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부부 중에 남한에 들어와서 이혼하는 부부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탈북민 부부가 이혼하는 주된 이유는 남한 사회에서 아내가 남편보다 더 쉽게 일자리를 구하고, 남편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가정의 경제력이 아내에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편은 남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격지심이 생기고 아내에게 과거 북한에서 하듯이 권위적으로 행동하다가 아내와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게 된다. 부부가 힘든 시간들을 거치며 간신히 탈북에 성공하여 남한에 왔는데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남한에서 이혼을 하게 된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성경에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지혜의 말씀이 많이 담겨있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인간관계에 달려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위로받고,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지혜는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에베소서 5장과 6장에는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종과 상전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권고가 담겨있다. 에베소서 5장 33절을 평양말 성경으로 읽으면 다음과 같다.
“에베소서 5:33 그러므로 내가 다시 말합니다. 모든 남자는 자신의 안해를 그가 자신을 사랑하듯이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해는 자신의 남편을 존경해야 합니다.” (엡 5:33, 평양말 성경)
평양말 성경에서는 ‘모든 남자가 자신의 안해를 자신을 사랑하듯이 사랑하라’고 명령한다. 아내와 안해는 사실 똑같은 단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안해가 아내의 옛말이자 북한어라고 나와 있다. 분단 이후 남한도 한동안 안해라는 말을 계속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주로 아내로만 사용하는 듯하다. 부부 사이에 또 사용할 수 있는 호칭에는 ‘여보’가 있다. 아내가 주로 여성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호칭이라면 ‘여보’는 성별과 상관없이 부부가 서로 상대편을 부를 때 사용한다. ‘여보’를 과거에는 부부 사이가 아니라 어른이 자기와 비슷한 또래를 부를 때 사용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부부 사이에만 ‘여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베소서에 따르면 남편은 안해의 존경을 먹고 살고, 안해는 남편의 사랑을 먹고 산다. 남편이 안해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해는 사랑에 굶주리고, 안해가 남편을 존경하지 않으면 남편은 존경에 굶주린다. 안해가 남편에게 받아야 할 사랑은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없다. 남편 역시 안해에게 받아야 할 존경을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없다. 탈북민 부부가 에베소서의 말씀처럼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여 남한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랑으로 이겨내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