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문제를 교회 과제로 삼아야
민족 문제를 교회 과제로 삼아야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3.19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 선비들은 왜 야소교에 매료되었나

어린 시절엔 몰랐는데 대학 들어가서야 교회에 다니는 걸 엄격히 금하시던 아버지께서 중년 시절 교회에 출석하신 적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왜 교회에 발길을 끊으셨나 했더니 목사님 설교가 공자·맹자의 유학사상을 혹세무민하는 사이비종교처럼 폄하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치와 도리에 맞지 않는 설교내용이라며 설교 도중에 벌떡 일어나 반박하고 나와 버리셨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1909년 생, 3.1 운동 때 무려 열 살이셨던 분입니다. 학교 교육은 받은 적이 없고 시골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고 이후 시골에 서당을 차려 훈장 노릇을 하신 한학자셨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아버지 개인사가 아니라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학의 전통 속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는 조선의 선비들이 왜 야소교에 매료되고 그리스도를 좇았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답을 찾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식민지로 전락한 조국, 핍박받는 민족의 고통과 설움, 구한말과 식민지 대한제국 상황은 예수 당시의 식민지 팔레스타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식민지 민중에서 시작된 그리스도의 해방 메시지, 구원의 복음이 문명 선진국 그리스를 넘어 침략국 로마를 평화와 사랑, 신념으로 정복하는 장대한 역사가 조선 유생과 지식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이준 열사, 남강 이승훈,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고당 조만식, 서시의 윤동주 ..... 모두 기독교를 통해 민족의 비전을 꿈꾼 사람들입니다

네가 어디 있느냐?

이 분들은 기독교 신앙 안에 민족의 자주독립, 봉건질서의 개혁을 이뤄 낼 역동적 힘과 신념이 담겨 있다고 믿었고 자신을 십자가에 내건 그리스도가 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민족사를 이끈 기독교의 힘은 거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돌아보십시다. 기독교의 무엇이 여러분을 사로잡았습니까? 한국 교회의 무엇이 여러분을 모이게 하고 무엇이 여러분의 심장을 고동치게 합니까?

“하나님을 향한 나의 사랑이 나를 날마다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달려 나가게 합니다.” 크리스천들 개개인의 처지에서 이리 답할 신앙인들은 있어도 한국 교회가 이리 답한다면 그것은 허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죽도록 사랑했다면 오늘 한국 교회가 이 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서 있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 반대일 거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죽도록 사랑했고 그래서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가 이어지고 우리의 심장을 뜨겁게 뛰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서를 읽노라면 그 안에는 인간이 하나님을 찾고 따르며 섬긴 기록은 빈약합니다. 대신 인간을 찾아 헤매는 하나님의 긴 여정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사랑하는 인간들이 이룰 평화로운 세상, 그것을 실현할 곧고 바른 인간을 갈망하는 하나님의 간구를 성서는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인간을 애타게 부르고 품으려는 하나님의 고뇌와 갈망이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딴 짓만 하고, 실천할 때에 망설이고 도망가고, 야단을 치고 또 쳐야 겨우 한 걸음 따라나섭니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에 빠지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구약 속 예언자들입니다. 하나님의 애타는 마음을 계시로 알아차렸는데 이야기 해봤자 위정자들은 거부하고 백성의 울부짖음은 하늘에 닿습니다. 예언자들은 인간의 불의와 거짓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는 듯한 하늘의 표정을 읽습니다.

결국 예언자들은 하나님께 기회를 달라 시간을 달라 탄원합니다. 그리고는 민족의 정직함과 순결함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섭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민족이 되어야만 구원과 해방을 하나님께 빌 염치가 있지 타락한 백성이 하나님께 무얼 요구할 수 있느냐고 스스로와 위정자를 질타합니다. 민족이 구원 받기 이전에 먼저 민족을 성결케 하고 민족의 역사를 거룩한 제사로 바꾸는 것이 긴급한 사명이라 결의를 다집니다. 이런 웅장하고 서사적인 정언명령은 다른 종교, 다른 철학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놀라움입니다. 어느 철학이 어느 종교가 민족과 민족사를 순결하고 정의롭게 만들어 신(神) 앞에 내놓겠다 다짐한단 말입니까?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모습을 보며 낙담합니다. 민족복음화라고 내걸었지만 민족의 걱정거리가 되었습니다. 또 무슨 짓을 벌이나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복음으로 돌아가자, 종교개혁의 정신을 회복하자 숱한 담론이 펼쳐졌습니다. 저는 민족과 역사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우리임을 인식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선의 선비들이 품었던 비전을 다시 품고 민족의 문제를 교회의 과제로 삼지 않는 한 지금 한국 교회가 처한 불신과 위기는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그 도상에서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겠지만 그것이 교회의 책임이고 크리스천의 책무임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것이 그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복음을 실천하지 않고 하늘나라에 가서 무어든 누리겠다는 거짓말에 이제 누가 속겠습니까?

                                                                                        

변상욱 기자

현, CBS 대기자
현, 한국기독교언론포럼 공동대표
현, 국민대 겸임 교수
현, 대법원 양형자문위원
현, 국무총리실 양성평등위원
현,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전, CBS 방송총괄 본부장
전, 이단사이비 대책팀장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