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버닝》 - 현실과 이상향으로 보이는 실제 현실 사이에서
[영화와 복음] 영화 《버닝》 - 현실과 이상향으로 보이는 실제 현실 사이에서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1.01.11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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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이래 인간은 언제나 ‘이상향’을 꿈꿔왔다. 그런데 플라톤의 ‘이데아(Idea)’는 사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데아’는 본래 어떤 사물의 가장 완벽한 형태(본질)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변화무쌍하다. 변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기에, 당연히 이데아도 될 수 없다. 즉 이데아는 인간과 자연이 존재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일종의 관념적인 것이다.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은 존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결혼하는 데 있어서 완벽한 배우자를 찾는 사람이 있다.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인간관계적인 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찾는다. 아니, 범위를 좁혀서 나와 딱 어울리는 그 사람을 찾는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을까? 머리속으로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관념 속의 그림일 뿐이다. 이는 우리의 삶에서 숱하게 만나는 실패경험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학교, 이상적인 교육, 이상적인 생활, 그리고 이상적인 교회에 이르기까지... 단언컨대, 이상적인 ‘그 무엇’은 현실에선 없다.

영화 《버닝》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이전까지의 이창동 감독의 작품과는 다르게, 상징과 은유가 다량 함유된 영화이다. 사람에 따라, 관점에 따라, 주제와 그 해석을 다르게 내릴 여지가 충분하다. 그 충분한 해석의 여지 중 하나가 ‘현실과 이상향 사이의 괴리감’이라는 주제이다. 정확히는 ‘현실과 이상향으로 보이는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다.

영화에서 종수(유아인)는 찌질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 땅의 슬픈 청춘을 대표한다. 소설을 쓰지만 잘 되지 않고, 알바를 해야 겨우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이에 반해, 벤(스티브 연)은 그 누구라도 꿈꿔봤을 만한 이상향적인 인물이다. 젊은 나이에 성공하여 돈도 많고 시간도 많고 삶에 여유도 많다. 해외여행 다니며 좋은 차를 끌고 멋진 집에서 또래의 부유층과 교류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 그리고 그 사이를 왕래하는 여인 해미(전종서)가 있다. 종수의 애인이기도 한 해미는 케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벤의 친구이기도 하다. 다소 신비스럽기까지한 삶을 사는 경계선의 여인이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구조를 모방한다. 항상 부유하고 멋진 파티를 여는 개츠비를 부러워하며 동경하는 닉은 종수와 오버랩 된다. 하지만 우리는 깨닫는다. 위대한 것처럼 보이는 개츠비는 많이 과장되고 신화가 덧입혀지고 포장된 비현실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버닝》은 청춘의 갈망과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이다. 현실을 극복하고 싶지만, 그가 목표한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일 따름이다. 신기루를 좇는 삶이다. 그런데 그런 삶은 현실에 대한 부정과 도피에서 발생한 현상일 가능성이 많다. 찌질한 현실에 대한 회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피나 도피’가 아닌 ‘맞섬과 조우’이다. 대면(encounter)을 통해 난공불락의 성(城)은 무너지고 성장과 성숙으로 나아간다. 완벽한 결승점이 아닌 과정일 뿐이다. 마치 우리의 삶이 이 세상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영화(glorification)’를 향해 나아가는 ‘성화(sanctification)’의 과정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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