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세상은 변해도 십자가는 우뚝 서 있다
[영화와 복음]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세상은 변해도 십자가는 우뚝 서 있다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0.11.1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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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봉쇄수도원' 페이지.
출처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 페이지.

수사나 수녀가 일정한 규율 아래 함께 생활하며 수행하는 수도원(monastery)은 그 자체로 세상(세속)과의 격리를 전제로 한다. 여기에 ‘봉쇄’라는 단어를 덧붙이면, 그야말로 숨도 쉬기 어려운 느낌마저 든다. 신앙을 바탕으로 한 자발성을 제외하면, 자유가 통제되었다는 점에서 감옥이나 교도소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제목에서 풍기는 첫 인상은 답답함과 숨 막힘이다.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세상과 완전히 격리/봉쇄된 채 생활하는 11명의 수사들의 일상을 담은 김동일 PD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의 배경인 ‘카르투시오 수도원’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경북 상주에 위치하며, 한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다양한 국적의 수사들이 생활한다.

특히 종신서원을 맺은 수사는 절대 외부로 나가지 못하며 가족의 부고에도 떠날 수 없고 무덤도 수도원에 마련되어 있다. 봉쇄수사의 사적(私的) 공간은 셋으로 나뉘는데, 기도방, 작업실 그리고 텃밭이 전부이다. 철저한 고독과 침묵 속에서 오직 기도와 노동에 전념한다. 계절에 따라 하루 한두 차례의 식사가 있으며 육류는 섭취할 수 없다. 자발적 가난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역설적으로 풍요로움을 나눈다.

청명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살아가는 이들, 지극히 단조롭고 청빈한 삶으로 가족을 포함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은 이들에게도 인간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을까? 태초에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뱀의 유혹에 따라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었을 때부터 욕망은 작동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물질적 소유나 명성을 얻기 위한 욕망은 차치하더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식욕이나 성욕, 수면욕마저도 절제하고 제어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질병이나 죽음의 문턱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과 선택을 하게 될까? 그런 삶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영화에서 수사들의 삶으로 묘사된 청빈과 자발적 가난, 침묵과 고독, 단순한 노동과 섬김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며, 이 세상에서 자신도 그렇게 사는 것만이 옳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수사의 삶을 살 수도 없고 예수님이 원하시는 바도 아니다. 그들이 침묵 속에서 헌신하며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을 통해 세상을 섬기고 있다면, (그들이 아닌) 우리는 세상 속에서 맡겨진 삶에 책임을 다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갈 사명이 있다. 영화 부제에서도 밝혔듯이, 결국 드러나야 하는 것은 수사들의 고귀한 삶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우뚝 서 있는 ‘십자가’이다.

카르투시오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사들은 독특하거나 세상과 유리된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두봉 주교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들과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지향하며 삶을 살아내는 하나님의 자녀들일 뿐이다.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눅10: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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