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건물을 헐고 긍휼의 성전을 일으키라!
차별의 건물을 헐고 긍휼의 성전을 일으키라!
  • 문우일 교수
  • 승인 2018.03.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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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하나님이 거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 그 척도는 전 재산이 2렙돈 밖에 되지 않는 과부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한국교회에 출석하고 있는지, 그 여자가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헌금을 하고 있는지에 달렸다. 가장 적은 헌금을 가장 큰 헌금으로 뒤바꾸신 예수의 기적을 이어가는 현장이 교회다.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 2:19). 헤롯대왕 때부터 46년간 보수· 확장 중이던 예루살렘 성전에 대하여 청년 예수가 외친 말씀이다. 이 말씀을 어떤 이들은 다음과 같이 이해했다. “이 사람의 말이 내가 하나님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지을 수 있다 하더라”(마 26:61). “우리가 그의 말을 들으니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자신이 헐고 손으로 짓지 아니한 다른 성전을 사흘에 지으리라 하더라”(막 14:58).

예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 무지한 사람들은 잔인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십자가에 달려 극심한 고통 가운데 마지막 숨을 넘기는 인간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 그들은 가장 처참한 지경에 이른 인간을 향하여 머리를 흔들며 조롱했다.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여,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네 자신을 구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마 27:40). 심지어 제자들조차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예수의 말씀을 기억하고, 주께서 “성전 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하신 말씀임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한다(요 2:21-22).

유대인들은 여호와의 불과 풀무가 시온산 예루살렘 성전에 거하신다고 생각했다(사 31:9). 그들은 성전 산을 바라보며 여호와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성전을 향해 경배했다(시 121; 138:2). 절기마다 성전 산에 오르며, “복 되도다, 주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사 주의 뜰에 거하게 하신 사람이여!” 하고 노래했다(시 65:4).

누가 주의 뜰에 거하고 주께 가까이 갈 수 있는가? 헤롯성전은 여호와께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을 차별하는 구조였다. 이방인, 죄인, 장애인들은 “바깥뜰”에 머물러야 했고, 의로운 이스라엘만 안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스라엘 가운데 여자들은 “여자의 뜰”까지, 남자들은 “이스라엘의 뜰”까지, 그리고 남자들 가운데 제사장들은 “제사장의 뜰”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죄를 지었을 경우에는 수송아지나 숫염소, 수양, 최소한 산비둘기나 집비둘기로 번제를 드려야 의로움을 회복하고 주께 가까이 갈 수 있었다(레 1, 5, 12, 14, 15). 이런 체계에서는 제사장 혈통의 부유하고 의롭고 건강한 이스라엘 남자가 하나님께 가장 가까웠다.

번제 드릴 동물을 살 수 없는 가난뱅이는 헤롯성정에서 주께 가까울 수 없었다. 예컨대, 2렙돈이 생활비 전부라면 율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번제도 드릴 수 없었을 테니 늘 죄인으로 살며 의에 주리고 목말랐겠다(막12:42-44; 눅 21:2-4). 참새 2마리가 1앗사리온(8렙돈)에, 5마리는 2앗사리온(16렙돈)에 팔렸다니(마 10:29; 눅 12:6), 2렙돈으로는 비둘기는커녕 참새 한 마리도 살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예수께서는 2렙돈을 연보궤에 넣은 과부가 “모든 이들보다 많이 넣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 직후에 성전 건물이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을 만큼 와르르 무너지리라고 예언하셨던 것이다(막 13:1-2; 눅 21:5-6). 그 예언대로 예루살렘 헤롯성전은 주후 70년에 로마군에 의해 헐렸다.

예수께서 “헐라!”고 명하신 성전은 가난뱅이, 병자, 장애인, 이방인, 고아, 여자 등 약해서 죄인이 된 사람들을 멀리하고, 건강하고 부유한 제사장 혈통의 남자들이 지배하는 성전체계였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너희는 가서 내가 긍휼을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노라 하신 뜻이 무엇인지 배우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 9:12-13; 막 2:17-18; 눅 5:31-32).

예레미야는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와 무죄한 자를 압제하는 고약한 성전체계를 향해 일갈했다. “너희는 이것이 여호와의 전이라 여호와의 전이라 여호와의 전이라 하는 거짓말을 믿지 말라...내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이 집이 너희 눈에는 강도들의 굴혈(스펠라이온 레스톤)로 보이지 않느냐? 보라 나 곧 내가 그것을 보았노라 여호와의 말이니라”(렘 7:4-11). 예수께서도 성전에서 환전상의 탁자와 비둘기상의 의자를 뒤엎으며 외쳤다.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들의 굴혈(스펠라이온 레스톤)을 만드는도다”(마 21:13; 막 11:17; 눅 19:46).

어떤 유대인들에게 헤롯성전의 무너짐은 재앙이었으나, 예수께는 그 건물이 무너져야 진정한 성전이 일어날 것이었다. 무죄한 자를 죄인으로, 온유한 자를 강도로 돌변시키는 “강도들의 굴혈”이 헐려야 비로소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 일어날 것이었다.

하나님은 어디에 거하시나? 무자비한 죽음을 이기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에 거하시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이루는 우리 안에 거하신다. 바울도 주님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3:16). “우리가...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 우리의 아름다운 지체는 요구할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게 존귀를 더하사...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고통을 받고...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 12:11-27).

차별하고 군림하는 성전을 헐어야 서로 귀히 여겨 고르게 하는 참 예수가 일어난다. 가장 약한 지체의 요긴함을 발견하고, 덜 귀한 지체의 귀함을 찾아주는 현장이 예수요, 교회다! 2렙돈이 전 재산인 가난뱅이 여자는 차별하고 버릴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교회로 뒤바꾸고 우리를 예수께로 안내하는 주인공이다. 그 여자가 빠져나가면 성전 전체가 무너져 내릴 수 있으니, 우리 가운데 그 여자가 있는지 유심히 살피고 보듬을 일이다.

 

                                      문우일 교수

 

현, 성서학회(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국제모임 분과의장(chair)

현, 아현성결교회 협동목사

전, 한국신약학회 총무

고려대학교 화학과(B.S.)/ 서울신학대학교 석사(M.Div.)/ 시카고대학교 석사(M.A.)

클레어몬트대학원대학교(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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