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 주필칼럼] 썩은 사과 한 알이 전체 사과를 썩게 한다.(A bad apple spoils the bin.)
[40호 주필칼럼] 썩은 사과 한 알이 전체 사과를 썩게 한다.(A bad apple spoils the bin.)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2.1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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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적은 꽃 몽우리가 터져 나팔꽃이 활짝 피어나는 때이다."

이번 설 명절에 지인이나 친구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았는데 그 중에 사과상자가 꽤 있었다. 예전에는 사과상자가 나무상자였다. 송판을 이어 붙여서 궤짝을 만들고 신문지로 바닥을 두르고 쌀겨를 채우고 그 속에 사과를 넣었다. 알이 굵은 사과는 개수가 적었고 알이 작으면 개수가 많았다. 식구가 많은 집은 개수를 먼저 고려했고 제상(祭床)에 올릴 물건이나 상납용이나 선물로 쓸 것이라면 그래도 큰 것을 골랐다. 사과상자 바깥에 레이블처럼 붙어있는 것은 손바닥만 한 종이에 손 글씨로 국광이나 홍옥정도의 사과품종과 개수를 적은 게 고작이었다. 열 몇 개면 아주 씨알이 굵은 부사 같은 종류이고, 서른 개에서 마흔 개 정도가 보통크기의 사과들이었다. 무공해니 무 농약이니 제자랑 늘어놓은 것도 없었고 명인처럼 사과를 재배한 사람 이름이 씌어져 있지도 않았다.

사과상자하면 떠오르는 게 까슬까슬한 왕겨다. 겨 속에 파묻힌 사과를 파내면 사과향기가 났다. 사과 상자가 나무궤짝이라 사과를 다 먹어도 그 상자를 쉽게 내버리지 못했다. 워낙 물건이 귀했던 시절이라 가난한 신혼부부는 사과상자를 옆으로 뉘어놓고 사과상자 안쪽은 찬장으로 쓰고 그 위에 이불을 올려놓기도 했다. 애들 공부하는 책상으로도 쓰기도하고, 다시 사과농가로 흘러들어가 재사용되기도 했다. 개집이나 고양이집이 되기도 했는데 새끼들은 그 속을 아늑해 했지만 큰 개들은 들어가 앉기가 비좁아 잘 들어가지 않았다. 사과는 당시에는 최고의 과일에 속했다. 맛있기는 했지만 그 시절에는 과일이 흔하지 않아서 사과가 과일 중 큰 대접을 받았다. 지금은 바나나, 망고, 두리안 키위, 오렌지 등 수입과일이 많아 사과는 축에도 못 낄 정도다. 어찌 보면 사과보다 더 필요한 것이 사과 궤짝이었다. 하지만 과일 중 사과가 명절날 사랑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썩은 사과는 문제다.

회사를 경영하는 필자의 친구 P사장은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영업팀에 있는 L대리 때문이다. 그는 뛰어난 언변과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영업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상사들은 그를 싫어한다. “야근이 너무 많다”, “회사가 맘에 안 든다”, “복지가 좋지 않다”는 등 항상 회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팀 분위기를 흐리는 것 같아 해고해 버리고 싶지만, 그의 뛰어난 영업능력이 아까워 망설여 왔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걱정이란다. 뭐든 잘하는 직원이면 좋으련만 사람에게는 동전의 양면처럼 누구에게나 단점과 장점이 있기 마련이다. 성과는 매우 좋지만 팀워크를 깨니 문제다. L대리와 같은 사람을 흔히 ‘썩은 사과’라고 부른다. 한 개의 썩은 사과가 주위의 다른 사과를 썩게 하는 것처럼 조직전체를 병들게 한다. 그래서 썩은 사과는 아깝다 생각 말고 과감히 도려내야 조직이 산다. 썩은 사과가 발견되면 즉각 제거하는 것이 당장은 아까울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직을 살리고 영업성과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 온다. 썩은 사과 한 알이 전체 사과를 썩게 한다(A bad apple spoils the bin). 만고불변의 원칙 ‘썩은 사과의 법칙’ 이다.

배울게 많은 한 선배를 인간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이유를 몰랐다가 얼마 전 알게 되었다. 왜, 그럴까? 그는 자기 이야기만 할 줄 알지 남의 안부는 묻는 적이 없다. 받아 적고 싶을 만큼 주옥같은 말을 내뱉던 선배의 특징은 웬만해선 남의 일을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식구들은 잘 있는가? 같은 아주 사소한 질문 말이다. 소통이란 일방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입시전쟁을 그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필자의 마음을 움직인 건 명문대 진학이라는 폭주열차에 탄 사람들이 아주 가끔 창문을 열고 ‘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가령 “엄마 나도 잘하고 싶은데, 힘들어~”라고 말하는 아이를 침대에서 끌어안으며 “엄마도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 이게 맞나 싶은데도 답이 없잖아.... 아들아 엄마가 미안해”라고 고백하는 순간 말이다. 아들 포기선언 후 가출했던 아이를 양말 바람에 뛰어가 껴안는 아빠의 뒷모습 같은 거 말이다. 누구나 화려한 성공을 꿈꾸지만, 기적은 나팔꽃이 장미로 피어나는 게 아니다. 삶의 기적은 꽃 몽우리가 터져 나팔꽃이 활짝 피어나는 때이다. 크리스천은 하나님과 소통해야 산다. 시시콜콜한 것 까지.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방송국 재단이사

보성평생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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