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 주필칼럼] 도시락(벤또)의 추억
[38호 주필칼럼] 도시락(벤또)의 추억
  • 이창연 주필 장로
  • 승인 2019.01.2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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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누구나 가난했지만
그래도 상대적 빈곤이 없어서 좋았던 시절이다."

매일 성경 읽고 찬송하고 기도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기 때문에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옛날 어릴 적 추억을 더듬어 보며 가벼운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우리나라 60~70대 사람들에게 도시락은 학창시절의 추억 그 자체다. 그 당시에는 도시락을 ‘벤또’라고 불렀다. 도시락 때문에 울고 웃던 장면과 얘기들은 수 십 년이 흘러도 잊혀 지지 않는 기억으로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김칫국물이 흘러 책과 공책을 붉게 물들였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나, 겨울철 톱밥난로위에 도시락을 켜켜이 올려놓고 데워먹던 기억들이 새롭다. 시골에서 자란 필자의 초등학교시절에는 누구나 하얀 쌀밥은 꿈도 못 꿨다. 가마솥뚜껑을 열면 김이 확 솟아올라 온다. 김이 사라지면 밥이 보이는데 보리밥위에 쌀밥이 조금 얹혀 있다. 그 쌀밥은 할아버지 아버지 등 어른용이고 도시락에는 조금 섞어서 얹어주고 나머지는 90%이상인 보리밥에 다 섞어 버리면 보리밥 일색이다. 양은 도시락 통에 까만 꽁보리밥, 무말랭이 무침, 군내 풀풀 나는 묵은 김치를 싸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도시락에 밥 대신 찐 고구마나 감자를 담아온 아이들도 있었다. 반면에 집안이 넉넉한 아이들은 멸치와 쇠고기 장조림에다 계란프라이까지 얹어 도시락을 싸왔다. 가난한 아이들은 자신의 도시락을 보이기 싫어 도시락뚜껑으로 밥과 반찬을 가리고 먹었다. 초라한 도시락을 책상에 올려놓으려면 창피해 그런 도시락을 아예 안 가져간다고 떼를 써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하고, 점심때만 되면 학교뒷산에 올라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가난을 원망하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특별히 도시락을 싸 갈수 있는 소풍날은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렸다. 평상시 먹지 못했던 김밥과 계란, 사이다를 싸가지고 갈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도시락을 까먹는(?) 점심시간은 규율과 수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있어 잠시나마 해방공간이었다. ‘까먹는다’는 것은 도시락보자기를 벗기고 뚜껑을 열고 먹는다는 표현이다. 이때만은 모든 것을 잊고 왁자지껄 떠들며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먹을거리가 넘쳐나 도시락에 대한 애틋함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은 도시락을 싸가는 사람이 드물다. 특별히 건강 때문에 ‘건강 식단’을 만들어 식당음식을 기피하는 사람을 빼놓고는 거의 도시락은 사라진 문화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외식도 즐거운 일이지만 한번쯤은 집에서 만들어온 도시락을 먹으며 가족 간의 사랑과 함께 학창시절의 ‘도시락 추억’을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겨울철은 유난히 먹을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추운 날씨 때문에 형제들과 이불속에 웅크리고 있을 때면 어머니께서 고구마를 쪄주시곤 하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가 뜨거워 이 손 저 손으로 옮기며 입으로 호호 불어서 동치미와 함께 먹기도 하고, 식은 물고구마는 한쪽 끝을 따고나서 입으로 쪽 빨면 꿀처럼 달고 물컹한 물고구마 속살이 입안으로 쏙 빨려 들어오는 그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김장 날엔 온 식구들이 빙 둘러 앉아 막 담근 김치를 쭉쭉 찢어 고구마에 걸쳐 먹었던 맛도 잊을 수가 없다. 고구마는 간식거리로 인기가 있지만 최근엔 건강식으로 더 각광을 받고 있어서 가난의 상징이었던 고구마가 건강식의 윗자리에 있다 보니 이제는 부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변비예방과 치료, 소화작용, 고혈압, 뇌졸중등 성인병예방과 항암효과와 다양한 호르몬의 생성을 촉진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노화방지를 한다고 한다. 요즈음같이 추운날씨에는 어릴 적 먹었던 가마솥에서 막 쩌 낸 고구마가 그립다.

며칠 전 TV에서 방영한 ‘내 마음의 풍금’이란 영화를 시청했다. 당시의 시대상이 적나라하게 연출된 것을 보고 감동하였다. 그때는 누구나 가난했지만 그래도 상대적 빈곤이 없어서 좋았던 시절이다. “지금 하는 짓들은 배가 부르니까 그런다” 는 어른들의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다. 탈북자 주 영국 공사 태영호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전역이 ‘인간감옥’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손을 얹고 주님께 기도해 보자. 우리가 잘살고 있는 것이 누구 덕인가. 철없는 불장난을 할 때인가, 하늘에선 은총을 베푸신 주님이 울고 계실 것 같다.

 

 

이창연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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