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신학] ② 영적 감각
[예술신학] ② 영적 감각
  • 심광섭 교수
  • 승인 2019.09.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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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글에서 기독교 신앙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했다.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은 참 선한 아름다움이 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하나님을 무엇을 통해 알 수 있는가?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는 감각을 ‘영적 감각’이라 말해왔다. ‘영적 감각’은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교회에서 ‘영안(靈眼)’, 즉 영적인 눈, ‘영적 시각’에 대해 말하곤 한다. 이 글에서는 ‘영적 오감’에 관해 언급하려고 한다. 육체의 감각을 통해 보이는 것을 지각한다면 보이지 않는 것, 성스러운 것, 신적인 것, 하나님을 지각하는 감각을 영적인 감각이라 말한다.

‘영적 감각’은 고대의 오리게네스로부터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중세의 보나벤투라를 거쳐 근현대의 웨슬리, 라너, 폰 발타자르에 이르기까지 발전적으로 계승된 중요한 신학적 사상으로 영적인 것들을 지각하고 향유(享有)할 수 있는 감각이다. ‘영적 감각’은 하나님이 인간의 마음 안에 촛불을 켜 인간의 내면만이 아니라 세계와 자연을 통해 발현되는 하나님의 참 선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고 느끼고 사랑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영성을 북돋아준다.

이스라엘의 살아계신 하나님은 이방인이 섬기는 우상과 대조된다. “그들의 우상들은 은과 금이요 사람이 손으로 만든 것이라.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며,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코>가 있어도 냄새 맡지 못하며, <손>이 있어도 만지지 못하며 발이 있어도 걷지 못하며, 목구멍이 있어도 작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느니라. 우상들을 만드는 자들과 그것을 의지하는 자들이 다 그와 같으리로다.”(시 115:4-8) 우상의 특징은 감각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공감하고 공명하고 교류하는 능력이 없다. 이게 우상이고 우상을 섬기는 사람도 그러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살아계신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은혜(사랑)는 우리의 감각을 열어주시고 민감하게 하신다.

이 감각은 사랑하는 자의 가슴에서 움 돋아 “시온의 돌들만 보아도 즐겁고 그 티끌에도 정을 느끼는”(시 102:14) 청초한 영혼의 시적 감각이다. 영적 감각은 경험적 세계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초경험적’ 세계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감각이다. 영적 감각은 모든 것(종교적인 것뿐 아니라 친구, 가족, 일, 관계, 성, 고통, 기쁨, 자연, 음악, 유행, 문화 등)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만나는 감각이다. “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시 36:9). 주의 빛 안에서 우리는 삼라만상을 통해서 형형색색 빛나는 색채를 본다.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 '성 테레사의 법열' 1647-1652. 대리석, 높이 350 cm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 '성 테레사의 법열' 1647-1652. 대리석, 높이 350 cm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의 모든 것들(萬象)에는 내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가 없음을 알게 된다. 그는 오직 당신 안에만 내 영혼이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므로 흩어진 내 자신을 당신 안에서 하나 되게 거두어 모아 주시고, 나의 어떤 부분도 당신을 떠나지 말게 하소서, 하고 기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만을 봤던 그는 주님의 부름을 듣고 회심을 하여 오감을 통해 하나님을 보는 신기하고 놀라운 역사가 일어난다.

“그래도 당신은 부르시고 소리질러 귀머거리 된 내 귀(청각)를 열어주셨습니다. 또한 당신은 당신의 빛을 나에게 번쩍 비추어 내 눈(시각)의 어둠을 쫓아 버렸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향기를 내 주위에 풍기시매 나는 그 향기를 맡고서(후각) 이제 당신을 더욱 갈망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맛보고는(미각) 이제 당신에 굶주리고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한번 만져 주시매(촉각), 나는 불이 붙어 당신이 주시는 평안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고백록』, X.27.38]

아우구스티누스는 아주 상세하게 하나님의 지각, 5가지 영적 감각의 대상이 되도록 하나님을 서술하고, 하나님을 내적 인간의 5가지 영적 감각 의 대상으로 만든다. “하나님은 빵도 아니고 물도 아니다, 또 하나님은 빛도 아니다. 하나님은 옷도 아니고 집도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은 가시적인 것들이고 개별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이다. 당신이 배고프면 하나님은 당신을 위한 빵이다. 만일 당신이 목마르면 하나님은 당신을 위한 물이다. 만일 당신이 어둠 속에 있다면 하나님은 당신을 위한 빛이다. 하나님은 부패하지 않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헐벗었다면 하나님은 당신을 불멸성으로 입히는 옷이다. 썩어질 몸이 썩지 않을 옷을 입고 죽을 몸이 죽지 않을 옷을 입는다.”(요한복음 강해, CCL, 36, 133)

그리스도인은 온 몸으로, 즉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통감각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막 12:30). 이 말씀은 오감을 동원하여 하나님을 느끼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거기에 싣는 여일하고 순순(淳淳)한 과정을 의미한다. 다중 감각적 체험과 감각적 경험이 삶을 청초하고 풍요롭게 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사랑의 자유와 자유한 사랑으로 찰랑찰랑 흘러넘치고 풍성해지는 즐거운 온유함과 가을 햇살처럼 깊이 찾아드는 고즈넉한 겸손함에 무연히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영적 감각은 그리스도인을 지적이거나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라 영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 성 테레사의 영성에서처럼 하나님과의 신비적이며 황홀한 사랑의 교감은 하나님과의 영적 감촉(taste and touch)을 통해 완성된다.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예목원 연구원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예목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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