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생각과 느낌을 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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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3.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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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순례⑤ 권상호의 『말, 글, 뜻』을 걷다

지난 주 한국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일본어는 ‘겐세이’ 였다. 지난달 27일 국회 상임위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김상곤 사회부총리와 말다툼을 하면서 일본말 ‘겐세이’를 사용한 것이다. ‘겐세이’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본말이다. 네이버 오픈사전에는 겐세이(けんせい)가 [견제]의 일본말이고, 주로 당구용어로 사용된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사용된 곳이 당구장이 아니라 국회였고, 이은재 의원이 ‘겐세이’를 사용한 때가 3.1절이 있는 주간이었기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세계화 시대에 영어, 일어, 독일어, 중국어가 혼용되어 사용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는데 유독 일본어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옳지 않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논란을 더 증폭시켰다. 3.1절 주간에 있었던 ‘겐세이’ 논란은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어떤 말과 글을 써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국민들에게 안겨 주었다.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어떤 말과 글을 써야 할지 알고 싶다면 『말, 글, 뜻』을 한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권상호 박사가 쓴 『말, 글, 뜻』은 2017년 9월에 출판된 수필집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고, 전체 55개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우리가 텔레비전을 얻은 대신 대화를 잃었고, 컴퓨터를 얻은 대신 생각하는 힘을 잃었다고 한탄한다. 또한 우리가 휴대전화를 얻은 대신 독서를 잃어버려 단세포적 반응으로 살아가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말과 글은 다음과 같다.

 

 

말은 생각과 느낌이 흐르는 강이며,

글은 생각과 느낌을 담는 바다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말과 글은 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가 대화 중 말이 잘못 나왔을 때, 우리는 말실수라고 그 상황을 그냥 넘기려고 하지만 그 말실수 마저도 실상 우리의 평소 생각을 반영한다. 생각이 고우면 말이 곱고, 생각이 맑으면, 글이 맑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안병욱 교수가 말하였듯 “참에서 참된 글이 나오는 법”이다.

『말, 글, 뜻』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한국말의 어원을 깊이 탐구하는데 있다. 한국말에 한자어가 많기에 저자의 한국말 어원 탐구 과정이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저자가 한국말의 어원을 깊이 탐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우리 말, 글과 한문에 관한 관심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예가로서도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두껍지 않지만 끝까지 책을 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글의 밀도가 상당히 촘촘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단어는 바로 ‘여유’였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 속에 살면서 여유와 쉼을 잃고 살아간다. 구약성경에서도 하나님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고 이스라엘에게 명령하지만 그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도 안식일을 지키며 삶의 여유를 누리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과거나 현재나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매한가지로 바쁘고 치열하다. 여유와 안식을 누리는게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참된 여유는 무슨 의미일까?

 

여유란 개념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남을 여(餘)’자는 ‘밥 식(食)’과 ‘나 여(余)’를 합한 글자로 ‘내가 먹고 남은 것’이란 뜻이고, ‘넉넉할 유(裕)’ 자는 ‘옷 의(依)’와 ‘골 곡(谷)’을 합한 글자로 ‘내가 입고 남은 옷’이란 뜻이다. ‘마음의 여유’, ‘생활의 여유’에서처럼 여유라는 말이 들어가면 왠지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여유 있는 태도’, ‘여유 있는 미소’도 지어보고 싶다. 말이 안 되는 듯 하지만 우리는 바쁠수록 돌아가는 여유를 찾아야 할 듯하다.

 

일상의 여유는 사치가 아니다. 픽사베이 갈무리
일상의 여유는 사치가 아니다. 픽사베이 갈무리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명령하신 것도 어찌 보면 삶의 여유가 있는 제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라는 말씀을 삶의 여유가 없이 어떻게 제자가 지킬 수 있을까? 각박하고, 이기적인 세상 속에서 예수의 제자는 여유 있는 말과 행동으로 세상을 살 맛나게 만드는 소금이 되어야 한다. 『말, 글, 뜻』은 빠른 것이 진리라고 말하는 세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과 느림의 깊이에 대해 논한다. 언어의 품격을 갖추고, 언어의 온도를 높이고 싶은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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