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목사
기자와 목사
  • 옥성삼 교수
  • 승인 2018.07.23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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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함께 유년시절을 보낸 중년의 친구 셋이 카페서 만났다고 한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A 기자와 중견교회 담임이 된 E 목사, 그리고 여류화가 K. A가 하는 말 “친구야, 기자와 목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뭔지 아니?” 잠시 뜸 드리던 E가 “우리 둘 다 뉴스를 전하는 사람이지만, 내용이 다르지”, “넌 세상의 뉴스를, 난 하늘의 뉴스를…” 그러자 A 기자 “아니, 내 생각엔 우린 같은 월급쟁인데, 내가 퇴직할 시기에 넌 정직원이 된다는 거야.” 한바탕 웃고선 여류화가 K가 말한다. “너 네 둘 다 유통업에 종사하는데 지금은 둘 다 사양산업이지. 차이점이라면 기자의 운명은 늘 신상품 찾기에 바쁘고, 목사는 평생 같은 제품을 포장만 바꾸어 판다는 게 다르지.”

세 친구의 이야기가 일상적 풍자일수도 있지만, 기독언론과 목회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메신저(messenger)로서의 정체성과 시대변화에 맞는 성육신적 소명에 대한 성찰일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언론은 ‘다매체 다플랫폼’ 환경을 지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혁명적 환경변화를 겪으면서 뉴스의 생산과 소비가 상호작용적으로 통합되는 ‘미디어 2.0’ 시대를 맞이했다. 오늘날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의 매체유형에 따른 언론의 경계도 흐려지고, 글· 말· 영상이라는 콘텐츠의 특성도 인터넷을 통해 멀티미디어로 통합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뉴스 이용이 가능한 유비쿼터스(Ubipuitous) 환경은 언론매체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뉴스소비의 놀라운 성장과 변화를 불러왔다. 문제는 환경변화에 따른 뉴스시장의 확장이 그동안 기존 언론사가 누려온 영향력과 돈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게 한다는 것이다. 뉴미디어와 소셜미디어라는 상호보완재 혹은 대체재의 등장으로 전통언론매체의 힘과 기득권이 약화되었다. 거대 언론사에 집중된 뉴스의 전문 생산과 유통시스템은 분열과 분산을 통해 누구나 언론매체가 될 수 있는 시대가 현실화 되었다. 같은 시기 한국교회는 성장정체기속에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 혼란과, 한편에서는 자성적 목소리 속에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했다. 북미와 영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교회운동인 ‘선교적 교회’(Missonal Church)가 한국교회 안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작은교회’, ‘일터교회’, ‘문화선교’ ‘마을목회’ 등의 형태로 시도되고 있지만, 기존교회를 움직이기에는 바위에 계란치기다. 한국교회의 오늘은 여전히 수세기전 교회론에 대한 향수와 한국적 상황에서 왜곡된 성장지상주의가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줄기차게 개혁과 일치를 외쳐왔지만, 이 기간 한국교회의 큰 흐름은 시대의 변화에 성육신적 대응과 소통이 아니라 ‘자기중심화, 양극화, 갈등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교회가 이분법적 승리주의에 빠져 대사회 신뢰를 상실한 것도 문제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시대변화에 꿈쩍하지 않는 ‘교회문화’에 상처받고 피로감을 느낀 크리스천의 ‘가나안 성도’화 현상과 이단의 발흥이라는 것이다.    

메시지 유통업자라는 기자와 목사의 공통점 기저엔 전승· 비판· 전망이라는 공약수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자는 사회로 보내진 성직이고, 목사는 하나님 나라의 일용직이라 할 수 있다. 숨겨진 욕망에 따라 성직이 권력과 타협하고 일용직이 주인 행세를 한다면 저널리즘과 복음은 울리는 꽹과리로 전략하기 마련이다. 메신저로서 기자와 목사는 왜곡되지 않은 메시지를 시의적절하게 전달할 책임과 함께 자신의 파이프라인에 녹이 끼지 않았는지 수시로 살펴봐야한다. 한걸음 나아가 사회의 거시구조적변동에 대한 이해와 성찰 없는 현상적 뉴스의 전달과 자기중심적 메시지 선포가 반복되고 있지는 않는지? 변화가 일상화된 오늘, 재현될 수 없는 콘텐츠와 케리그마로서 이웃을 향해 열린 땀과 따뜻한 체온을 담았는지? 꼭 필요한 기대를 해본다.            

 

 

 

옥성삼 교수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옥성삼 교수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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