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뒤에 무지개 뜨면
홍수 뒤에 무지개 뜨면
  • 장윤재 교수
  • 승인 2018.08.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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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다시는 ‘인간을’ 홍수로 멸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인간 때문에’ 다른 모든 생물을 멸하지 않겠다는 것"

한반도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여름의 폭염(暴炎)은 글자 그대로 ‘사납게 불타는 더위’였다. 지금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재앙이며 원인은 ‘인간’이다.

1967년에 사이언스지에 실린 린 화이트 2세의 논문, '우리 생태계 위기의 역사적 뿌리'는 오늘의 교회가 깊이 경청해야 할 글이다. 이 세계의 수많은 종교 중 기독교가 '가장 지독한 인간중심주의적 종교'이며, 이런 기독교가 바뀌지 않으면 환경위기는 극복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도 인간중심적으로 읽는 관행을 멈추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노아의 홍수 이야기다. 홍수는 단지 비가 많이 온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태초에 하나님이 궁창(dome)으로 물과 물을 나눠 마른 땅을 내셨던 곳에(창1:6) 다시 ‘큰 깊음의 샘들’을 터뜨리고 ‘하늘의 창문들’을 열어(창7:11) 새 창조를 준비하신 사건이다.

땅에서 물이 말라 노아와 그의 가족이 방주에서 나올 때 하나님은 구름 속에 무지개를 걸어두고 새 언약을 세우신다.(창세기 9장) 여기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하나님이 무려 6번이나 이 언약을 단지 인간만이 아니라 땅의 모든 생물과 더불어 맺는다는 것을 반복,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무지개 언약은 단지 신과 인간 사이의 약속이 아니라, 신과 인간과 자연 사이의 ‘3자 계약’이었다. 노아의 홍수 이후 자연(땅, 동물)은 하나님과 독립적으로 계약을 맺은 온전한 주체다.

무지개의 언약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언약의 내용 자체다. 사람들은 대개 하나님이 다시는 홍수로 우리 ‘인간을’ 멸하지 않겠다는 것이 무지개 언약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성서의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창9:11) 무지개의 진짜 언약은 이것이다. 하나님이 다시는 ‘인간을’ 홍수로 멸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인간 때문에’ 다른 모든 생물을 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창8:21)

노아의 홍수와 무지개 이야기는 인류의 민담, 철학, 문화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뿌리 은유다. 갈수록 잦아지는 홍수, 대형 산불, 폭염, 혹한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위험한 징후들은 모두 지구온난화로 대기의 온도와 습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뿌리 은유’부터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성서만 다시 읽어도 우리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홍수 이후 구름 속에 무지개가 뜨면 이제 우리는 이 지구가 인간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온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성서의 가르침을 아프게 되새겨 볼 일이다.

장윤재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교목실장, 대학교회 담임목사
전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회장
전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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