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동방의 예루살렘
평양, 동방의 예루살렘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5.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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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순례 13. 임희국의 '평양의 장로교회와 숭실대학'

2018년 5월 5일이 되면 평양과 서울의 시간이 다시 같아진다. 북한은 2015년 8월 15일 ‘일제 잔재 청산’을 내세워 서울 시간보다 30분 늦게 평양 시간을 조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남북한 시간 통일을 지시함으로써 이제 한반도는 두개의 시계가 필요 없게 되었다. 서울과 평양의 시간 통일을 시작으로, 서울과 평양의 교류도 예전보다 더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평양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로 불리지만, 불과 1백년전까지만 하더라도 평양은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복음화 된 ‘동방의 예루살렘’이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임희국 교수가 2017년에 쓴 '평양의 장로교회와 숭실대학'은 1890년부터 1954년까지 평양을 중심으로 한 장로교회의 영광과 굴욕의 역사를 다룬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되어있으며, 부록으로 평양 장로교회 연혁(1890-1954)과 평양 숭실대학 캠퍼스 지도와 장로교회 평양노회록과 장로교회 평양지방회록이 실려 있다.

1907년 평양에서 일어난 대각성운동은 한국교회사에서 꼭 주목해봐야할 사건이다. 신앙각성운동을 통해 한국에서 기독교 신앙이 내면화되었는데, 한국 장로교의 신앙이 교인들의 심성에 뿌리를 깊이 내리며 토착화를 이루었다고 본다. 신앙각성운동의 핵심 알맹이는 성령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죄의 고백과 죄 용서였다. 그러나 평양의 영적대각성과는 별개로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그 당시 민족의 운명은 어둡기만 하였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평양의 장로교회는 1919년 3.1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지만, 기독교인들이 그토록 염원하였던 대한의 독립은 일어나지 않았다.

 

1921년 평양 모란대와 능라도, 위키미디아 갈무리
1921년 평양 모란대와 능라도, 위키미디아 갈무리

 

결국 대각성운동이 일어난 지 30년이 지난 1938년 평양의 서문밖교회에서 열린 제27회 장로회 총회에서 장로교회는 신사참배를 가결한다. 신사참배 가결 이후에 모이는 총회와 노회는 그 첫 시작을 신사에 가서 참배하는 게 정례화 되었다. 제27회 총회 서기는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낭독하였다.

"아등은 신사는 종교가 아니오, 기독교의 교리에 위반하지 않는 본의를 이해하고 신사참배가 애국적 국가의식임을 자각하며 이에 신사참배를 솔선 수행하고 급히 국민정신총동원에 참가하여 비상시국 하에서 총후 황국신민으로서 적성을 다하기로 기함. 소화 13년(1938년) 9월 10일"

한국교회사에서 진리의 타협은 필연적으로 교회의 타락으로 이어졌다. 타협은 타락의 지름길이다. 1938년 이후부터 1945년 해방때까지, 장로교회는 공식적으로 일제의 황국 신민화를 지지했고, 심지어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교회에서 헌금을 모금해 ‘조선장로호’ 라는 전투기를 헌납하기도 하였다. 주기철 목사, 한상동 목사, 손양원 목사가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진리의 좁은 길을 걸을 때, 장로교회는 타협의 넓은 길을 걸었다. 신사참배는 우상숭배가 아니라, 국가의식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이런 말을 했다. “역사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인간은 한 번도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8년 현재 남한의 장로교회는 일제침략기 시절에 장로교회가 썼던 타협의 흑역사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지는 않을까?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이 시점에 남한의 장로교회는 ‘동방의 예루살렘’을 다시 재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진정 남한의 장로교회가 ‘동방의 예루살렘’을 재건하기 원한다면 말씀으로 거듭나야 한다. 다시 진리로 갱신되어야 한다. 평양에 다시 세워질 장로교회는 주기철 목사의 일사각오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평양 중심부에 휘황찬란한 교회 예배당을 재건한다고 해서 '동방의 예루살렘'이 다시 재건되었다 말하기는 힘들다. 한국장로교회의 빛나는 역사와 흑역사를 알고 싶은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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