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14만 제곱미터짜리 경건
무너진 14만 제곱미터짜리 경건
  • 박은호 목사
  • 승인 2018.03.0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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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낸 우리의 가슴은 참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오호통재라, 500년 만에 찾아온 황금보다 귀한 선조들이 일군 개혁교회의 정체성을 끝끝내 헌신짝처럼 과거 역사의 쓰레기장에 집어던지고 말다니! 지금, 한국교회는 애가를 불러야 할 때다. 주님께서 하나님 나라 공생애 사역을 마치시던 마지막 주간에, 예루살렘 성전을 공적公的으로 떠나시며,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에 모음 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더냐 그러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였도다, 보라 너희 집이 황폐하여 버려진바 되리라’(마23,37-38) 하시던 탄식과 눈물을 한국교회는 정녕 잊었다는 말인가?

어느 시대, 어느 집단, 어느 모임을 막론하고 자신의 울타리 밖을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자기들만의 게임을 즐기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재미있고,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자기들만의 게임 법칙에 다른 것이 끼어드는 것을 굉장히 불편해하고 힘들어 한다.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은 유대종교라는 견고한 경건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던 종교사회였다. 예루살렘에 있는 거대한 헤롯성전이 유대종교의 본부역할을 했다. 유대종교는 헤롯성전을 중심으로 제사장 24명, 장로 24명, 서기관 22명과 공회의장인 대제사장으로 구성된 대산헤드린공회를 통하여 온 이스라엘의 신앙과 삶을 지배하고 다스렸다. 이 공회는 반원형으로 된 법정이었고, 안식일과 축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열리는 예루살렘 성전종교의 핵심기구였다. 예수님 시대 예루살렘 성전(히에론)은 직사각형 형태의 성전구역을 가지고 있는, 그 규모가 약 14만 제곱미터나 되었다(사방 315m×485m×280m×460m로 축구장 크기 약 20배인데, 구 예루살렘 도시 면적의 1/6을 차지하는 규모다. 사진 참조). 이 성전에는 두 개의 부속건물이 딸려 있었는데, 북쪽 벽 밖으로는 로마의 군인이 주둔하는 안토니오 요새가 있었고 남쪽에는 거대한 왕의 회랑이 있어서 성전과 관련된 상업적인 업무가 이루어졌다. 성전 기초를 이루는 기초석 하나 크기가 작은 것만 해도 400톤이나 되었다.돌 하나의 크기가 길이 14.5m 높이 3m 두께 5m나 되었다. 무려 80년 동안이나 건축했다. 예루살렘 성전의 건물과 지붕, 기구를 포함해 상당 부분이 금과 은으로 덮여 있어, 멀리 떨어진 외곽에서 성전을 바라보면 성전이 마치 거룩한 산위에서 반짝이는 봉우리처럼 보였다. 예수님 시대 이 성전 안에는 상당한 양의 금이 보관되어 있었다. A.D. 70년에 예루살렘 패망과 함께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에서 약탈된 금이, 시리아 지역에서 유통되면서 금가치가 절반 값으로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성전이었지만, 완공 된 불과 7년 만에 지금의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쪽 기초석만 남긴 채, 영원한 폐허의 역사적인 상징물이 되고 말았다. 예수님 말씀대로, 성전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무너뜨려지고 말았다’(마24,2). 한국교회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어느 교회의 거대한 예배당 건물이 예수님 시대의 유대종교의 예루살렘 성전의 규모와 그 화려함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보는 바이지만, 유대종교(Judaism)는 그들의 최전성기의 최정점에서 급전직하 패망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종교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지금도 생생한 그 패망의 과거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교회는 역사를 지독하게 무시하는 교회이다. 한국교회는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스라엘 역사의 흥망성쇠의 역사에 대한의 성경 말씀을, 교인들은 그저 예배할 때나 읽고 듣는 말씀으로 치부하고 있고 목회자들은 예배 때 설교하기 위해서나 사용하는 목회적인 도구로 치부하고 있을 뿐이다. 개혁교회의 정체성을 상실한 우리 한국교회는 예루살렘을 향하여 탄식하시던 예수님의 눈물과 예수님의 예언의 말씀대로 무너져버린, 14만 제곱미터짜리의 거대한 예루살렘 성전의 경건의 눈 목격자가 된 것처럼, 다시 그 패망의 역사현장에 서서 예레미야 애가의 시인이 불렀던 애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애가를 부르던 그 시인이 자신의 쏟아지는 자기 눈물 속에서, 패망의 역사에 내동댕이쳐진 하나님의 백성 유다를 향해 통곡하시는 하나님의 눈물을 보았지 않았던가? 그 하나님의 눈물을 보면서, 다시 하나님을 향하여 희망의 노래를 불렀던 그 애가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14만 제곱미터짜리 경건의 요새를 가지고 있던 유대종교는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예수님은 유대종교가 만들어 놓은 14만 제곱미터짜리의 그 경건의 길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가지고 오시지를 못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난공불락의 14만 제곱미터짜리 경건의 요새였던 예루살렘 성전은 예수님과 함께 임한 하나님의 나라를 담아낼 수가 없었다. 사도 요한이 증언하는 요한복음에서는 14만 제곱미터짜리 경건의 요새인 예루살렘 성전을 청결케 하신 예수님의 공생애 마지막 주간에 있었던 사건을, 그 시대 유대종교의 핵심 지도자였던 대산헤드린공회원인 니고데모와의 만남 사건 턱 밑에, 마치 기초석 같이 배치해 놓고 있다. 우리는 요한의 신학을 고뇌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오죽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가져오시는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유대종교가 만들어 놓은 14만 제곱미터짜리의 경건의 요새인 예루살렘 성전의 길을 이용하시지 않고, 유대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인 세례자 요한이 닦아 놓은 신작로新作路를 이용하셨을까? 한국교회는 다시 광야(미드바르)로 나아가야 한다. 광야는 하나님의 말씀(다바르)이 선포되던 자리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하나님과 언약하는 체결하던 자리이다. 한국교회도 말씀의 자리인 광야로 나아가, 다시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언약을 갱신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바로 지금, 한국교회가 만들어 놓은 14만 제곱미터짜리의 우리의 세속화 된 경건과 신앙을 버리고, 다시 광야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말씀 앞에서 언약을 갱신하는 말씀공동체로 거듭나는 한국교회가 되어야 한다.

 

박은호 목사

정릉교회 제5대 목사(2004년부터)

(예장통합) 서울강북노회장, 전국노회장협의회장

현, 총회규칙부전문위원

총회연금재단서기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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