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핵폭탄 실험 73주년을 앞두고
첫 핵폭탄 실험 73주년을 앞두고
  • 장윤재 교수
  • 승인 2018.06.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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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벨평화상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이 수상했다. 영어 약자로 ICAN, 즉 ‘나는 할 수 있다’는 뜻의 단체다.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es)가 핵심 회원단체로 사실상 작년 노벨평화상은 “모든 핵무기는 하나님 앞에서 죄”라고 일찍이 선언한 세계교회가 수상한 것과 다름 없다.

무슨 공헌으로 이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는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ICAN의 기여는 현재의 ‘핵확산금지조약’(NPT,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을 대체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한 것이다. 요지는 핵의 ‘확산’ 금지에서 핵 ‘무기’ 자체의 금지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노벨상위원회가 선정 이유에서 밝혔듯이 ICAN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에 새로운 방향성과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현재 세계 핵무기 관리구조는 1970년에 발표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이다. 이 조약은 당시 핵을 보유하고 있던 5개국(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먼저 성실히 핵무기를 축소할 것과 나아가 여타 국가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 국제조약이다. 하지만 이 조약이 발효된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나도 핵무기의 축소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롭게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NPT 체제는 핵무기의 폐기는 커녕 핵무기의 확산 방지에도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지뢰금지조약이나 집속탄금지조약처럼 ‘시민의 힘’으로 각국 정부를 압박해 핵무기 자체를 금지하는 (확산이 아니라) 조약을 만들어 이를 통해 핵무기 폐기를 실현시키자는 아이디어가 탄생했고, 이 아이디어가 바로 ‘핵무기금지조약’(TPNW)으로 결실을 맺어 그것에 앞장선 ICAN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북핵을 반대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지지한다. 그런데 우리가 북핵을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북’핵이 아니라 북‘핵’이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북이 가져도 안 되고, 이 지구상 그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 그것이 수미일관한 논리이고, 그것이 기독교 신앙의 요청이다. 핵과 기독교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세계의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는 입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면 좋겠다.

첫 핵폭탄 실험 73주년이 다가온다. 1945년 7월 16일, 미국의 뉴멕시코주 ‘죽음의 여행’이라는 이름의 사막에서 첫 핵폭탄 실험이 실시되었다. 상공 9㎞까지 거대한 죽음의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실험의 책임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힌두교 경전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이렇게 탄식했다. “이제 나는 죽음, 곧 세계의 파괴자가 됐다.” 우리는 이 죽음의 사막에서 ‘출애굽’하여 핵무기가 없는 생명과 평화의 땅 가나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윤재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교목실장, 대학교회 담임목사
전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회장
전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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