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의 권력화가 낳은 비극의 시대
음란의 권력화가 낳은 비극의 시대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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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백성이 나무에게 묻고 그 막대기는 그들에게 고하나니 이는 그들이 음란한 마음에 미혹되어 하나님을 버리고 음행하였음이니라" 호세아 4장 12절

하루가 멀다 하고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 성희롱,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문화예술계, 학계, 종교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친족 간 상호 고발로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권위와 권력의 상징으로 군림하던 사람들 주변으로부터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 또한 갈수록 충격적이다.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성폭력 범죄가 일상적으로 저질러지고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아직도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란 인식이 지배적이고 언제, 어디까지 이 흉측하고 비극적인 추문 행렬이 계속될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피해를 당하고도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해 혼자 그 끔찍한 악몽의 기억을 감추고 숨죽이며 살아왔을 사회적 약자들의 고발은 계속되어야 한다. 가해자들이 스스로 자백하고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은 후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질 때 까지.

이른바 미투(MeToo)운동으로 불리는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연달아 고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 간 공감을 통해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본래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범죄에 취약한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으로, 2017년 10월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제안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SNS에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고발하고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붙여 연대 의지를 밝혔다. 이후로도 전 세계 80개 이상 국가에서 미투 해시태그를 통한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으며, 특히 사회 각 분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권력형 성폭력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투 운동은 아직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권력형 성범죄란 가해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성폭력이다.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도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상대에게 강압적인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여겨진다.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다. 가해자를 고발할 경우 권력 차이로 인해 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고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직장 등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은 물론 성폭력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피해 고발과 처벌의 일차적 단계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성찰과 반성을 통한 근절 방안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단계로 까지 넘어가야 한다. 정확한 원인 진단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떤 확산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이유로 이렇듯 독버섯처럼 구석구석에 퍼질 때까지 모두가 외면하거나 침묵하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음란의 권력화가 낳은 오늘의 이 비극은 사실상 오래 전부터 그 조짐이 보였다. 이처럼 큰 괴물로 우리 앞에 나타나기 전에 미리 조심하고 차단해야 할 여러 징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력의 횡포와 함께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음란한 쾌락과 향락문화를 지적하고 싶다. 사랑으로 포장된 문란한 성문화와 성의식이 우리사회 전체를 홍등가로 물들이고 있을 때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는 팻말을 붙여 건강한 성윤리와 성규범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성(性)은 이를 아름답게 가꿀 줄 아는 성숙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이지 사고팔거나 힘으로 쟁취하고 순간적인 쾌락의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단순한 탐닉의 도구가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왜곡된 성문화는 우리 주변을 휩싸고 있으면서 전 국민의 성범죄화를 부추기고 사회 전체의 음란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런 왜곡된 성문화를 부추기고 확산하는데 오늘날 각종 미디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로 음란한 내용과 표현으로 가득한 콘텐츠를 양산하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이유로 이를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미디어는 오늘날 음란의 권력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주범 중 주범이다.

교회의 경건성은 한국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음란의 권력화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결정적인 해결책이다. 교회가 앞장서서 건강한 성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실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전 교회가 나서서 먼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 적극 동참을 촉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스스로 고발하고 자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주변에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감추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지혜로운 대안을 마련해서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피해자에게 더 이상 또 다른 폭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 및 후속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교회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시급히 요구된다.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김 기 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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