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을 보는 신비②
구원을 보는 신비②
  • 심광섭 목사
  • 승인 2020.02.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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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시므온의 노래', 1669. 99 x 78.5 cm; 스톡홀름 국립박물관.
렘브란트, '시므온의 노래', 1669. 99 x 78.5 cm; 스톡홀름 국립박물관.

그는 더 이상 주님을 머리로 골똘히 생각하거나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주님의 구원을 무방비 상태의 열린 눈으로 오도카니 바라본다(관상). 어떤 글이나 말이나 예술적 표현으로도 그 거룩한 느낌을 붙잡을 수 없다. 그는 그냥 그 느낌을 마음껏 즐기기 시작한다.

진정으로 주님을 모시게 된 자, 하나님으로 가득 채워진 자, 오래오래 하나님의 느낌으로 가득한 삶, 하나님 안에서 나 자신을 망실(忘失)한 자의 고명(高明)한 모습이다. 하나님을 알아보고, 하나님을 안아보고, 하나님을 느껴보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즐겨보고, 하나님을 맛본 그대 시므온.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 모두 먼저 떠나보내고 외롭고 슬픈 한 가난한 늙은이로 먹먹해진 렘브란트는 시므온을 통해, 시므온과 함께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는 깊고 높은 거룩한 경험을 공유한다.

그는 구주 예수님을 품에 안음으로써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자기 자신보다 더 가까이 가슴으로, 삶의 그늘과 주름 사이로, 온 영혼으로 방울방울 이슬처럼 스미어드는 구주를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느끼고 있다. 시므온은 예수님께서 “하나님나라가 가까이 왔다”(막 1:15), 라고 선포하기 전에 “하나님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왔을”(마 12:28)뿐 아니라 “하나님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눅 17:21)는 선언을 미리 체험한다.

시므온은 아기를 품에 안고 눈으로 주님의 구원의 아름다움을 보며, 그를 지금 해가 닳도록, 달이 닳도록 영원무궁토록 즐거워한다.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손끝으로 만져보는(touch) 경험, 생의 완성에 즈음하여 순색영원(純色永遠)의 먼 끝을 그의 손끝에서 만나게 되었다(김현승, <절대 고독>의 시상에서).

더 나아가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그 통통한 살 내음을 흠향하는 경험, “하나님의 맛에 빨려 들어가는 그 맛, 이것이 영혼에게는 최대의 행복이다”(예수의 테레사). 우리의 영원한 행복은 행복 자체이신 하나님과의 교제 속에서 살아가는 영원한 삶이다. 이 삶은 하나님의 진리 안에서 우리를 알고, 하나님의 선함 속에서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참된 선의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 자신을 기뻐하는 삶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운명은 하나님을 영원히 즐기면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에 떠오르지 않은 구원의 아름다움을 마련해 주셨다(고전 2:9). 우리는 시므온과 함께 어린 아기 예수님을 안고 샛별 같은 눈과 눈을 마주하고, 몰랑몰랑한 볼과 볼을 부비는 순수하고 거룩한 애무의 경험에 이른다.

주현절(主顯節, Epiphany) 기간이다. 나는 주현절은 아기 예수님을 품에 얼싸안고 애무(愛撫)하는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어, 주님을 따르고 모심으로써 주님을 즐거워하고 향유(享有)하는 되새김과 오랜 머무름과 멈춤(hesychia)을 통해 내면적 영성과 영적 삶이 더욱 깊어지는 기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예목원 연구원
심광섭 목사 전 감신대 교수(조직신학/예술신학)예목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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