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목회]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은퇴목사 “내가 죽으면 교회가 산다”(我死敎會生)
[은퇴목회]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은퇴목사 “내가 죽으면 교회가 산다”(我死敎會生)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1.04.28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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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받을 스승 없고 도(道)를 잃어버린 세대”
“평신도를 병신도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나의 목회 유산은 헌신, 성빈(聖貧), 명예추구 안한 것”

은퇴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에게 이미 은퇴하신 목회자의 이야기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은퇴 모습을 제시하려 1부 정성진 목사의 목회 스토리, 2부 후배 목사들에게 바라는 미래목회와 은퇴 준비, 그리고 목회유산 상속으로 구성했다. 대담자 박진석 상임이사, 정리 이신성 기자, 사진 최상현 기자

정성진 목사 인터뷰 모습. 최상현 기자
정성진 목사 인터뷰 모습. 최상현 기자

2부 나의 목회 유산 상속

Q. 이전 세대 목회자와 현 세대의 목회자의 가장 큰 차이는?

우리나라는 1971년부터 통일벼를 생산하면서 쌀을 자급자족하게 되었다. 그 이후 출생자들은 보리고개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5천년 역사 속에서 가장 찬란한 경제부흥을 살아 온 목사들은 보리보개를 겪은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 가난 속에서도 청빈과 체면을 중시하는 선비의 도가 실종됐다. 청지기 정신, 선비 정신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금은 목사들에게 본을 보일만한 스승이 드물다. 우리 세대가 선비같은 스승을 마지막으로 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박창환 학장과 서정운 총장 같은 스승 상이 우리 세대에는 있었다. 그런데 선비의 도, 청지기 정신, 청교도 정신 모두 사라지고 물량주의가 대세가 되었다. 내가 볼 때 도를 잃어버렸다. 도(道)라고 하는 말은 머리(首)로 생각하면서 천천히 걷는 것(辵)을 의미한다. 한 사람이 찬찬히 생각하며 천천히 끊임없이 간다는 뜻이다. 도(道)라는 것은 그러는 사이에 문득 깨달음이 오는 것이다. 구원은 순간적이나 성화는 점진적이다. 불교에서는 고려국사였던 지눌이 돈오점수(頓悟漸修)를 주장했다. 문득 깨달음을 가지고 점진적인 수양을 한다는 거다. 이게 실종되어서 자본주의에 함몰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대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좋은 것을 남겨주지 못했다. 불교는 자기와 생각이 달라도 선대 스님을 욕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경직 목사 이후 공감하는 스승이 없다. 그래서 지금세대들은 스승이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스펠투데이도 비판할 것은 정확하게 하되, 잘하는 것은 격려하고 칭찬해야 한다. 잘하고 바르게 하고 있는 공동체가 크고 작은 교회 중에 많이 있다. 다행히 우리 교단의 어려움을 겪던 대형교회들 안정적이 되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하나다. 교회는 신학적으로 어머니다. 교회를 비난하기 보다는 자신의 교회를 깨끗하게 하는 데 노력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다른 교회를 비난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고 제 살 깎아 먹는 것과 다름 없다.

Q. 21세기 미래 목회를 준비해야 하는 일선 목회자들에게 선배로서 이것만은 꼭 했으면 좋겠다는 점은?

제일 중요한 것은 평신도를 병신도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성도들을 똑똑하게, 바르게 양육해야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은사중심 사역을 해야 하는데 목사들이 이걸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매년 5명의 장로들을 선출했는데 그 중에서 여자 장로를 1명씩 뽑았다. 20%가 여자 장로인 셈이다. 전문장로 제도를 만들었다. 법률 전문, 재정 전문, 중보 기도 전문, 사회복지 전문, 교계 전문 장로 뽑았다. 전문성을 그만큼 중요시한 것이다. 재정전문은 반드시 은행 지점장급 이상으로 세웠다. 재정은 반드시 목회자가 다루지 않고 모두 전문가에게 맡겼다. 그 결과 은퇴할 때까지 재정사고가 나지 않았다. 평신도 중심 사역이 중요하다.

둘째, 은사중심적 사역이 중요하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전부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은사 중심 사역에 집중했다. 부흥 강사는 당대 최고의 목회자를 항상 세웠다. 최고의 실력자들을 통해서 교인들을 가르치기에 힘썼다. 예수전도단 DTS(Discipleship Training School, 예수제자훈련학교)와 죠이선교회의 성경공부를 우리교회에서만 2천명씩 했다. 목장은 450개, 제직회는 360여개, 선교회는 160개로 총1000개의 소그룹이 있다. 조직관리의 원칙은 자율성이다. 모든 조직은 부장과 위원장을 부서에서 선출하게 한다. 당회에서는 추인만 한다. 은퇴 3년 전부터 100% 자율조직이 완성됐다. 자율성의 힘이 발휘되면 조직이 아주 강력해진다.

Q. 목회 유산에 대해 설명한다면?

목회 유산으로는 첫째, 헌신이 중요하다. 헌신의 방법으로 시신기증과 장기기증하면 좋다. 오래전에 시신기증 서약을 했더니 장기기증협회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장기기증도 서약했다. 시신기증은 해부학용이고, 장기기증은 사망 후 장기를 적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장기기증을 하면 6명까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왕 줄 것이면 모두 주자 생각해서 둘 다 기증서약을 했다. 이렇게 목회자는 끝까지 헌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둘째, 성빈(聖貧)이다. 성빈은 거룩한 가난을 스스로 취하는 것(自取)을 뜻한다. 우리에게 청빈 사상은 익숙하다. 목사들 중에 청부(淸富)론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청부론은 교인들에게 맞는 사상이지만 목사는 청빈해야 하고, 청빈을 넘어서 프란치스코처럼 자발적 가난, 성빈을 추구해야 한다. 중세기에 교회가 무너져 갈 때 천주교를 지탱해준 역할을 한 것이 프란치스코 수도회였다. 목사들이 생활 중에 타는 승용차도 교인들이 생각하는 것에서 한급을 낮추면 존경받을 수 있다. 사례비도 마찬가지다. 교인들의 생활 중간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그 원칙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은퇴비를 1억원으로 결정하고 헌금하고 끝냈다. 나의 목회 유산은 성빈, 조금만 덜 받고 덜 쓰고 가난을 자취(自取)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명예, 원로,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목사도 장로도 명예직이나 원로직이 없다. 노회 공로 목사도 내 의사와 상관없이 노회에서 결정했다. 총회정치를 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일찍부터 총회 일에서는 손을 뗐다.

마지막으로 명예를 추구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돈과 여성, 그리고 명예 이 세 가지를 세상에서 3G(Gold, Girl, Glory)라고 한다. 나는 이런 유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당회장실에 여전도회 회원들이 봉사하지 않도록 했다.

지금은 교계의 어려운 단체들을 맡아서 일하고 있다. 이것은 명예 때문이 아니다.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봉사단, 한정협(한국기독교탈북민정착지원협의회), 주빌리 통일 구국기도회 등을 돕고 있다.

지금 모든 교회단체들이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까닭은 큰 교회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평적 조직을 만들고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은퇴 후에 크로스로드를 세울 때 1만원 선교회원을 모집했다. 이것이 지금 선교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가스펠투데이가 전투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론을 지향하지 않으면 역사에 부끄러운 신문이 되고 만다. 바르게 가면 후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일어난다.

인터뷰하는 정성진 목사. 최상현 기자
인터뷰하는 정성진 목사. 최상현 기자

Q. 좋은 목회 유산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사실 나는 교육적 소양이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공자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나를 스승이라고 따르는 목사들이 있다. 광성제자회로 30여명 모인다. 수련회도 하고 목회 전반을 함께 논의한다. 유명 목사가 된 제자도 있고, 곳곳에서 목회와 선교를 잘 감당하고 있다.

내가 생각할 때 목회에서 실패한 게 있다면 좀더 빨리 교회 규모를 줄이고 분립을 더 많이 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제자훈련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목회를 한다면 제자훈련을 하고 싶다.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하나님이 그저 주신대로 최소한의 것을 한 것이다. 하나님이 무엇을 기뻐하실까, 무엇을 좋아하실까 생각하고 늘 목회를 했다.

내 자신이 비겁하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 강단에서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설교를 하지 않았다. 야단도 치고 세상에 대해 비판할 것도 있었지만 삼가려고 노력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시민 운동을 많이 했다. 고양시장낙선운동도 했고, 고양시민주당 시장후보 경선 선거위원장도 하고, 고양시 환경운동연합 대표도 했다.

나의 목회 훈은 “내가 죽으면 교회가 산다” 즉, 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이다. 목사가 잘 죽어야지, 살려고 발버둥치면 안된다.

‘스님들은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나?’ 관심을 갖고 알아본 적이 있다. 큰 절에서 스님이 병들면 지하실에서 조용히 죽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목사들은 기를 쓰고 살려고 한다. 심지가 다 타서 한 점을 남기고 가버리는 것처럼 호로록 가버려야 한다. 그래야 천국을 가는데 천국을 믿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이 땅에서 쌓으려 한다.

교회의 운영을 당회에서 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당회는 노회와 총회에만 관여하고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교인들이 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회 문제는 운영위원회가 다루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분립한 거룩한빛운정교회는 이런 것을 내규로 만들었다. 운영위원회는 목사, 장로, 권사, 안수집사, 청년들이 참여해서 총 23명이다. 그런데 이걸 배우려고 하는 목사가 아무도 없다. 개척한 목사는 자기 왕국을 만들려고 하고, 후임으로 간 사람은 배짱이 없어서 그런지 그런 틀을 만들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할 때 당회제도는 이 시대에 안맞는다. 그래서 거룩한빛운정교회 장로들을 설득했다. 세상은 30-40대가 이끌어간다. 세상은 변하는데 교회는 60대 장로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으니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교회를 진짜 위한다면 당회가 아니라 운영위원회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진심으로 이야기하니까 수용했다. 이 외에도 거룩한빛운정교회는 팀 목회를 하도록 담임과 함께 3명의 목회자를 묶어줬다. 우리교회에서 부목사를 하다가 이스라엘 선교사를 마치고 귀국한 목사와, 미국 유학을 마치고 온 경력 있는 목회자들이 함께 해서 잘 운영되고 있다.

해마루수도원에서 기도하는 모습. 이신성 기자
해마루수도원에서 기도하는 모습. 이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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