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이후 한국교회, 어디로 가야 하는가?
종교개혁 500주년 이후 한국교회,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정종훈 교수
  • 승인 2018.03.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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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에 의해서 촉발된 종교개혁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381년 콘스탄티노플 신조는 교회에 대해서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믿는다.” 우리가 콘스탄티노플 신조에 근거할 때 교회는 네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주도, 성령도, 믿음도, 세례도, 하나님도 하나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그러한 고백에 기초한 교회는 하나라는 것이다. 둘째는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서 거룩해진 성도를 구성원으로 하는 교회는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와 지체인 성도들로 인해서 거룩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출신지역이나 인종이나 계급이나 빈부나 남녀 등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구원의 길을 열어놓는 교회는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넷째는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땅끝까지 증언하는 교회는 사도적이라는 것이다.

종교개혁 당시 교회의 상황은 교회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교회의 머리이시고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사라지고, 교황과 성직자들이 교회 안에서 주인노릇 하고 있었다. 거룩한 성도의 삶은 보이지 않고, 면죄부를 통한 값싼 구원만이 팽배하고 있었다. 탐욕의 노예였던 성직자들은 세상의 권력자들처럼 하층계급인 신자들로부터 자신들의 부를 축척하는 상층계급의 수탈자에 불과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의 십자가를 외면하고 왜곡된 부활을 전파함으로써 지금 여기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차원을 상실했다. 이렇게 교회는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썩게 하는 부패의 근원이었고, 세상을 비추는 빛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어둡게 하는 어두움의 발원지였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한 해 동안 한국교회는 다양한 유형의 기념행사들을 개최했다. 대표적인 행사로는 10월 21일과 22일 곤지암 소망수양관에서 한국 개신교 신학회 소속의 신학자들이 “종교개혁과 오늘의 한국교회”를 주제로 진행한 종교개혁500주년기념 공동학술대회였고, 다른 하나는 10월 29일 일산 킨텍스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를 비롯한 22개 교단연합으로 진행된 “교회개혁500주년기념 한국교회연합예배”였다. 전자는 신학자들이 주도했고, 후자는 교권을 지닌 교단장들이 주도했다. 신학자들은 선언문에서 개혁정신의 창조적 계승을 다짐하고 교회의 일치와 연합이 시대적 과제임을 확인했다. 또한 세상의 악과 부패에 맞서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서 노력할 것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 가운데 십자가의 신학을 강조했다. 교단장회의의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한 선언문에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 불의와 부정에 침묵하지 않을 것,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보호하는데 앞장설 것, 개혁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 교회의 개혁이 지속해야 할 과제임을 받아들일 것, 불의한 일을 버리고 거룩한 교회의 성도로 살아가기를 힘쓸 것, 성공지상주의를 배척하고 참 그리스도인을 길러내는 일에 전력할 것, 경건한 삶을 통해 도덕 윤리적 삶의 모범이 될 것, 참된 신앙은 반드시 이웃을 향한 사랑과 자기희생으로 나타남을 고백할 것 등을 제안했다.

2018년 3월을 맞이한 지금,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 이후 어느 정도의 개혁을 이루어냈는지, 교회개혁을 위한 지난한 노력을 하고는 있는 것인지, 그래서 한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당당하게 말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교회의 현재 상황이 종교개혁 당시 개혁되어야 할 교회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담임목사직이 세습되는 한국의 일부 교회들을 보면서 목사가 교회의 주인이 되었다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대형 사고나 대형 사건의 이면에는 소위 ‘기독교인’이라는 사람들이 범죄의 주인공으로서 꽈리를 틀고 있지 않는가? 경제성장이 활발했던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왕성했던 삼박자 구원식의 값싼 은혜가 여전히 반성 없이 남발되고 있지 않는가? 누구도 차별하지 말자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마녀사냥이라도 하는 것처럼 반대하고 있지 않는가? 국민의 납세의무인 종교인과세를 마지막까지 거부하고서 아직도 그 의미를 약화시키려고 버둥대지 않는가? 반공주의와 친미사대주의가 복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미 탄핵된 대통령을 붙잡고 극우의 논리를 여전히 대변하고 있지 않는가? 교회가 소금과 빛으로서 세상을 선도하기는커녕 세상의 상식적인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현실로 인해서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며 질타하고 있지 않는가?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첫째로, 한국교회는 교회론을 제대로 교육하고, 바른 목회자를 배출해내야 한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일반 신도보다는 교회의 리더인 목회자가 더 문제이고, 목회자보다는 건전한 신학을 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신학자에게 더 문제가 있다. 섬기는 교회가 크고 작든 간에 교회의 목회자들 대부분이 대형교회 목회자와 다를 바 없는 사고구조 속에서 처신하는 문제야말로 무엇보다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둘째로, 한국교회는 교회와 세상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거부하고, 생활신앙을 강조해야 한다. 기독교 신앙은 주일 하루 교회에서만 작동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궁극적인 방향이고, 지금 살아내야 하는 삶의 방식이며, 제대로 살게 하는 삶의 에너지이다. 한국교회는 교회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에서, 직장생활에서, 사회생활에서,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신앙이 일관되게 작동되도록 도전해야 한다. 셋째로, 한국교회는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주고, 세상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하나님은 고상한 하늘로부터 죄된 세상으로 내려오셨다. 예수는 세리와 창기, 고아와 과부의 친구로서 지극히 작은 자들과 당신을 일체화 시키셨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섬김을 받는 높은 자리보다는 섬기는 낮은 자리를 자신의 자리로 삼아야 한다. 넷째로, 한국교회는 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해서 에큐메니컬 운동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교파 간의 에큐메니컬 운동, 종교 간의 에큐메니컬 운동이 지금까지의 에큐메니컬 운동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역사회를 섬김으로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지역 교회 간의 에큐메니컬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 한국교회는 앞의 네 가지 제안을 실행하기 위해서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에 대한 전통적인 고백을 분명히 확인하고, 명실상부한 개혁의 자리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정 종 훈 교수

현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교수               
현재 연세대학교 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                     
현재 한국기독공보 논설위원                                           
현재 통일부 사단법인 평화통일연대 이사 및 공동운영위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
신학위원회 위원 역임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회장 역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부 전문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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