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코로나 시대의 기독교 신앙
[데겔칼럼]코로나 시대의 기독교 신앙
  • 김승호 교수
  • 승인 2020.05.25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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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예배당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자, “내가 지금까지 이단 교회를 다녔다!”라면서 다니던 교회를 떠난 성도들이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주일예배는 예배당에서!”라는 슬로건은 그들에게 타협의 여지가 없는 절대적인 신앙의 기준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주일이 되면 모든 일을 중단하고 어김없이 예배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출타 중에도 주일날이면 어김없이 근처 예배당을 찾아가 예배를 드렸을 것이다. 주일날 예배당 예배 출석은 그들에게 의문의 여지가 없는 주일성수의 기본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이런 성도들에게 예배당 예배의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은 분명 ‘신앙의 변절’로 여겨질 만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간 것 같다. 예배당은 성도에게 자신의 신앙 역사와 공동체의 신앙 경험이 농축되어있는 특별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오래 몸담고 있었을수록, 예배당 건축에 깊이 참여했을수록, 예배당 공간에 대한 애착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배당 공간에 대한 애착은 한편으로는 신앙적 열정의 깊은 헌신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배당이란 특정 공간을 신앙의 대상으로 우상화할 위험이 있다.

기독교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예배하지, 특정 공간을 신성시하지 않는다. 특정 공간을 거룩한 장소로 수용하는 문화는 구약의 ‘성전’ 개념에서 유래한다. 구약의 성전이 ‘하나님이 임하시는 거룩한 장소’를 의미한다면, 오늘날의 예배당은 말 그대로 ‘예배드리는 장소’를 뜻한다. 예수의 부활로 성전 휘장이 둘로 찢어졌다. 성전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제물을 드려야 유효했던 구약의 제사가 이제는 누구든지 예수의 이름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특정 장소’를 의미했던 성전 개념이 ‘예수’와 ‘예수를 영접한 성도’로 그 의미가 전환된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예배당’과 ‘성전’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도들의 모임인 ‘교회’ 역시 ‘성전’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교회는 ‘성전’이나 ‘교회’라는 용어보다는 ‘예배당’이라는 용어를 더 흔히 사용했다. 그 후 ‘예배드리는 장소로서의 예배당’ 개념이 ‘하나님이 특별히 임하시는 거룩한 장소로서의 성전’ 개념으로 전환된 측면이 있다. 이런 의미의 전환은 성도들에게 예배당 건축에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배당’ 개념의 ‘성전’ 개념으로의 전환은 성공적인 예배당 건축을 결과했지만, 성도들의 관심을 예배당 공간 내에 머물게 함으로 교회의 사회적 책무로부터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교회 역사는 예배당 예배 및 예배당 모임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예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예배당은 다른 장소들과는 구별되는 신비롭고 거룩한 장소는 아니다. 이제 우리는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나님은 예배당이라는 특정 공간에 갇혀 계신 분이 아니라는 사실, 예수 그리스도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성도 자신이 곧 성전이라는 사실. 그래서 세상 사람은 거룩한 장소를 찾아가지만, 성도는 자신이 나아가는 장소가 곧 거룩한 장소가 된다는 사실. 코로나 시대에 기독교 신앙은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명료한 이해의 바탕 위에 든든히 세워질 수 있다.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한국교회언론연구소 연구위원)

김승호 교수

영남신대 교수

한국교회언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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