 온전해진다.

1907년 죄의 고백과 죄 용서는 치유 사건이었다. 죄로 말미암아 내면에 병들어 있던 사람이 그 죄를 깨닫고 뉘우치며 고백하면서 밖으로 토해 내자, 그가 치유되었다. 또한 죄 고백의 열매는 삶의 변화로 나타났다. 부정직한 삶에서 정직한 삶으로 돌아섰다. 이것이 회개이다. 또한 죄의 고백은 사회적 차원으로 일어났다. 이제까지 미워하던 사람들 서로가 자기의 잘못을 고백하며 용서를 빌자, 서로서로 용서를 주고받았다. 이로써 화해가 일어났고 관계성이 회복되었고, 그리고 사회적 화평이 이루어졌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다시 한 번 성령이 새롭게 오셔서, 1907년 평양 신앙각성운동이 오늘 한국 교회의 상황에서 재현되기를 기도드린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회개의 은총을 베푸셔서 치유와 화해 그리고 화평의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기도드린다.

 

임희국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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