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총회 재판국 판결에 대한 교회사적 이해
[기획특집] 총회 재판국 판결에 대한 교회사적 이해
  • 임희국 교수
  • 승인 2019.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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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재판국은 8월 5일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가스펠투데이DB

 

8.5판결은? 
첫째, 한국교회의 앞날이 달려있는 
역사적 실험대였다.
둘째, 교회의 자유와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 국가교회체제
를 거부하고 한국 장로교회의 체제와 
헌법에 기초한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한 원리였다.
셋째, 한국 장로교회의 헌법은 임시정
부의 임시헌장-민주공화제를 명시한 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넷째, 교회의 공공성이 드러난 
사회 공적 역할 수행이었다.

 

공교회란

8월 5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제103회(2018) 교단 총회의 결의가 오랜 진통과 산고(産苦) 끝에 이행되었다. 이와 더불어 총회의 헌법도 수호되었다. 명성교회의 부자(父子)세습에 대한 재판은 그동안 교계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사회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 재판은 사실상 한국 교회의 앞날이 달려있는 역사적 실험대였다. 이제, 우리는 이 재판의 판결을 공(公)교회의 역사를 통해 성찰해 보고자 한다.

공교회는 약 2,000년을 이어온 세계 그리스도교의 전통이다. 온 세계 모든 대륙의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공교회는 사도적(apostolic)·거룩한(holy)·하나(one, 일치)의 교회이다. 공교회는 신약성경 사도시대 이래로 ‘몸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 그 몸의 지체인 그리스도인들(고전 12:27)’을 뜻한다. 이 “거룩한 공교회”를 세계 교회가 매 주일 예배시간에, 한 주일도 빠짐없이, 사도신경으로 삼위일체 하나님과 함께 고백한다. 이러한 그리스도교 전통 속에서, 이번 총회재판국의 판결은 한국 교회가 공(公)교회성을 회복하여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로 거듭나는 디딤돌이라고 본다.

세계 그리스도교의 공교회는 오늘날 한국에서 파편화된 개(個)교회주의를 반성하게 한다. 일부 대형교회가 엄청난 물량의 힘으로 공교회의 질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회의 질서는 부활생명의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재하는 교회에서 뿜어 나오는 힘인바, 그 질서를 흔들고 있는 대형교회가 그리스도의 권세에 맞설까봐 심히 두렵다. 지금도 살아계신 부활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교회의 주인이요 온 세상의 주님이시다(히 13:8).

양심의 자유와 교회의 자유

이번 총회재판국은 한국 장로교회 헌법 제2편 정치 제28조 6항(일명 “세습금지법” 또는 “목회지대물림금지법”)이 유효하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명성교회측은 그동안 이 조항이 교회의 자유와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장로교회의 정치원리를 제시한 헌법 제2편 1장(원리)에 근거하여 주장을 펼쳤다: 양심의 자유(제1조), 교회의 자유(제2조) 등. 이 점에 관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교회 헌법제정의 시발점이 있는 서양 근대 그리스도교의 역사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양심의 자유나 교회의 자유는 본디 국가교회 체제를 거부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국가교회 체제는 -독일의 경우- 16세기 종교개혁 직후 국가(지역)의 군주(영주)가 교회의 수장(首長)이던 루터교에서 수립되었다. 그 시대엔 국가 군주가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고 고위층 목회자를 임명하며 교회 법령을 제정했다. 이런 식으로 국가가 교회를 관리하고 감독했다. 그 이후, 17세기 30년 전쟁이 종결된 다음에 독일 루터교(개신교)는 국가의 행정기구 안으로 완전히 편입되어서 자치권을 상실했다. 그런데, 이 무렵에 유럽대륙을 떠나 미국에서 새로 출발한 개신교(장로교회)는 기존 유럽 국가교회 체제를 거부했고 이와 더불어 헌법에 기반 한 교회체제를 수립했다. 미국 장로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정치모범’(1645)에 바탕을 두고서 1788년 제정한 헌법에 양심의 자유 등을 정치원리로 채택했다.

이렇게 18세기 미국 장로교회에서 해석된 웨스트민스터 정치모범이, 20세기 초반 내한(來韓) 미국 선교사들이 주도하여 교회의 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국 장로교회의 헌법(1922년)에 온전한 형태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한국 장로교회 헌법 제2편(정치) 제1장(원리) 제1조(양심의 자유)·제2조(교회의 자유) 등은 일차적으로 국가가 신앙과 예배를 강요하지 말도록 국가교회 체제를 거부하는 규정이었다. 한국 장로교회의 체제는 처음부터 유럽식 국가교회 제도가 아니라 헌법에 기반 한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했다. 이것이 정교분리(정치와 종교의 분리)의 원리가 되었다.

나아가, 양심의 자유는 합법적인 권력을 거부하지 아니하고 또 그 권력의 적법한 행사를 반대하지도 않는다(서원모). 또 다른 한 편, 양심의 자유는 초법적인 자유나 자유방임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명성교회의 당회는 현재 초법적인 자세로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거부하면서 그들의 불법 부자(父子)세습행위를 돌이키지 않고 있다. 그들은 계속 교단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지지자들은 이 교회가 속해 있는 교단의 법과 규정을 따르는데서 양심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는 신약성경 갈라디아서 5장 13절을 통해 분명히 깨달아 알게 된다: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한국 장로교회 헌법에서, 1922년 최종 채택된 정치규례에는 -서원모에 따르면- 양심의 자유와 더불어 4가지 정치원리가 있다:

①입헌주의. 장로교회는 헌법에 따라 다스려진다. 헌법에 따라 각 치리회(당회, 노회, 총회)가 회중에 의해 선출된다. 또 선출된 직원(목사, 장로, 집사)의 직무는 헌법에 규정된 범주 안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

②대의민주주의제도. 장로교회는 교인이 선출한 직원에 의해 운영된다. 지(支) 교회 위임목사의 선출은 공동의회(교인총회)에서 선거하고, 장로와 안수집사의 선출은 세례교인의 선거에서 결정된다. 지(支) 교회 당회가 소속 노회로 파송하는 총대 역시 선거로 선출되고, 또 지역 노회가 전국 총회로 파송하는 총대도 선거로 선출된다.

③치리회(당회, 노회, 총회)의 집단지도 운영. 장로교회는 치리회의 집단 지도체제로 운영되는데, 이것이 장로교회 정치의 기본 정신이다. 교회의 치리가 어느 특정 개인의 힘에 이끌려 독재정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신약성경 사도행전 초대교회 사도들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고, 또 치리가 집단지도로 이루어져야 합리적 타당성을 가진다. 그러나 치리회의 집단지도가 언제나 옳고 완벽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며, 어느 특정 개인의 의사가 독단적으로 결정되는 위험을 사전에 미리 방지해야 한다는 교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반영되어 있다. 또한, 치리회의 집단지도에는 동등(同等)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다. 즉, 노회의 안수로 지(支) 교회에 임직한 목사와 그 교회 교인 대표자인 치리장로가 동일(同一)한 권한으로 각항사무(各項事務)를 처리(處理)한다. 지(支) 교회의 당회는 목사와 장로가 모두 있어야 조직되며 또 목사와 장로가 모두 출석해야 성수가 된다.

④ 장로교회는 관계망으로 연결된 유기체로서 우주적 신앙공동체. 장로교회는 어느 곳에 나 홀로 고립하여 존재하는 외톨박이가 아니라 전(全) 세계 보편 교회의 일원이다. 즉,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고 고백하는 세계 모든 신앙인이 남녀노소, 민족, 인종을 초월하여 전 지구적(global)인 관계망(net work)으로 연결된 유기체인 우주적 신앙공동체이다. 개 교회(당회)-지역 교회들의 연결(노회)-전국 교회들의 모임(총회)-세계 모든 교회들의 연합(우주적 교회)이 관계망으로 연결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다.

한국 장로교회의 헌법사와 교회의 공공성

1907년에 한국 장로교회는 헌법에 기초하여 전국 조직체인 노회(독노회)를 창립했다. 이 노회가 1912년에 총회 창립으로 발전했다.

한국 장로교회의 헌법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구한말시기까지 정치의 주체로서 국민(國民)이란 개념이 부재했고 피지배층인 백성(百姓)의 개념이 일반적이었다. 피지배층이 민권(民權)을 요구하기 시작한 때는 1898년 독립협회가 주관한 대중 집회 만민공동회였다. 그러나 독립협회는 강제로 해산되었고, 국가 권력층은 전제군주체제를 강화했다.

그런데 1900년에 장로교회의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교인대표인 장로를 교인들이 투표로 선출하는 대의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 또, 서울의 연동교회가 설립한 신식 사립학교(중학교)는 학생에게 근대 시민의식을 심어주고 대의민주주의를 교육하고 훈련시켰다.

1905년에 체결된 을사조약은 민(民)이 정치의 주체로 등장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국가권력의 대부분이 일본제국의 통감부로 이양되면서 왕조가 몰락하자, 대중에게 전통 충군(忠君)의 실체가 상실되고 왕조=국가라는 등식도 소멸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여러 민권운동단체가 입헌정체(立憲政體)를 주장했다. 이때, 한국 장로교회는 서양(미국, 호주, 캐나다) 장로교회들과 동등한 회원이 되는 노회(老會, Presbytery)의 창립을 추진했다. 이와 더불어 장로교회는 교단조직의 기반인 헌법제정에 착수했다.

1907년에 고종황제가 강제로 퇴위되었고, 그해 9월 17일 장로교회는 헌법에 기반 한 전국 조직체로서 노회를 창립했다(“朝鮮全國獨(立)老會”). 헌법에 명시된 정치규칙의 기본 틀은 대의민주주의였다. 1910년 8월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에게 강제 합병되었다. 그런데 2년 후(1912.9.1), 장로교회는 일제의 식민지배에 예속되지 아니하는 자치적 종교단체로서 헌법에 의거하여 총회를 창립했다.

대한제국의 몰락 이후 우리 민족은 일본제국의 식민 지배 아래에서 정치적으로 억압받고 경제적으로 수탈당하고 사회문화적으로 차별을 받았다. 국가주권을 빼앗긴 암울한 상황에 처한 민족의 현실에서, 그러나 장로교회 교인들은 자유와 평등에 바탕을 둔 대의민주주주의제도의 헌법을 가졌다. 교단의 헌법은 교회(교인)가 일본제국의 국가권력에 예속되지 아니하는 자치와 자율을 보장받는 근거였다.

이와 관련된 장로교회의 신앙정신이 1919년 민족독립을 위한 3.1운동참여로 실천되었다. 평등과 자유에 기초한 대의민주주의 장로교회의 교인들이 일본제국 전제군주체제 국가권력에 항거했다. 3.1운동 직후에 교회 지도자들이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 수립에 참여했다. 임정 최초의 헌법인 임시헌장 제1조와 제2조에는 -장로교회 헌법원리에 상응하는- 민주공화제와 대의제가 명시되었다. 이것은 임정의 임시헌장과 장로교회 헌법 사이에 공통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그리하여서, 장로교회의 헌법은 평등과 자유를 지향하는 한국의 근대화 및 근대성형성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또 이것은 교회의 공공성(公共性)이 드러난 사회 공적 역할수행이었다.

이러한 역사를 성찰하면서, 이번 총회재판국의 판결을 통해 한국 교회의 공공성이 회복되기를 두 손 모아 기대한다.

임희국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교회사
임희국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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