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요일과 부활절이 가까이 오면 생각나는 책이 있다. 그것은 기타모리 가조가 쓴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이다. 2017년 8월에 새물결플러스는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을 새롭게 번역하여 출판하였다.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은 서구신학계에도 유명한 책이다. 위르겐 몰트만이 쓴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이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에 영향을 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두 권의 책은 모두 예수님의 십자가와 하나님의 아픔에 대해 신학적으로 논한다.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은 맺는 말을 포함하여 총 13장으로 되어있다. 기타모리 가조는 루터파에 속한 조직신학자였다. 기타모리 가조는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에서 성서학을 기본으로 하여 조직신학적인 체계와 언어를 사용하여 글을 썼다. 이 책을 읽으며 놀라운 점은 일본신학이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1946년의 한국신학과 비교했을 때 학문적으로 얼만큼 성숙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신학은 이미 그 당시부터 독일신학의 전통을 본받아 고전어(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공부를 강조했다. 기타모리 가조 역시 탄탄한 고전어 실력을 바탕으로 글을 써내려 갔다.
기타모리 가조가 이 책을 서술하게 된 배경에는 1945년에 미국에게 핵폭탄을 맞고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역사가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인류에는 장차 닥쳐 올 불안한 미래였고, 일본인에게는 지옥 같은 현실이었다. 기타모리 가조는 전무후무한 핵폭탄 투하로 잿더미가 된 일본에서, 하나님의 아픔을 생각했다. 하나님의 아픔은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그리고 그 하나님의 아픔과 일본의 아픔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우리가 복음의 근본적 의의로서 하나님의 아픔이란 말을 사용했을 때, 이 말은 두 측면의 사항을 지시했다. 첫째로 하나님의 아픔은 절대로 사랑할 수 없는 자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고, 둘째로 하나님의 아픔은 그 사랑하시는 독자를 죽게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다. -178~179쪽
구약에서 하나님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이스라엘을 사랑하셨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사랑 덕분에 이집트 노예에서 해방되었건만, 그들은 그 사랑을 하찮게 여겼다. 신약에서 하나님은 하나님의 통치를 거역하는 이 세상(cosmos)을 사랑하셔서 그 아들을 십자가에서 버리셨다(시22:1).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하나님의 아픔을 잘 알지 못한다. 하나님의 눈물에 관심이 없다.
기타모리 가조는 현실에서 하나님의 아픔을 짊어지는 장소가 바로 교회라고 말한다. 교회는 아픔을 외면하고, 눈감는 곳이 아니라 그 세상의 아픔에 같이 아파하고, 눈 뜨는 곳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하나님이 세상을 아프도록 사랑하시는데, 그 하나님의 아픔에 얼마만큼 동감하고 있는가? 누구라도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을 다 읽게 되면 요한 1서에 있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성경구절이 “하나님은 아픔이시라”로 재해석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사순절 끝자락에 하나님의 눈물을 알고 싶은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 일독을 권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