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하나님나라를 말과 글 대신 그림으로 설교하는 사제요 복음을 신화적 상징과 명암과 색채로써 표현하는 신학자다. 신학과 철학이 추상적 개념과 연역적 논리를 사용하는 반면 성경은 주로 이야기와 노래, 시와 은유와 역설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성경은 후대에 발전된 신학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그림에 더 가깝다. 그린다는 것은 실재를 대상적으로 있는 그대로 모사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이고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이다. 예술은 작품을 통해 예수님께서 마음 속 깊이 품은 생각까지 교감할 수 있게 하고, 생각의 응집인 개념을 풀어 볼 수 있게 한다.
기독교 미술사에서 본 주제, ‘천사가 목자들에게 나타남’은 16세기 말경에 독립된 주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 이 주제는 실제적으로 늘 예수님의 탄생 장면 배후를 장식하기 위하여 그려졌을 뿐이다. 렘브란트는 1634년으로 기록되는 이 에칭(Etching), 즉 동판화에서 누가복음에 따른 복음이야기를 아주 극적으로 표현한다.
렘브란트가 그림으로 표현한 본문은 누가복음 2:8-12의 말씀이다. 한 밤중에 하늘이 열리고 세상으로부터 잊히고 버림받은 구석(주변)에서 홀연(忽然)히 ‘주님의 영광’이 빛난다. 전통적인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와 함께 천사들이 에워싼 빛의 왕관이 중심에 있다. 빛으로부터 나온 한 천사가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팔을 들고 있다. 그러나 천사는 목자들에게 잠시 동안 혼란과 놀라움을 주고 있을 뿐이다. 한 목자는 달아나고 다른 목자는 뒤에 처져 손을 든 채 어안이 벙벙하다. 천사가 그들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여 준다”(2:10).
빛과 어두움이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자연 전체가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야말로 어둠에 묻힌 밤이고 영광에 둘린 밤이다. 분위기는 한 겨울밤이지만 깊은 골짜기인지라 온화한 느낌이 든다. 강이 있고 다리가 있다. 그리고 위에는 거대한 성이 있고 달빛이 휘황 창연하게 빛난다.
드라마틱한 표현, 과장됨이나 지나친 꾸밈이 아니라 살아있는 표현, 다양한 몸짓, 정확한 동작,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구도와 빛, 옆에서 나에게 직접 말하는 듯이 메시지가 울려온다. 성경의 羊과 함께 현재 북유럽의 소와 개도 등장한다. 목자들은 시골티 물씬 풍기는 촌사람이다. 렘브란트는 성경말씀을 현재 그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헤적이게 만들어, 성경의 메시지가 그들의 삶의 느낌이 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