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 주필칼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변씨개명(變氏改名)을 강요당한 나라
[42호 주필칼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변씨개명(變氏改名)을 강요당한 나라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9.02.27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의 평민, 유대인, 또는 일본의 평민처럼 성씨(姓氏)가 없었던 것이 아닌데 일본식으로 ‘갈아치우라’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창씨개명이 아니라 변씨(變氏)개명이었던 셈이다.

올해는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3.1운동 100주년이다. 순국선열을 생각하며 삼일절 노래를 부르면 늘 뭉클하다.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은 다시 흐르고 백두산-높았다. 선열 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순국선열들께 고개 숙이자. 순국선열들께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1980년대에 독일인 친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이나 ‘저우언라이(周恩來)’같은 이름을 보면 마오(毛)나 저우(周)처럼 성(姓)이 두 음절이고, 일본도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처럼 둘 또는 세 음절인데 한국인의 성은 ‘김’,‘이,’ ‘박’처럼 한 음절일 뿐이다.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같은 조상을 모실 터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가계(家系)를 구별하느냐?”라고 물었다. 그래서 필자는 중국의 성씨인 모(毛)는 한 글자인데 ‘마오’로 발음하고, ‘주(周)’ 역시 ‘저우’로 발음하는 것이 중국어의 특징이고 일본의 성은 두 문자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지만, 세 음절로 발음하기도 하는데 ‘전중(田中)’을 ‘다나카’로 발음하듯이.” “그렇지만 한국어에서는 ‘김(金)’,‘이(李)’‘박(朴)’을 한 음절로 발음한다. “나는 성(姓)이 ‘이씨’이고 나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씨족의 뿌리인 본관(本貫)이 어디인지를 묻고, 본관이 같은 경우, 같은 세대, 즉 형제자매간은 물론 사촌, 팔촌도 같은 글자를 돌림자로 쓰는 시스템이 있어 돌림자로서 친족관계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이’ ‘박’처럼 같은 성씨라도 많게는 수십 개의 본관이 있으며 본관이 다르면 아예 다른 성씨로 여기며. 게다가 하나의 본관에도 여러 파(派)가 존재한다고 했다. 왕조 시대에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인물에게 국가가 새로운 본관이나 성을 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공신들이 그 혜택을 입으면서 본관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에는 성씨가 2,500여 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성씨는 그 뿌리가 멀게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도 덧붙였다. 필자의 설명을 들은 그는 우리 성씨제도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이어진 제도라는 점에 놀라움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의 성씨는 어떤 면에서 독일의 역사와 연관이 있으며, 특히 유대인의 ‘이름 주기(Namensgebung)’와 맥을 같이한다고 했다. 1875년 독일제국은 영토 내 모든 거주자에게 의무적으로 성을 가지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 같은 조처에도 유대인들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자 행정관이 ‘게토’에 들어가 가정마다 성을 지어 주었다. “가장(家長)이 늘 ‘바지멜빵’을 하고 다니는 집엔 ‘호젠트레거(Hosentraeger, 바지멜빵 멘사람)’, 설탕장사를 하는 집엔 ‘주커만(Zuckermann)’. 간스(Gans)라는 성은 ‘누구네 집’이라 표시하기 위해 현관에 그려놓은 ‘거위’를 보고는 집행관이 ‘거위’라는 성을 준 데서 유래했다”고 했다. 일본의 성씨 형성 과정은 독일과 비슷하다. 일본이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후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서 여러 면에서 프리드리히 대제가 이끈 독일제국을 벤치마킹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일본 평민에게도 성씨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그래서 독일 같은 방식으로 밭 가운데에서 살았다는 뜻의 ‘다나카(田中)’, 소나무 아래를 뜻하는 ‘마쓰시타(松下)’ 같은 창씨(創氏)를 한 것이다. 이것이 19세기 후반의 일이니 우리의 성씨 역사에 비하면 무척 늦은 셈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오랜 성씨를 강압적으로 일본식으로 ‘창씨(創氏)’하도록 하였다. 독일의 평민, 유대인, 또는 일본의 평민처럼 성씨(姓氏)가 없었던 것이 아닌데 일본식으로 ‘갈아치우라’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창씨개명이 아니라 변씨(變氏)개명이었던 셈이다. 필자의 아버지는 창씨를 반대했지만 강제로 國本 鎔杬이라 했으니 필자의 姓도 國本이 될 뻔했다. 우리말에 아주 못된 욕이 ‘성(姓)을 갈 놈’이라 한다. 일본은 우리 조상의 얼과 정신을 말살하려했다. 우리 백성을 전쟁터로, 정신대로, 노무자로 끌고 가 온갖 고초를 겪게 했고 목숨까지 빼앗는 것도 모자라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이러니 3.1운동,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광야를 헤매던 나라를 하나님이 되찾아주셨다. 만세!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CBS방송국재단이사

전NCCK감사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