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고”
  • 장윤재 교수
  • 승인 2019.04.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앞서가며 우리의 길을 인도할 때
이 땅에는 참된 평화가 깃들 것이다."

마태복음 20장에 등장하는 ‘포도밭 주인의 비유’는 인간이 말하는 정의와 하나님의 정의가 어떻게 다른지 묘사한다. 어느 날 포도밭 주인이 이른 아침부터 일꾼을 고용해 한 데나리온을 주기로 하고 일을 시켰다. 그 주인은 오전 9시, 낮 12시, 오후 3시, 그리고 오후 5시에 새로운 일꾼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저녁에 일당을 주는데 모두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 주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포도밭 주인은 단호히 말한다.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마태 20:13-14) 여기 ‘나중 온 이 사람에게’(unto this last)라는 구절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러스킨의 책 제목이 되었고, 마르크스의 ‘자본론’보다 100년이나 앞서 성서에 기초한 자비의 경제를 이야기한 이 책은 변호사 간디를 마하트마 간디로 만들었다.

예수님 당시 일일 노동자들의 하루 품삯은 한 데나리온이었고, 그들은 1년에 200데나리온쯤 벌었다. 그러나 당시 한 유대인 가정이 1년을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의 비용은 220데나리온 정도였다.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이틀을 연명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의 ‘포도밭 주인의 비유’의 핵심은 몇 시간을 일했든 일한 사람 모두가 하루치의 온전한 품삯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게 ‘하나님의 정의’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상식으로 보면 충격적이다. 하지만 하루 임금이 한 데나리온인 상황에서 ‘나중 온 이 사람’이 겨우 1시간 일했다고 그에게 12분의 1데나리온만 준다면 어찌 되겠는가. 인간의 눈에는 정의롭게 비칠지 몰라도 ‘모든’ 생명을 돌보시는 하나님 눈에는 잔혹하다.

‘포도밭 주인의 비유’는 경제적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자다.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 경제다. 그렇다면 경제의 정의는 모든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정의다. 이 정의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연민에 기초한 정의다. 사랑에 기초한 정의다.

시편 85편은 아름다운 시어로 가득하다. “사랑과 진실이 만나고, 정의는 평화와 서로 입을 맞춘다.”(10절) 단지 문학적 메타포가 아니다. 정의의 중요성이 선포된다. “진실이 땅에서 돋아나고, 정의는 하늘에서 굽어본다.”(11절) 진실이 사람의 몫이라면 정의는 하늘의 것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주님께서 좋은 것을 내려 주시니, 우리의 땅은 열매를 맺는다.”(12절) 정의의 결과가 풍요다. 시편은 이렇게 정의의 중요성을 선포함으로 마무리한다. “정의가 주님 앞에 앞서가며, 주님께서 가실 길을 닦을 것이다.”(13절) 그렇다. ‘평화,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오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앞서가며 우리의 길을 인도할 때 이 땅에는 참된 평화가 깃들 것이다.

 

 

장윤재 교수

이화여대 교수·교목실장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