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상상력으로 믿음의 길을 걷는다
터무니없는 상상력으로 믿음의 길을 걷는다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6.28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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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순례 19. 문익환의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지난 3일 서울역 매표소에서 ‘평양행 열차표’가 특별 발권되었다. 이는 문익환 목사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평양 가는 기차표를 다오’ 행사를 위해 특별 제작된 기차표였다. 이 기차표를 구매한 승객은 실제로 평양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도라산역까지 기차 타고 가서 문화행사에 참여했다.

사계절 출판사는 지난 달에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시집을 출간하였다. 이 시집을 읽어보면 문익환 목사의 터무니없는 상상력을 만날 수 있는데 ‘평양 가는 기차표를 다오’ 행사는 바로 문익환 목사의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시에서 모티브를 얻은 행사였다. ‘잠꼬대 아닌 잠꼬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이 양반 머리가 좀 돌았구만/그래 난 머리가 돌았다 돌아도 한참 돌았다/머리가 돌지 않고 역사를 사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이 머리가 말짱한 것들아/평양 가는 표를 팔지 않겠음 그만두라구” –‘잠꼬대 아닌 잠꼬대’ 中

이 잠꼬대 같은 시처럼 문익환 목사는 1989년 3월 25일 평양에 도착했다. 물론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은 방북이었기에 문 목사는 북한을 다녀오고 바로 감옥에 가야했지만 그는 결단코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여러 경계를 넘어 잠꼬대 같은 꿈을 이룬 것에 기뻐했다.

 

때때로 이 땅에서 믿음의 길을 걷는 것은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공허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분명한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문익환 목사는 ‘히브리서 11장 1절’이란 시에서 믿음의 길을 걷는 사람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그 길을 끝까지 걸어야 할지 잘 표현했다.

 

“그것은 잔디 씨 속에 이는 봄바람이다/그것은 눈먼 아이 가슴에서 자라는 태양이다/그것은 언 땅속에서 부릅뜬 개구리의 눈망울이다/그것은 시인의 말 속에서 태동하는 애기 숨소리다/그것은/그것은 내일을 오늘처럼 바라는 마음이요 오늘을 내일처럼 믿는 마음이다” –‘히브리서 11장 1절’ 전문

 

 

평양행 시베리아 횡단철도, flickr 갈무리
평양행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부산까지 이어질 수 없을까?  flickr 갈무리

 

성경에는 광야에 길을 만드시고 사막에 강을 내시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많이 담겨 있다. 이사야 45장에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페르시아의 고레스 황제를 하나님이 나의 기름 부은 자(메시아)로 부르시고 그를 구원의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예언은 당대의 포로 공동체에게 터무니없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고레스 칙령을 통해 바벨론 포로 공동체의 귀환 예언을 성취하시고 그 포로공동체를 사용하여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셨다.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의 말처럼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인간의 고정관념을 박살내시는 하나님이시다.

한반도 대평화 시대를 맞이해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의 고정관념을 넘어 하나님이 새롭게 일하실 것들을 터무니없는 상상력으로 소망하는 것이다. 사람은 경계안에서 존재하지만 하나님은 경계를 넘어 존재하신다. 온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경계에 그분의 활동을 제한하지 않으신다. 성경 번역가이자, 시인이었던 문익환 목사의 터무니없는 상상력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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