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정책수립, 2%가 부족한 이유
교단정책수립, 2%가 부족한 이유
  • 김승호 교수
  • 승인 2018.04.25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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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정책수립, 좋은 의도만으로는 2% 부족하다. 한때 예장통합교단 미자립교회(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은 타 교단 미자립교회 목회자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생활비 월100만원과 개별 여건에 따라 다른 지원 또한 해 주라는 교단총회의 결정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총회 산하의 각 노회는 자립교회들과 미자립교회들을 연결시켜 주는 중개역할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자립교회가 후원하는 재원은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경제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기초로 작용했다. 목회자들 사이의 경제적 양극화가 해소되는 듯 보였다.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정치적 능력에 따라 지원받는 금액의 차이가 있었던 이전까지의 현상 또한 개선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립교회들이 지원하는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비해 노회에 가입하는 미자립교회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연 총회의 결정은 유명무실해졌고, 노회마다 생활비 월100만원 지원이라는 총회의 결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자립교회들의 교인 수 정체 및 감소로 인해 헌금액이 줄어들자 지원액은 점점 더 하향 조정되었다. 현재 상당수의 노회가 생활비 월40~50만원 지원에 머물러 있다. 보다 심각한 사실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고려할 때 앞으로 이 정도의 지원마저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회마다 노회에 가입하려는 교회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노회 가입을 원하는 교회들 대부분이 미자립 상태여서 노회가(실제로는 자립교회들이) 재정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자립교회 목회자 생활비 지원을 위한 교단정책은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부딪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회 차원에서의 후속논의가 있기는 했지만 이미 시행되어 온 거대한 흐름의 물줄기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신학대학원 졸업생들은 어김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졸업 후 전임사역자로 청빙 받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임사역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졸업 후 파트 사역자로 일하면서 주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와 졸업 후 교회개척에 뛰어드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교회마다 새로 부임하는 후임목사의 리더십이 확고히 자리 잡기 어려운 현실이나 미자립교회 목회자들 상당수가 생계형 이중직으로 분류되는 현실은 이러한 목회자공급 과잉현상과 직결되어 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도우려는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돕기 위한 교단정책은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사실 목회자 생활비의 ‘묻지 마’ 식 지원정책은 이미 오래전 영국 성공회가 그 한계를 경험했던 정책이다. 영국 성공회 교단본부는 오랜 세월동안 교단 내 목회자들에게 ‘묻지 마’ 식 지원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런 지원이 지역교회의 선교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교회의 쇠퇴를 초래했다. 그런 식의 지원이 오히려 지역교회 목회자들의 선교의지를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영국 신학자 로빈 길(Robin Gill)이 쓴 책 『전략적교회리더십』(서울: 예영, 2001)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물론 한국교회는 분명 영국교회와는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교단정책수립에 있어서 우리보다 먼저 유사한 경험을 한 서구교회의 예를 참고한다면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예장통합교단이 목회자생활비 지원정책을 시행하기 전, 영국 성공회의 예를 참고했더라면 보다 발전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교단정책수립은 단지 좋은 의도만으로는 2% 부족하다. 정치적 고려나 이해당사자들의 계산법만으로는 더더욱 위험하다. 미래예측과 장기비전 및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해당 정책이 시행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분야의 전문가 그룹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각 교단은 교단정책수립과정에 해당 정책에 전문적인 소양이 있는 신학자들과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로마 가톨릭의 교황과 영국 성공회의 켄터베리 대주교의 보좌 그룹에 신학자들을 포함한 전문가 그룹을 대거 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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