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언힌지드》 분노사회를 이겨내는 방법
[영화와 복음] 《언힌지드》 분노사회를 이겨내는 방법
  • 임명진 기자
  • 승인 2020.10.1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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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힌지드'. 출처 영화 포스터(Imdb Internet Movie Database)
영화 '언힌지드'. 출처 영화 포스터(Imdb Internet Movie Database)

월요일 아침의 출근길은 때로 라디오 진행자의 밝고 경쾌한 멘트와는 별개로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앞 차의 센스 있는 운전에 소중한 5분이 단축되기도 하지만, 신호라도 잘못 걸리면 한없는 짜증의 세계에 돌입할 수도 있다. 특히 교통체증이 심할 때 신경은 한없이 날카로워진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직장에 출근하거나 미팅을 잡은 워킹맘에게 아침시간은 전쟁의 연속이다. 분노 게이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아들 카일(가브리엘 베이트먼)의 등굣길에 서두르던 레이첼(카렌 피스토리우스)은 사이코패스 남자(러셀 크로우)로부터 과도한 경적(honk)에 대한 사과를 요구받는다.

날카로운 신경상태의 레이첼이 이를 거부하자 분노가 치밀어 오른 남자는 보복운전(road rage)을 한다.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자는 허술하게 방치한 레이첼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그녀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잔인한 상해를 가한다. 지옥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들을 불편하게 한다. 스릴러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단지 빌런(악역)의 예기치 못한 등장이나 잔인함 때문만은 아니다.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촉전화, 채무관계, 출근전쟁, 교통체증, 이혼, 워킹맘, 직장관계, 무기력한 공권력 등은 우리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주는 항목들이다.

어느 순간 이것들이 교묘하게 결합되면 우리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경험한다. 여기에 주변에 잠재한 사이코패스는 언제 우리를 피해자나 희생자로 만들지 모른다. 불안과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영화는 무척 불친절하게 관객들을 괴롭히지만, 동시에 분노로 가득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현실에 대한 냉철한 반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가 얼마나 감정조절에 능숙하지 못한지, 민감한 개인정보를 손쉽게 노출시키는지, 과도한 스트레스로 자신과 타인을 불행에 빠뜨리는지, 사과와 감사의 정서에 인색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우리 마음에 평화와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사회학자 김찬호는 『모멸감』에서 자본주의적 서열과 공동체성의 상실로 개인화된 한국사회는 모멸의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그는 모멸의 스펙트럼을 비하, 차별, 조롱, 무시, 침해, 동정, 그리고 오해로 풀어낸다. 이 모멸감은 분노를 생성하고 그 극단적 결정체가 사회적 사이코패스이다. 분노로 탄생한 사이코패스는 가해와 피해를 반복하며 우리 사회를 위기에 빠뜨린다.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영화에서 사이코패스는 레이첼에게 ‘누군가에게 사과하는 능력을 잃었다’고 질책한다. 사과하는 능력은 마음의 평안과 여유에서 나온다. 불안과 분노, 평안(여유)은 모두 감정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를 다스리는 능력의 결여에 있다.

풍랑을 만난 제자들에게, 스승의 죽음으로 슬픔과 애통, 상실과 허무,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 예수가 던진 첫 번째 메시지는 ‘평안’이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요14:27) 임마누엘의 예수와 그로 인한 평안은 분노와 불안의 사회를 이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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